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피해자의 실제 얼굴을 바탕으로 살아 생전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 |
1995년 노르웨이 오슬로의 플라자 호텔에서 한 여성이 사망한 사건.
2. 상세
1995년 5월 31일 한 젊은 여성이 노르웨이 오슬로에 위치한 최고급 호텔인 플라자 호텔[1] 2805호에 투숙했는데 6월 2일 호텔 측에 자신의 숙박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호텔에서 추가비용을 지불해 달라고 그녀가 투숙한 2805호에 몇 번이나 메세지를 남겼으나 여성은 메세지를 읽고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결국 6월 3일 오후 7시 50분경 호텔 경비원이 직접 2805호로 가 문을 두드렸으나 직후 방 안에서 총성이 들렸고 놀란 경비원은 아랫층으로 내려와 책임자에게 상황을 전달한 뒤[2] 책임자와 함께 8시 4분경 다시 2805호로 돌아가 강제로 잠긴 문을 개방하고 방으로 들어갔으나 투숙 중이던 여성은 이마 한가운데에 총상을 입은 채 이미 사망한 뒤였다.경찰은 여성의 손에 총기가 쥐여져 있었다는 점이나 방 안에 다른 이의 흔적이나 몸싸움의 흔적이 없었다는 점 등을 보고 자살로 결론지었으며 이렇게 사건은 단순 자살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3. 의문점
그러나 수사가 계속될수록 의문스러운 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시의 현장 사진이 실린 기사1. 피해자가 자살한 것이 맞는가?
피해자는 이마 한가운데에 총상을 입은 채 침대 위에 쓰러져 있었으며 9mm 브라우닝 하이파워 권총을 오른손에 쥐고 있었다. 그러나 총을 머리에 대고 스스로 쏘아 자살했다면 손에 피가 묻는 게 당연한데도 불구하고 천장까지 피가 튄 사건 현장에서 피해자의 손은 이상할 정도로 깨끗했으며 총기 반동으로 인한 멍자국이나 그을음도 없었다. 조사 결과 피해자가 사망하기 얼마 전에 샤워를 했다는 점이 밝혀졌으며 피해자가 사망 당시 입고 있던 옷이 외출복[3]이었는데 외출을 앞둔 사람이 갑자기 마음을 바꿔 자살한다는 것도 부자연스러운 일이었다.
2. 침대에서 발견된 또 하나의 총알 자국
피해자가 사망한 채 누워 있던 침대 매트리스에서도 총알 자국이 발견됐다. 즉, 같은 총에서 총알이 두 번 발사된 것이었다. 이 두 발의 총알을 모두 피해자가 쓴 것이라고 가정하면 피해자는 경비원이 문을 두드렸을 때 매트리스에 한 발, 그리고 경비원이 자리를 떠나면서 발생한 15분의 공백 사이에 자신의 머리에 한 발을 쏘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사건 직후 강제로 문을 개방했던 책임자와 경비원은 경찰에게 방 문을 열었을 때 매캐한 냄새가 났다고 증언했는데 만약 호텔 직원들이 문을 개방한 시간이 피해자가 사망한 지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였다고 가정하면 누군가가 피해자를 총으로 쏴서 살해한 뒤 경비원이 문을 두드리자 '경비원이 피해자가 살아 있었다고 착각하게 만들기 위해서' 한 발 더 쐈다는 이야기가 된다. 경찰은 첫 번째 사격은 실제 총성이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를 테스트하기 위해 베개를 이용해 시험 발사한 것이라고 했다. 만약 테스트용 사격이 맞다면 이는 사망자가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스파이라는 가설에 위배된다.
