이범선의 단편소설. 1963년 발표되었다. 전쟁으로 다리를 잃은 주인공과 문에 다리를 찧어 불구가 된 개가 등장하는데, 주인공이 개한테 감정이입을 하면서도 자기혐오 때문에 개를 죽여버리는 무척 어두운 이야기이다.
이후 죤과의 산책에서 죤이 짝짓기를 포기하고 암컷을 떠나보내는 걸 목격하자 자기 자신의 모습을 겹쳐본 영철은 강아지를 죽여버리고 만다. 절름발이 개 죤은 영철에게 있어서 자기투영 + 감정이입의 대상이었으므로 결국은 또 하나의 자신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런 죤이 자신의 처지(다리가 불구임) 때문에 원하는 것(짝을 얻는 것)을 끝내 포기해버림으로써 영철과 똑같은 자진 패배자가 되자, 영철은 이를 견딜 수 없어서 자기와 똑같은 길을 걸어버린 또 다른 자신 = 죤을 죽여버리고 만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죤은 영철의 자기투영 건을 빼면 엄연히 영철과는 개별된 존재이기에, 영철의 입장이 아닌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면 죤은 그저 자기한테 자기투영질을 하던 남자의 울분 때문에 살해당하는 결말을 얻은 개일 뿐이다. 그래서 제목이 자살한 개가 아니라 자살당한 개라는, 주체적 태도(자살)과 피동적 표현(= 당하다)이 뒤섞인 제목이 되어버린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