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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2-05-22 09:21:39

애니(리그 오브 레전드)/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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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문 배경2. 애니: 불꽃의 시작3. 말썽4. 두 개의 눈 그리고 불씨5. 구 배경

1. 장문 배경

보람 다크윌 통치 말기에 녹서스는 불안정했고, 마법의 재능이 있던 많은 이들이 수도를 벗어나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먼 시골로 떠났다. 회색의 그레고리와 그의 아내, 마녀 아몰린 역시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귀족 사회를 떠나 국경 지대에서 녹서스의 힘을 과시하며 개척지를 길들이고자 했다.

북쪽의 강철가시 산맥 너머로 한 필의 토지를 차지한 젊은 부부는 추운 겨울과 첫 번째 아이가 오기 직전에 작은 집을 지었다. 이곳은 한때 거대한 그림자 곰들의 서식지였으며, 정착민들이 들려준 곰들의 이야기는 아몰린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만삭의 몸이 된 아몰린은 벽난로 근처에서 그림자 곰을 본뜬 솜 인형을 만들며 시간을 보냈다. 그녀가 마지막 단추 눈알을 단 순간 갑작스러운 산통이 엄습했다. 그렇게, 불씨로 따뜻해진 난로 근처에서 애니는 세상에 태어났다. 먼 훗날, 그레고리는 딸이 새로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어 했던 것이 분명하다며 농담을 건네곤 했다.

애니가 걸음마를 뗄 무렵, 애니와 그레고리가 동시에 병에 걸려 몸져누웠다. 밤이 오자, 애니는 열이 심해져 아몰린의 품에 안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졌다. 다급해진 아몰린은 결국 근처의 강물에서 얼음물을 떠오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그레고리는 아프고 혼미한 상태에서 눈을 떴다. 요람에는 건강을 되찾은 애니가 곰 인형 티버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하지만 아몰린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애니는 엄마가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 믿었다. 그레고리는 티버를 꽉 안고 엄마의 흔들의자에 앉아 타오르는 난로의 불꽃을 하염없이 쳐다보는 애니를 자주 목격했다. 난로는 분명 차가운 잿더미였을 터라 이상하다고 생각한 그레고리는 홀로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이 없는 탓이라 생각하고 이를 가볍게 치부했다.

몇 해가 지나고, 둘이 살던 지역에도 정착민들이 더 늘어났다. 곧 그레고리는 리아나라는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어린 딸 데이지와 함께 수도 밖에서의 새로운 삶을 찾고 있었다.

애니는 새로운 놀이 상대를 반겼으나, 외동으로 제멋대로 살아온 그녀는 새로운 가족에 순응하기란 무척 힘들었다. 애니의 불같은 성질이 폭발할 때마다 리아나는 마음이 불편해졌고, 빠르게 자기 딸의 편을 들었다. 세 명 사이의 불안한 평화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는 것은 그레고리의 몫이었다.

개척되지 않은 국경 지대에 도사린 온갖 위험을 미처 헤아릴 수 없었던 데이지의 놀이는 재앙으로 끝났다. 리아나는 당연하게도 딸의 죽음을 애니의 탓으로 돌렸다. 그리고 그 분노와 슬픔을 의붓딸이 가장 아끼는 물건인 티버에 풀었다. 애니는 어머니의 기억이 남아있는 유일한 물건이 위협받자 큰 충격을 받았다. 어린 소녀가 받은 충격은 곧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되었고,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애니는 잠재되어 있던 화염술사의 능력을 각성했다. 애니의 강력한 의지가 닿자 곰 인형은 굽이치는 화염 방어막 속에서 부활했다.

사나운 불길이 잦아들고 검은 재가 흩날릴 때, 애니는 고아가 되어 홀로 남았다.

도시의 어른들은 의붓어머니와 비슷할 것이라 믿는 애니는 고향인 국경지대에서도 더욱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다녔다. 가끔 귀엽고 순진한 외양을 이용하여 정착민 가족의 집에 신세를 지고 새 옷과 따뜻한 식사를 얻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무모하게 애니와 티버를 갈라놓으려 한 자들에게는 화염과 죽음만이 남았다.

