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근의 아내. 본명이 나오지 않았다. 가난한 살림에 끼니 걱정이 일인 평범한(?) 아낙이다. 남편만큼의 학력은 없어 보이지만 고지식한 남편을 닮아서 그런지 인간의 도리를 벗어난 짓을 혐오했지만 상황이 바뀌니까 그녀 역시도 기회주의자로 변해간다.[1] 안상배와 더불어서 환경이 어떤 식으로 사람을 변질시키는지 가르쳐주는 전형적인 인물. 시대를 생각하면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상당히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고생을 너무 해서 그런지 40대 아줌마로 보인다. 처음에는 남편 이상으로 시동생을 싫어했지만, 워낙 먹고 살 방편이 없다 보니 결국 안상배에게 더욱 의존하게 되었다. 상배와 싸울 때 나온 말을 보면 철구 외에 자식이 더 있었지만 굶어 죽은 것 같다.[2]
남편의 벌이가 시원찮은지라 본인도 상배를 통해 식모살이, 미제 물품 장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한다. 기생들을 상대로 구루무나 스타킹을 몰래 팔다가 다른 장사꾼이 순사에게 걸리자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남자 순사한테 강제로 옷이 홀딱 벗겨지고 두들겨 맞는 다른 상인을 보면서 겁에 질리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물건을 달라는 기생에게 몰래 장사를 하면서 덜덜 떤다. 안상근이 김상호의 아들과 자해공갈을 해서 점포 2개를 얻어내자 그 중 하나인 국밥집에서 국밥을 만들게 되었다. 안상배와 같이 피난길에 올랐으나 한강 다리 폭파로 남편을 잃고 피난에 실패하고 만다.
이후 혹시 남편이 돌아온다면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싶어 시어머니, 철구와 함께 북한군이 점령한 인천에서 근근이 살고 있다가 어느날 피폭으로 만신창이가 된 남편과 재회하게 된다. 이후 인간 벽보가 된 남편을 연설장까지 데려다 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자괴감과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남편을 보다 못해 그를 데리고 영흥도로 가게 된다.
배를 타고 탈출하려 했는데 뱃사공의 밀고로 인민군에게 걸려 죽을 위기에 처하자 철구의 기지로 목숨을 건진다. 나중에 그 밀고한 뱃사공과 만나게 되지만 증오하면서도 이를 악물고 서로 아무것도 모르니 아무 말 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러다 결국엔 도저히 못참겠는지 뱃사공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인민군의 눈을 피해 탈출하게 된다.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한 뒤에는 국군들의 도움을 받아 남편, 아들, 그녀의 아버지[3]와 함께 인천으로 갔다가 연합군의 공습 때문에 쑥대밭이 된 인천의 폐허 속에서 죽은 상배와 시어머니를 발견하게 된다. 이후 자신은 남편을 챙기고, 그녀의 아버지가 사돈 모자의 시신을 챙겨 수습해주고, 그들의 제사를 간촐하게 지내준다. 그리고 그날 밤 노쇠한 몸으로 무리한 일[4]을 한 여파인지 기력이 다해버린 그녀의 아버지가 사망한 걸 철구 덕분에[5] 알게 된 후 아들과 함께 오열한다.
그 뒤 남편과 함께 군인들을 상대로 구걸을 하여 목숨을 연명한다. 이후 서울이 연합군에 의해 탈환되었을 때 일가 모두가 서울로 올라갔으나 그곳에서 남편과 자신을 알아본 사람에게 인민군 부역자로 몰려 남편과 함께 죽을 위기에 놓였다. 다행히 지나가다 이 광경을 본 최주임에 의해 구출되었지만 최주임과 헤어진 직후 인민군 앞잡이에게 들켜 남편과 함께 살해당한다.
[1]
살인을 한 안상배에게 물을 뿌리면서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오냐고 욕을 퍼붓고 도둑질을 한 철구를 매타작을 하지만 안상배가 물어준 식모 일을 하면서 프락치 조건으로 돈을 더 요구하는 등 점점 잇속에 물들어가는 입체적 면모를 보인다.
[2]
상배가 이를 언급하자 본인도 그 때의 일이 큰 트라우마였는지 분노해서 낫을 막 휘둘렀다.
[3]
안상근에겐 장인어른. 참고로 영흥도에서 만나서 쭉 같이 살았다.
[4]
작중에서 인천댁의 아버지는 이미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었지만 이틀이나 굶은 상황에서 사람 두 명(자기 사돈과 사위 동생. 한 명이 노인이라도 한 명은 성인 남성이다...)의 시신을 지게에 지고 직접 업은 채로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시신을 수습하고 제사까지 치러주는 등 무리하게 힘을 썼다.
[5]
외할아버지 옆에서 자던 철구가 할아버지가 계속 침을 흘린다고 알려줘서, 그 때서야 인천댁은 자기 아버지의 상태를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