3. 알 수 없는 신원
그녀가 사망한 직후 그녀의 소지품을 검사한 경찰들은 여성이 가지고 있는 모든 옷의 상표 라벨이 뜯어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게다가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여권, 신분증, 운전면허증 등이 전혀 없었으며 일반인들이 흔히 가지고 다닐 만한 소지품인 집 열쇠나 자동차 열쇠도 찾을 수 없었다. 총기의 일련번호도 지워져 경찰은 그 무기가 불법무기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결국 경찰은 피해자의 신원을 특정하기 위해 그녀가 호텔에 입실할 때 직접 작성한 고객 등록 카드를 조회했고 이를 통해 여성의 이름이 '제니퍼 페어게이트'이며 벨기에의 작은 도시인 '베를렌' 출신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벨기에 경찰에게 신원확인을 요청하였으나 벨기에 경찰로부터 그런 여성은 없다는 답변을 받음으로써 그녀가 고객 등록 카드에 자신의 이름을 가명으로 등록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인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에서 한 언론인이 직접 베를렌에 가서 그녀를 아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였으나 작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알아보는 이가 없었다.
4. 사라진 소지품과 이상하게 많은 총알
그녀가 투숙한 방에 룸서비스를 하러 간 직원이나 청소한 직원들이 그녀의 방에서 커다란 캐리어나 예쁜 구두 한 켤레를 보았다고 증언했으나 직원들이 진술한 소지품들은 현장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여성이 가진 옷 중 상의는 여러 벌 있었으나 하의는 한 벌도 없었다고 한다. 반면 총알은 여러 개가 나왔는데 여성이 가지고 있던 서류가방에서 25개를, 그리고 탄창에서 7개를 발견했다. 이는 자살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 가지고 다니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양이었다.
5. 사라진 남성과 수상한 투숙 과정
여성이 작성한 고객 등록 카드에는 '루이스 페어게이트'라는 이름의 남성이 함께 투숙할 계획이라고 적혀 있었으며 프론트 직원 중 한 명이 그녀가 호텔에 체크인할 때 함께 서 있던 35세에서 40세 사이의 키 큰 남성을 목격했다는 증언까지 확보했으나 이 남성의 정체는 끝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플라자 호텔은 최고급 호텔로서 왕족이나 유명인들이 투숙하는 것은 물론 여러 나라의 정치인들이 모여 회담도 자주 하는 장소였기 때문에 보안이 철저했고 투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여권이나 신분증을 제시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여성이 아무런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은 채 투숙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었다.
4. 피해자
처음 호텔에 예약을 위해 전화했을 때는 영어를 사용했으나 이후에 동행이 생겼다는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다시 호텔에 전화했을 때는 독일어를 사용했다고 한다.[4] 이를 통해 경찰은 여성이 독일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에서 이 사건을 다루었는데 전직 노르웨이 정보기관 출신 요원은 이 사건이 전형적인 정보기관의 처형 방식이라면서 이 여성이 정보기관 요원이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옷의 상표가 제거된 점이나 실종신고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사망한 여성이 정보기관의 요원이었다고 하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라고 한다. 해당 에피소드에서는 여성이 마약 조직의 일원이거나 고급 매춘부였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5. 용의자
여성의 방에서 2816이라는 숫자가 적힌 USA Today 신문이 발견되었으며 신문이 담겨 있던 비닐봉지에 신원미상의 지문이 찍혀 있었다고 한다. 이 신문은 매일 아침 호텔에서 무료로 나눠주던 것이었으며 2816이라는 숫자가 호텔의 2816호 객실과 연관이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노르웨이 경찰이 당시 채취한 지문을 인터폴에 제출했다고 한다.노르웨이 신문인 Verdens Gang에서 사건 당시 2804호에 투숙했던 벨기에 남성을 찾아가 인터뷰했는데 이 남성은 사건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면서 '6월 3일 아침에 체크아웃하면서 맞은 편 방 여성이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프론트 직원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성이 사망한 채로 발견된 건 6월 3일 아침이 아니라 저녁이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수사가 난항에 빠지자 1996년에 사건을 미해결로 결론짓고 시신을 매장하였으나 당시 수집한 사건 증거들을 재조사하고 시신을 발굴해 DNA를 조사하는 등 재수사 중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