녹서스의 어두운 숲을 떠돌아다니는 애니는 티버의 보호를 받으며 어떤 위험에도 개의치 않는다. 물론, 억제되지 않은 그녀의 힘에 타인이 느낄 위협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애니는 언젠간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 함께 놀 수 있길 고대할 뿐이다.

2. 애니: 불꽃의 시작


애니: 불꽃의 시작 - 제작 이야기 영상

3. 말썽

파일:롤 단편소설 말썽.jpg

마르신은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것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앞에서는 사람들이 맥주가 가득 담긴 커다란 잔을 부딪치면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그러다 이따금 누군가 큰 소리로 술을 주문하고 동전을 올려놓으면 마르신은 즉시 바를 따라 술잔을 손님 앞으로 밀어 보냈다. 조용하고 신속하게 손님들을 상대하는 마르신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았으며, 덕분에 말썽에 휘말리지도 않았다.

선술집에서는 말썽이 끊이지 않았다.

한판 붙을 상대를 찾는 사나운 싸움꾼, 망토를 뒤집어쓰고 비밀스러운 거래를 하다 칼에 맞아 죽는 사람 등, 다양한 일들이 일어났다. 그러던 어느 날 자그마한 여자아이가 선술집 문을 열고 들어왔다.

마르신은 콧노래를 부르며 바를 향해 걸어오는 소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소녀의 뒤로 선술집 문이 큰 소리를 내며 닫히자 뒤따라 들어온 차가운 겨울바람이 선술집을 휘저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손님들은 소녀를 보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의자에 기어올라 앉은 소녀는 바 너머를 겨우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마르신은 소녀의 새빨간 머리카락, 손에 꽉 쥐여 있는 누더기 인형, 등에 멘 낡은 가방과 철에 안 맞게 소매가 짧은 드레스를 차례로 훑어보았다.

"주문하겠니?" 마르신이 물었다.

소녀는 의자를 밟고 일어나 인형을 바 위에 올려놓더니 선반에 놓인 병들을 바라보았다. 마르신은 인형을 살펴봤다. 곰 인형이었다. 주인의 사랑을 받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곰 인형이었다. 인형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팔다리는 바늘땀이 보일 정도로 낡았고, 단추를 꿰매 붙인 눈은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우유 한 잔 주실래요?"

마르신은 한쪽 눈썹을 치켜들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우유가 담긴 도자기 단지를 가지러 바 한쪽 끝으로 갔다.

"꼬마가 혼자 다니기엔 너무 늦은 시간 아닌가?"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르신은 한숨을 내쉬었다. 말썽은 언제나 다른 말썽을 불러왔다. 그는 선반에서 단지를 내리면서 바 쪽을 바라보았다. 애꾸눈의 덩치 큰 남자가 소녀를 옆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남자 앞에 앉은 소녀의 모습은 마치 커다란 산 앞에 놓인 조약돌 같았다. 근육질 몸에 흉터가 가득한 남자는 허리에 밧줄과 쇠사슬, 갈고리를 달고 등에는 커다란 칼을 메고 있었다. 전형적인 현상금 사냥꾼의 모습이었다.

소녀는 남자를 올려다보며 미소짓더니 곰 인형을 들어 보이며 밝게 말했다. "저는 혼자가 아니에요. 친구가 있거든요. 그치, 티버?"

현상금 사냥꾼이 큰 소리로 웃었다. "부모님이 걱정하시겠구나."

소녀는 손을 아래로 내리며 시선을 떨궜다. "아닐걸요."

"아니, 걱정하실 거야. 얼마가 들더라도 네가 무사히 집에 돌아오길 바라시겠지." 마르신은 현상금 사냥꾼이 머릿속으로 돈 계산을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는 소녀의 몸값으로 얼마를 받을지 궁리하고 있었다.

"아니에요. 두 분 다 돌아가셨거든요." 소녀는 다시 의자에 털썩 앉아 곰 인형의 눈을 바라보았다.

현상금 사냥꾼이 다시 입을 떼려고 하자 마르신은 바 위에 잔을 탁 내려놓았다.

"우유 여기 있다." 마르신이 말했다.

소녀는 마르신을 보면서 활짝 웃었다. 조금 전의 침울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감사합니다!"

