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위에 피는 장미/제 2구역 리메이크

의심하고 집착하고 질투하고 반항하는게 뭐가 나쁜데?

똑같이 만들어졌으면서 누구는 행복하고, 누구는 불행한게 더 나쁜거 아냐?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행복한 년이랑 걸핏하면 욕먹고 처맞는 나랑 다른게 뭔데?

내가 행복할 수 없다면...

너도 행복할 수 없어.

내가 하는 짓이 나쁜 짓이라는 걸 모를 정도로 내가 바보로 보여?

나만 착하게 굴면 되겠지. 나만 명령에 따르면 되겠지. 개답게 꼬리만 잘 흔들면 되겠지.

그러면 내 처지도 나아질거라 생각했어.

아니더라.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내 처지는 달라지지 않았어.

이러면 누가 나쁜건데? 응? 누가 나쁜거냐고.

나보다 불행한 녀석들? 있긴 하지.

그 녀석들이 불행한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나랑 똑같이 생긴 녀석만 행복한데.

그 녀석도 운이 좋아서 그쪽에 서 있는 것 뿐이잖아.

다른건 다 필요 없어. 그 녀석만 불행해지면 돼.

엄마. 엄마. 엄마. 엄마.

가족놀이나 하는 물러터진 것들. 보기만 해도 역겨워서 토할 것 같아.

그런 것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들도 제정신이야?

누구는 위험하고, 더럽고, 하기 싫은 일을 해도 욕먹고 처맞기만 하는데.

그게 열받고 짜증나는 게 자연스러운거 아냐?

그 년이랑 이야기한 적이 있긴 하지.

나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하더라.

내가 행복해질 수 없는건 내가 더 잘 아는데?

내가 누구 때문에 불행한지 알고 그런 소리를 하는건가?

그러니 내가 빡치겠어? 안 빡치겠어?

하지만... 이제와서 이런 이야기를 해서 무슨 의미가 있어?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처지는 나아지지 않았는데.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과거는 바뀌지 않는데.

홀로 세상에 떨어져도 나는 여전히 공허하고 불행한데.

사랑받고 행복해지는 것도 자격이 필요하다면...

나에게 사랑받고 행복해질 자격이 있을까?

처음부터... 복수를 위해 만들어진 나에게?

처음부터... 악의로 만들어진 나에게?

이렇게... 피로 물든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