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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2-24 23:14:21

신궁(백제)


1. 개요2. 일본서기 기록

1. 개요

백제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종교 시설.

2. 일본서기 기록

‘소가신(蘇我臣)이 물었다. 성왕은 천도지리에 통달하여 이름이 사방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 어찌 뜻밖에 서거하여 흘러간 물과 같이 돌아오시지 않고 무덤에서 쉬시리라고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어찌 아픈 것이 이렇게 심하고 슬픔이 이렇듯 간절합니까. 무릇 마음이 있는 자 그 누가 애도하지 않겠습니까. 혹 어떤 죄라도 있어 이런 화를 불렀습니까? 이제 또 어떤 묘책을 써 국가를 안정시킬 것입니까? (…) 옛날 웅략천황(雄略天皇) 때에 그대의 나라가 고구려에 공박당하여 누란의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천황이 신지백(神祗伯)에게 명하여 신지에게 계책을 물어보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신지가 신의 말을 빌어 말하기를, (백제의) 건방지신을 청하여, 가서 망국의 위기에 처한 왕을 구하면 반드시 나라가 바로서고 백성 또한 편안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건방지신을 청하여, 가서 백제를 구하였습니다. 이렇게 하여 나라의 사직이 안녕되었던 것입니다. 원래 건방지신이란 하늘과 땅이 나뉠 때 초목도 말하던 시절 하늘에서 내려와 나라를 세운 신입니다. 요즈음 들으니 그대 나라에서는 건방지신을 방치해 두고 제사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지금이야말로 지난 죄를 뉘우치고 신궁을 수리해 신령들을 모시어 제사지내면 나라가 번성할 것입니다. 그대는 부디 이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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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기』 흠명천황 16년(555년) 2월조의 기사}}}

일본서기에 백제의 신궁을 언급하는 기록이 나온다. 다만 제사의 진행과 관련된 내용은 아니고, 성왕의 사망 등 백제에 재앙이 잦아져 사신으로 백제에 온 일본 소가씨 사신에게 조언을 구하니, 일본 사신이 '백제가 너무 불교에 빠져 건방지신(建邦之神)에 대한 제사를 소흘히 했기 때문이다( 서정록 저, '백제금동대향로')'라고 답하는 내용. 소가씨는 일본의 불교 도래에 매우 적극적이었던 친불교파 가문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을 했다는 기록이 있기에, 학계에서는 당시 백제의 불교 신앙이 지나치게 과도했다는 기록으로 본다. 즉, "백제가 불교에만 너무 빠져서 토착 신들을 소홀히 여기니까 나라에 재앙이 생기는거 아닌가?" 하는 것.

또한 백제가 고구려의 침입으로 한성을 빼앗기고 웅진으로 천도한 뒤 건방지신, 즉 나라의 건국신을 청하여 사직을 안정시켰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건방지신을 모시는 곳은 신궁이므로, 백제의 제사체계가 이미 한성시대에 시조묘(始祖廟) 제사에서 신궁 제사로 바뀌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시조와 건방지신 사이에는 신격의 차이가 있다. 시조가 단순히 나라를 건국한 조상이라면, 건방지신은 나라를 건국한 ‘신’(神)인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전지왕 이후 시조묘 배알 기사가 없는 것은 백제가 이미 한성시대에 신궁을 세우고 이곳에 조상신과 각종 신령들을 모시게 되면서 따로 시조사당을 찾을 필요가 없어진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현실적으로 보더라도 한성백제의 기틀이 잡히고 왕권이 강화되면서 귀족 및 토착세력 등 여러 세력집단들이 모셔오던 시조들과 신령들에 대한 제사체계를 왕실을 중심으로 정리할 필요성이 커졌을 것이다( 참고).

삼국시대 토속 신앙이 대체로 일본 신토와 많은 부분이 맞닿아 있었던 것도 살펴볼 수 있다. 당장 위 일본서기 인용 부분에서 백제와 일본 두 나라가 숭신(崇神)에 있어 어느 정도의 신앙 체계를 공유했음을 알 수 있으며, 추가로 건방지신에 대한 소개 중 애니미즘적인 묘사, 신토의 신궁과 마찬가지로 지역 토속신앙을 왕실 중심으로 개편한 부분 등에서 상당한 유사점을 볼 수 있다. 건축적으로도 백제의 신궁 터로 추정되는 부여 능산리 고분군 동실의 고상식 가옥 형태는 고구려의 부경과 일본의 이세 신궁, 정창원(正倉院)에서 나타나는 형태로 고대 동북아시아에서 한반도와 일본 열도가 대체로 유사한 토속신 숭배 체계를 가졌음을 추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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