소녀는 곰 인형을 바 위에 올려놓고 가방에 손을 뻗었다. 마르신은 소녀가 얼마를 내놓더라도 그냥 받을 생각으로 기다렸다.

하지만 소녀는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지갑을 올려놓았다.

금화 몇 개가 바 위에 나뒹굴었다. 금화 하나가 굴러가자, 마르신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금화를 잡았다. 그는 금화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무게와 질감으로 봤을 때 녹서스 제국에서 발행한 금화 같았다.

"아이코!" 소녀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마르신은 마른 침을 삼켰다. 그리고 아무도 보지 못하길 바라면서 금화와 소녀의 지갑을 가방에 다시 넣으려던 찰나—

"너 같은 꼬마가 들고 다니기엔 너무 큰 지갑이구나." 현상금 사냥꾼이 큰 소리로 말했다.

"티버가 찾았어요." 소녀가 대답했다.

현상금 사냥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길에서 어떤 아저씨가 저를 막아 세웠어요. 그 아저씨가 갖고 있던 지갑인데, 정말 나쁜 아저씨였어요." 소녀는 우유를 홀짝였다. 소녀의 관심은 다시 곰 인형을 향해 있었다.

"저런..." 현상금 사냥꾼은 몸을 기울여 지갑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소녀는 현상금 사냥꾼을 올려다보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티버가 먹어버렸어요."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현상금 사냥꾼의 웃음소리가 선술집 안에 울려 퍼졌다.

"그랬구먼!" 그는 두꺼운 손을 뻗어 곰 인형의 머리를 잡고 끌어당겼다. "이것 참 무서운 녀석이군!"

"놔줘요! 티버는 잡아당기는 거 싫어한단 말이에요!" 소녀가 곰 인형에 손을 뻗으며 울부짖자 현상금 사냥꾼은 더 크게 웃었다.

마르신은 금화를 손에 쥔 채 돌아서서 걸어갔다. 누구도 마르신이 멀어지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소녀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는 자신이 개입할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소녀의 목소리에 마르신은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놓.으.라.고."

선술집을 가로질러 들려오는 소녀의 목소리에서 짜증과 분노가 느껴졌다.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마르신은 뒤를 돌아보았다. 소녀는 바 위에 서서 현상금 사냥꾼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의 두 눈은 분노로 이글거렸다.

그리고 선술집은 그야말로 지옥이 되었다.

소녀의 몸에서 빛이 번쩍이며 뜨거운 열기가 솟아 나왔다. 마르신은 두 팔을 들어 올렸지만, 불길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는 고통에 울부짖으며 뒷걸음질 치다 선반에 부딪혔다. 병들이 아래로 떨어졌다. 마르신은 바 아래로 몸을 숨기며 빨리 도망치지 않았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했다. 불길이 치솟는 와중에 사람들의 비명과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뼛속까지 흔드는 정체불명의 포효가 선술집에 울려 퍼졌다. 앞이 거의 보이지 않던 마르신은 주방이라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기어갔다. 주위로 들리는 사람들의 비명은 점점 커졌다. 그때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사람들의 비명이 멈췄다. 그야말로 듣는 사람의 속을 뒤집어놓는 소리였다.

마르신은 바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다. 평생 갈고닦아 온 생존 본능을 저버린 두 번째 행동이었다.

바 너머로 불길을 등진 채 서 있는 거대한 야수의 형체가 보였다. 두꺼운 힘줄이 야수의 팔다리와 몸통을 마치 바느질로 꿰매놓은 듯 연결하고 있었다. 야수의 몸은 불타고 있었다. 몸에 난 털 위로 불길이 일렁였지만, 야수는 전혀 그을리지 않았다. 마르신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야수는 커다란 발톱이 달린 거대한 발로 피투성이가 된 현상금 사냥꾼을 높이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 앞에 소녀가 서 있었다. 원 모양의 화염이 소녀를 감싸고 있었다.

"티버, 네 말이 맞아. 이 사람도 잡아당기는 걸 싫어하네." 소녀가 말했다.

마르신은 공포에 질린 채 주변을 돌아봤다. 선술집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고, 뒤집어진 의자와 탁자에서는 시커먼 연기가 솟아났다. 연기와 함께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찌르자 마르신은 기침과 함께 구역질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야수가 마르신 쪽을 돌아봤다.

