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소멸하는 법 이지 단편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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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한국소설 |
저자 | 이지 |
출판사 | 우주라이크소설 |
출간 정보 | 2021.11.15 전자책 출간 |
분량 | 약 1.6만 자 |
독점 감상 | 리디 https://ridibooks.com/books/4731000001 |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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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작가 이지가 2021년 11월 리디에서 발표한 단편소설.관계와 실존에 관한, 시적인 사유를 담은 작품이다.
“너무 함부로 자고 다니는 거 같아서.”
무엇을 속죄할 거냐고 물었을 때 유구는 벌게진 얼굴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한여름 무덤 가장자리를 따라 둥글게 걷는 일은 생각보다 고됐다. 그러니까 유구는 왕릉을 걸으면 죄가 덜어질 거라 믿는 것 같았다.
“그, 그런데 왜 왕릉이야?”
내 물음에 유구는 이렇게 답했다.
“이름 없는 작은 무덤을 밟을 수는 없잖아. 왕릉이라면 어디든 상관없다고 생각했어.”
흰 원피스에 빨간 배낭, 발가락 양말에 조리를 신은 유구는 속죄자 보다는 무덤 지기라고 하는 편이 어울릴 것 같았다. 게다가 양산과 비닐봉지까지 들어서 번잡하고 힘겨워 보였다. 나는 유구의 왼쪽 위로 솟은 꽃무늬 양산과 오른손 아래 달랑거리는 비닐봉지를 바라보며 걸었다.
유구가 말한 ‘함부로 잔다’는 게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고, 그게 죄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걷는 일로 무거운 마음이 덜어진다면 얼마든지 동행할 수 있었다. 햇살 때문에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손으로 햇살을 가리는 나를 보며 유구는 말했다.
“뜨거우니까 걷자는 거야.”
속죄에도 적절한 온도가 있는 걸까. 정말로 참회한다면 자신의 몸을 괴롭히는 게 맞겠지만 선글라스에 양산까지 장착한 유구에 비해 민얼굴 맨머리의 나는 좀 불공평하다고 여겨졌다. 게다가 속죄 당사자는 내가 아니라 유구가 아닌가.
<우리가 소멸하는 법> 본문 중에서
무엇을 속죄할 거냐고 물었을 때 유구는 벌게진 얼굴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한여름 무덤 가장자리를 따라 둥글게 걷는 일은 생각보다 고됐다. 그러니까 유구는 왕릉을 걸으면 죄가 덜어질 거라 믿는 것 같았다.
“그, 그런데 왜 왕릉이야?”
내 물음에 유구는 이렇게 답했다.
“이름 없는 작은 무덤을 밟을 수는 없잖아. 왕릉이라면 어디든 상관없다고 생각했어.”
흰 원피스에 빨간 배낭, 발가락 양말에 조리를 신은 유구는 속죄자 보다는 무덤 지기라고 하는 편이 어울릴 것 같았다. 게다가 양산과 비닐봉지까지 들어서 번잡하고 힘겨워 보였다. 나는 유구의 왼쪽 위로 솟은 꽃무늬 양산과 오른손 아래 달랑거리는 비닐봉지를 바라보며 걸었다.
유구가 말한 ‘함부로 잔다’는 게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고, 그게 죄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걷는 일로 무거운 마음이 덜어진다면 얼마든지 동행할 수 있었다. 햇살 때문에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손으로 햇살을 가리는 나를 보며 유구는 말했다.
“뜨거우니까 걷자는 거야.”
속죄에도 적절한 온도가 있는 걸까. 정말로 참회한다면 자신의 몸을 괴롭히는 게 맞겠지만 선글라스에 양산까지 장착한 유구에 비해 민얼굴 맨머리의 나는 좀 불공평하다고 여겨졌다. 게다가 속죄 당사자는 내가 아니라 유구가 아닌가.
<우리가 소멸하는 법>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