마르신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글거리는 곰의 눈을 마주한 마르신은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순간 불길 사이로 큰 웃음이 들려왔다.

"걱정하지 마세요. 티버가 아저씨는 마음에 든대요." 소녀가 야수 옆으로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마르신은 얼어붙은 채 불타는 선술집 안을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소녀의 모습을 지켜봤다. 소녀의 뒤를 느릿느릿 따라가던 야수는 입구를 막고 있던 문을 뜯어냈다. 소녀가 마지막으로 마르신 쪽을 돌아보자 마르신은 입을 떡 벌렸다. 소녀는 다시 활짝 웃어 보였다.

"아저씨, 우유 잘 마셨어요."

소녀는 그렇게 무너져 내리는 선술집을 뒤로 한 채 눈 내리는 밤 속으로 걸어 나갔다.

4. 두 개의 눈 그리고 불씨[1]

도망가.

그녀는 붉게 물든 발을 대지 위로 구르며 목숨을 다해 내달렸다. 검은딸기나무 한 그루를 또 지나쳤다. 더 많은 가시가 해진 옷을 잡아당겼다. 상처가 늘고. 피가 더 흘러내렸다. 고통 또한 커져 갔다.

폐부가 타들어 갔다. 숨을 몰아쉰 그녀는 휴식을 바랐으나, 내면의 목소리는 더욱 갈망하고 있었다.

도망가.

고작 어제 오후부터 도망쳤지만 많은 일이 있었다. 예술학교 운동장에서 교직원이 그녀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렌강 둑을 따라 기어가던 그녀를 보고 개들이 짖어댔다.

밤이 오자 멀리 있던 기수들의 소리가 어둠 속에서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그녀는 그곳에서 책가방을 잃어버렸다. 레이븐블룸 예술학교에서 훔쳐 온 사과 두 개와 빵 쪼가리, 녹머치에서부터 온 듯 구린내가 나는 치즈 반 덩어리까지 모두 잃은 셈이다. 대피하기에는 충분했지만 딱 그 정도 양이었다. 허기가 그녀를 갉아 먹었다. 그녀는 열매를 주워 가지를 씹고 잎에 맺힌 빗물을 마셨다.

한시도 평온할 틈이 없었다. 움직임을 멈출 때마다, 피로가 그녀를 덮칠 때마다, 내면의 목소리는 다시 말을 걸려 했다.

도망가.

튀어나와 있는 뿌리에 발이 걸린 그녀는 세게 부딪히며 넘어졌고 그녀 안의 무언가가 깨져버렸다. 그녀는 이를 꽉 깨물며 소리 질렀다. 고통은 그녀의 다리를 타고 올라왔고 욱신거리며 천천히 온몸에 퍼져나갔다. 온몸이 아팠다. 온몸이 타는 듯했다.

그녀는 잠시 동안 얼굴을 진흙에 박은 채 누워 있었다. 밤비가 고장 난 그녀의 몸 위로 흐르며 눈물과 피를 씻겨주었다.

도망가라고. 화난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침내 그녀가 대답했다. "못 해!" 그녀의 목소리는 고장 난 몸처럼 온전치 못했다. "못 한다고!"

목소리가 잠잠해졌다.


시간이 흘렀다. 그녀는 피로와 고통으로 잠에 빠졌다.

꿈에서 전에 일어났던 일이 번뜩였다. 텔시 교장은 기숙사 방에 서 있었다. 그 옆에는 '가시의 심판자'가 있었다. "너는 선택받았단다." 텔시 교장이 말했다. "아이오니아 전쟁에는 새 무기가 필요해. 옛 무기가."

심판자의 투박한 손이 관자놀이 위에 놓였다. 그녀의 눈에 불이 번뜩였다.

뜨거움. 열기. 목소리.

목소리.

일어나.


깜짝 놀라며 일어난 그녀는 옆으로 숨어 주변을 살폈다. 비는 멈추었고 숲에는 적막만 맴돌았다. 소리라고는 나무 사이를 지나다니는 바람 소리와 멀리 있는 올빼미의 울음소리가 전부였다.

위험할 만한 일은 없었다. 적어도 지금은.

그녀는 지친 팔로 천천히 몸을 일으킨 다음 등을 기댔다. 무릎에 또 금이 가 다리 전체에 고통이 퍼졌다. 고통이 희미해질 때까지 가까스로 신음을 삼켰다.

머리 위로 흔들리는 나뭇가지 너머 구름 사이에 있는 별들이 보였다. 행복했던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할머니와 펜즈워스의 들판에 누워 별자리 이름을 맞히던 때가 기억났다. 여우자리. 거짓말쟁이자리. 희망자리. 지금 그녀 위에서 반짝이고 있는 별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마녀자리다.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겨울 추위로 그녀가 흘린 눈물 한 줄기에서 김이 피어올랐다.

춥다. 추워!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 냉기가 손가락과 발을 마비시켰다. 몸이 얼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끌어안고 몸에서 최대한 진흙을 닦아냈다. 두려움에 빠져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오한이 시작되었다.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로운 말이었다.

불.

그녀는 어둠 속에서 나무 사이를 절뚝거리며 태울 수 있을 만한 마른 가지와 잎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일찍이 온 비가 온 숲을 뒤덮었고 모든 것을 적셔 버렸다.

오한이 멈추었다. 고통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포기한 채 추위에 굴복하려 했다. 그때 앞에 있는 작은 터에 커다란 벌채목의 매끄러운 그루터기가 달빛에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눈을 가늘게 떠 초점을 잡고 자세히 보자 표면에 새겨진 자국이 보였다.

심장이 요동쳤다. "길나무... 길나무야!"

유년 시절 자주 보던 나무였다. 삼림 지대 곳곳에 흩어져 있는 길나무는 제국 정찰병들이 길을 표시하고 남은 식량과 야영용품을 보관하는 데 쓰였다. 한 발짝 한 발짝 고통을 삼키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 그루터기에 다다랐다. 도움이 될 만한 무언가를 찾아 구멍 속을 더듬었다.

찾았다! 가늘고 연약한 무언가가 그녀의 얼어붙은 손가락에 걸렸다. 불쏘시개였다. 그녀는 막대 뭉치를 꺼내 노끈으로 단단히 묶었다. 안에는 부싯돌, 불씨 잎, 육포, 야생 버섯 한 움큼이 있었다.


이내 불이 피워졌다. 타닥타닥 타는 불 앞에 앉아 그녀는 무릎을 껴안은 채 육포를 씹었다. 오래된 데다 먹을 수 있다고 보기도 힘든 상태였지만 상관없었다. 코앞에 닥친 생존 문제가 해결되자 그녀는 돌이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텔시 교장이 화가 많이 났을 거야. 타오르는 불꽃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텔시 교장은 엄하고 신경질적인 여성이었다. 주름지고 초췌한 얼굴에는 미소보다 날카로운 눈초리가 떠오르는 일이 더 잦았다. 지금쯤 학교 문을 걸어 잠그고 그녀를 찾을 정찰대를 보냈을 것이다.

"아, 핀."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학교의 제1 정찰대 소속인 핀은 그녀와 같이 재능 있는 사람들을 찾아 거처를 마련해 주는 선량한 눈빛의 신사였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바로 몇 주 후 마을 사람 모두가 그녀를 내쫓으려 할 때 핀이 찾아왔다. 제국에서 마법사의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했지만 펜즈워스처럼 외딴곳에 사는 이들에게 마법사는 여전히 불신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그녀를 마녀라고 불렀다.마녀. 혐오스럽게 바라보던 시선들이 떠올랐다. 도움을 구하던 일이 생각났다. 모두 그녀를 문전박대했다. 고독뿐이었다.

그후 어느 여름날 핀 레트릭이 그녀를 찾아와 희망을 선물했다.

그녀는 멀쩡한 다리로 불을 걷어찼다. 장작이 갈라지며 불꽃이 다시 타올라 얼굴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한 번 더 타오르던 빛을 바라보던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

텔시 교장의 꿍꿍이를 핀이 알았을 리 없지. 핀은 나에게 다정했으니까. 핀은 나에게—

자신 앞에 무언가가 있음을 느낀 그녀는 생각을 멈췄다. 불이 모습을 잡으며 희미하게 윤곽을 그리다 허상으로 사라졌다. 그녀는 형상이 계속해서 자리 잡다가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같은 형상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녀는 불 위로 시선을 돌려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두 개의 검은 구멍을 발견했다. 밤처럼 고요하고 어두운 구멍은 주위에 타오르는 불꽃에도 그대로였다.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구멍이 아니야. 그녀는 알아챘다.

눈이었다.

아몰린.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듣고 얼어붙었다. 불꽃이 타올랐지만 눈은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 또한 마주 보았다. 소름이 돋았다.

"이게... 이게 뭐지?" 아몰린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텔시 교장은 이를 재능이라고 부르던 것이 기억났다. 그녀를 단순한 마법사가 아닌 더욱 강력한 존재로 만들어줄 그 재능.

"너는 여왕이란다." 텔시 교장이 말했다. "이건 네 왕관이고."

아몰린.

타오르는 불꽃처럼 목소리는 커져갔다. 목소리는 그녀 안에서 그녀의 뼈를 흔들며 요동쳤다.

봐.

불이 움직이기 시작하며 그녀가 본 적 없던 일을 생각나게 하는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거기야. 크고 웅장한 돌 성당. 입구에는 무장한 타이탄이 거대한 곤봉을 휘두르며 애처로운 전사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 옆에는 무시무시한 짐승 두 마리가 서 있었다. 하나는 그림자였고 다른 하나는 불이었다.

봐.

아몰린은 두 번째 짐승에게 마음이 이끌렸다. 아몰린은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짐승은 덩치가 크고, 수많은 거대한 팔이 불타고 있었으며, 골격이 꿈틀대고 있었다. 짐승은 포효하며 분노를 내질렀고, 적들을 끔찍한 불에 휩싸여 쓰러져갔다.

불꽃이 아몰린 앞에서 번쩍였다. 창백한 여인이 미소 지었다. 그녀의 발 아래에는 금속의 타이탄이 쓰러져 있었다. 그를 따르던 짐승 두 마리는 저지당했다. 로브를 입은 형상들이 그들을 둘러싸며 그녀가 알지 못하는 언어로 기도문을 읊었다. 짐승들은 분노했다. 아몰린은 짐승들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의 힘이 빗방울처럼 작은 방울 두 개로 작아지며 쇠약해지는 모습을 보았다.

아몰린은 작은 병에 갇힌 분노의 불방울을 바라봤다. 며칠, 몇 달, 몇 해가 흘렀다. 어떤 손길도 닿지 않은 채 갇혀 있었다. 약해지고 있었다. 절망적이었다. 영혼이 사그라들었다. 빛이 쇠약해지기 시작했다. 포효가 통곡으로 변했다.

아몰린은 자신 안에서 예기치 못한 무언가를 느꼈다. 동정이었다.

불꽃이 다시 타올랐다. 가시의 심판자가 조용히 마차를 타고 가는 것이 보였다. 그 앞에는 레이븐블룸 예술학교가 있었다. 불방울은 병에서 흘러나와 메마른 이마로 떨어졌다.

비명과 족쇄, 불.

불이다.

"멈춰!" 목소리가 소리쳤다. 아몰린은 무의식 속에서 깨달았다.

분노로 타오르는 두 개의 검은 눈은 그녀의 얼굴 가까이에 있었다. 아래에서 무언가 느껴졌다. 열기였다. 아몰린이 시선을 내리자 발목까지 찰랑거리는 불꽃이 가득한 불구덩이에 서 있는 자신이 보였다. 고통이 퍼져 비명을 지르려 한 순간, 로브를 두른 이가 달려와 그녀를 넘어뜨렸다.

진흙에 처박힌 그녀는 불에서 나오는 연기와 불씨 때문에 기침했다. 남자는 몸을 추스르며 숨을 쉬었다.

"이런, 대체 뭘 하던 거야?"

아몰린은 고개를 돌렸다. 연기 때문에 목구멍이 계속 타들어 갔다. 그녀는 넘어진 채 폐를 바늘로 쑤시는 듯한 기분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침을 해댔다.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난 돌아갈 수 없어." 아몰린이 목이 쉬어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람이 내게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잖아."

그녀의 어깨 위에 그의 손이 느껴졌다. "누가?"

"텔시 교장." 아몰린은 쇠로 된 구속 장치가 자신의 손목을 감싸리라 생각하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누구?" 남자가 다시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서 혼란이 느껴졌다.

아몰린이 돌아보자 어둠 속에서 자신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여윈 남자를 발견했다. 낯선 이였다. 그도 그녀를 모르는 게 분명했다.

"누구지?"

남자는 몸을 돌려 자신 옆에 있던 쓰러진 나무 위에 앉았다. "그레고리라고 해. 국경으로 가고 있는 여행객이지." 남자가 차분히 말했다. "그게 다야." 남자는 그녀를 잠시 살펴보았다. "당신은?"

"아몰린."

"아몰린, 다친 거야?"

그녀는 자신의 다리를 살폈다. 장화의 밑창은 숯처럼 타버렸고 신발 끈은 불에 타 사라졌다. 아몰린은 그을은 가죽 신발을 벗어 발을 보았다. 발은 멀쩡했지만 학교에서 달아나느라 생긴 물집과 멍은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무릎만 좀." 아몰린은 망가진 신발을 밀어내며 중얼거렸다.

불이 타올랐던 곳을 쳐다보니 무너진 숲이 보였다. 해가 뜨자 구덩이에는 옅은 빛을 내는 연기와 불씨만 남았을 뿐이었다.

아몰린은 검은 눈을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흠, 무릎이랑 맨발 때문에 걸어서 이동하지는 못하겠군?" 그레고리가 말했다. 그는 아몰린을 수상하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레고리의 눈에 비친 그녀는 달아나는 새벽빛 속에서 절망에 빠진 한 젊은 여자일 뿐이었다. "내 수레가 근처에 있어." 그가 나무 사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근처 마을로 데려다주지. 마을에 있는 치료사에게—"

"됐어." 아몰린은 매몰차게 거절했다. 마을은 위험했다. 특히 이곳 마을이라면. 텔시 교장의 정찰병이 있을지 모른다.

"이렇게 그냥 둘 수는 없겠는데."

아몰린은 그레고리를 다시 쳐다보았다. 레이븐블룸 인장 같은 배지나 핀, 옷 문양이 있나 확인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둬."

그레고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뭐라도 먹지? 마차에 고기파이가 있어. 지지난번 들린 마을에서 갓 구운 거야."

아몰린은 잠시 침묵하며 꼬르륵거리는 배를 참아보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굴복하고 말았다.

"그래, 좋아."


둘이 식사를 끝낼 때 쯤 밝고 차가운 겨울 해가 굽이진 나무 위로 떠 올랐다. 그레고리는 파이 말고도 차가운 우유 한 병과 달게 졸인 밤 한 움큼을 주었다. 그는 아몰린과 함께 길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진흙에 녹서스 지도를 그린 후 자신이 여행하며 방문했던 모든 장소를 표시했다. 아몰린은 조용히 그를 지켜보았다. 회색의 그레고리라는 이 남자는 활기찬 사람이었다. 그가 해준 술 취한 바실리치 돌거북 고자질쟁이 이야기는 그녀의 얼굴에 희미하게나마 미소를 떠오르게 했다.

그가 이야기를 마치자 작은 야영지 위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레고리는 몸을 젖혀 꺼진 불구덩이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었는지 말해주겠어?" 그가 부드럽게 물었다.

아몰린은 입술을 다물었다.

"어디로 가는지 알려줘." 아몰린은 그의 질문을 무시하고 흙 위의 지도를 발짓하며 말했다. 그레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숯이 된 막대기를 들고 지도 끝을 두드렸다.

"저기." "산 너머. 북쪽 끝으로 가면."

"뭐가 있는데?"

그레고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것도. 초원, 계곡뿐이야. 난 저기에 집을 짓고 싶어." 그가 아몰린을 쳐다봤다. "당신은? 바람은 당신을 어디로 이끌고 있지?"

아몰린은 생각에 잠긴 채 고개를 숙였다. 원래는 드루그네나 외진 토쿠골 어딘가로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날이 밝고 생각해 보니 두 곳 다 너무 가깝고 뻔한 장소 같았다. 펜즈워스의 옛 이웃들은 믿을 수가 없고 수도를 향해 남쪽으로 가는 건 도박이었다. 아몰린은 예술학교에서 다른 이들이 하던 말을 떠올렸다.

장미는 모든 곳에 있어. 모두가 장미지.

아니, 새로운 곳을 가야 했다. 가보지 못한 곳으로.

아몰린은 진흙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 "날 데려가겠어?"

그레고리는 침묵에 잠겼다. 아몰린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눈썹을 치켜뜬 채 자신을 쳐다보는 그레고리를 보았다.

"국경 가까이에 가면 떠날게.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을 거야." "난 사냥도 할 수 있고 요리도 해. 그리고—"

그레고리가 조용히 웃으며 한 손을 들었다. "어디든 당신이 원하는 곳까지 데려가지, 아몰린.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 그의 말을 기다리는 아몰린을 향해 그레고리가 몸을 기울였다. "북쪽으로 가는 건 긴 여정이야. 가는 동안 네 이야기 좀 해주겠어?"

"내 얘기는 재미없을 텐데, 회색의 그레고리 씨."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듣고 싶어."

정오가 되어 그레고리는 말에 올라타 여행을 계속했다. 아몰린은 뒤 수레에 있는 식량 자루와 장작 사이에 숨어 있었다. 덜컹이는 수레와 따뜻한 담요, 그리고 피로가 이내 아몰린을 잠에 빠뜨렸다.

어둠이 그녀를 삼켰고, 마침내 그녀는 자신을 해하려는 이가 아무도 없는 평화로운 곳을 꿈꿀 수 있었다.

5. 구 배경

애니가 태어났을 때, 애니의 부모는 딸이 다른 아이들과는 뭔가 좀 다르다는 것을 직감했다. 불과 2살이 되던 해, 애니는 숲 속에 사는 사나운 맹수 그림자 곰에게 마법을 걸어 애완동물로 삼았는데, 이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애니는 그 곰을 '티버'라고 부르며 항상 곁에 데리고 다닌다. 때로는 이 곰에게 마법을 걸어 인형으로 탈바꿈시킨 후 장난감처럼 지니고 다니기도 한다.

애니의 부모는 원래 사악한 도시국가 녹서스 사람이었다. 이때는 아직 리그가 창설되기 전이었고, 왕위 계승자를 자처한 라스챌리온 왕자의 반란을 녹서스 최고 사령부가 막 진압한 참이었다. 사령부는 새 정부를 향한 그 어떤 불만이나 반대도 허용하지 않았으며, 불의를 참지 못하는 사람들은 사령부가 저지르는 악행에 동참하길 거부하고 녹서스를 떠났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이단자가 된 이들은 스스로 회색 회합이라 칭하며 녹서스가 아닌 곳에서 조용히 어둠의 비전 마법을 연구하고자 했다. 이들을 이끌었던 지도자는 바로 회색의 마법사 그레고리 헤스터와 그림자 마녀 아몰린 부부, 바로 애니의 부모였다. 둘은 마법사들과 지식인들을 이끌고 대장벽을 넘어 척박한 부두의 땅 북부 경계 지대에 정착했다. 애니의 부모님은 수많은 어려움에 부딪혔지만, 항상 꿋꿋하게 이겨나갔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은 한 달이면 죽어나가고도 남았을 이 땅에서 회색 회합은 결국 번영을 일궈냈다.

녹서스 탈출 몇 년 후, 그레고리와 아몰린은 아이를 낳아 애니라고 이름 지었다. 특별한 혈통과 부두의 땅에 고유한 '어둠의 비전 마법' 덕분에 애니는 대단한 마법사가 되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이제 애니는 전설의 리그 에서 가장 명성 높은 챔피언 중 한 명이다. 회색 회합 사람들을 어떻게든 쫓아내고 싶어했던 녹서스조차 애니를 간절히 원할 정도니까.

"애니는 아마도 정의의 전장에서 가장 강력한 챔피언 중 한 명일 겁니다. 애니가 어른이 되면 얼마나 더 강해질지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질 정도입니다." - 상임 의원 키어스타 멘드레이크


[1] 애니의 친모, 아몰린에 대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