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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24 00:54:14

시어머니 죽이기

파일:시어머니죽이기.jpg

1. 기본 정보

일본작가 니카이도 마사히로가 1990년대 초 소설신조에 연재한 단편만화. 원제는 極楽町一丁目 (嫁姑地獄篇).

작가는 원래 시사 만화풍의 그림을 연재하던 사람이었는데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다이쇼 시대의 낭만화풍으로 바꿨다고 한다.

제목처럼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암살을 시도하고 시어머니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막아내는 게 주 패턴이다. 암살에 실패하고 서로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이 감상포인트.

구글에 검색하면 외설 문학 장르라고 나와있는데 음란과는 거리가 멀고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외설문학이라고 언급된 이유는 아마도 음란성보단 매우 무람없다는 사전적 의미의 "외설"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설마하니 이게 정발될 줄은 몰랐다

2. 설명

남편을 외국으로 출장보내 독수공방 중인 젊은 며느리 노리코와 그의 시어머니가 동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옴니버스식 4컷만화로 구성되어 있다.

며느리는 나긋나긋하고 얌전한 성격이고 시어머니 또한 며느리에게 부드럽게 대하며 서로를 위하는 말만 하지만 행동은 정반대로 며느리는 시종일관 병상에 누워있는 시어머니를 죽이려고 별 짓을 다 한다.

그 방법 또한 다양해서 목을 조르는 건 일상이고 폭탄을 설치하거나 부엌칼을 꺼내들거나 절벽에 밀어버리고 뱀을 풀거나 심지어는 바다에 익사시키려고 잠수를 한 후 유기시키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다. 그런데 더 대단한 건 그 모든 것을 시어머니가 물리치고 무림의 고수처럼 전부 피하다가 마지막엔 며느리를 집어던지고 서로 내숭을 떠는 걸로 끝난다.

며느리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설명되지 않는다. 다만 작 중 딱 한 화에서 며느리가 살인시도를 안하고 평범하게 대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시어머니의 이부자리를 봐주고 돌아서는 며느리한테 시어머니가 계속 치근대서 결국엔 며느리가 식칼을 꺼내들고 서로 싸운다.

결국 뭘하든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서로 싸울 수밖에 없다는 주제를 일관되게 보여준다.

이렇게 살벌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제외한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친절하다.

집 밖에서 적십자 모금운동을 하자 시어머니의 목을 조르다 말고 지갑을 들고 나와서 꼬박꼬박 기부를 한다. [1] 한마디로 시어머니 한정 악녀란 소리. 그런데 가끔 그 친절이 지나쳐서 인생을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양아치의 목을 피아노줄로 졸라서 죽여버리곤 경찰한테 어차피 다시 시작할거면 맨 처음부터 시작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도와준 것 뿐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경찰관은 "그럴 법도 하군"이라고 덤덤하게 말하고 처음부터 사건을 목격하던 회사원은 지루한 표정으로 시계를 보고는 도중에 그냥 가버린다.

사실 시어머니를 죽이려 들어서 그렇지 시어머니에게도 친절하게 대하기는 한다.

메인 테마인 노리코와 시어머니 말고 시아버지 편도 종종 나오는데 여기서 나오는 시아버지도 며느리의 살생부에 올라가 있다. 하지만 시어머니처럼 저항하지도 않고 성격도 바보 같아서 며느리의 살해 시도를 호의로 전부 받아들인다. 그리고 불사신인지 황산을 먹고 바다에 유기 당하고 눈 속에 파묻혀도 금방 털어 내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깨끗이 나아버린다.

일본 내에서도 처음에는 잔혹한 내용 때문에 비판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엔 인정을 받았는지 제 21회 일본만화가 협회상 대상을 수상했다.

왜 이런 만화를 그렸는지 작가의 후기에 드러나는데 웃음이라는 것은 건강과 행복, 평화를 상징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웃음은 항상 다른 이들의 불행을 제물로 삼으며 즉, 희극은 비극이라는 어머니가 없으면 태어나지 못하는 아이와도 같은 것인데 인류 최대의 불행은 부모와 자식과 배우자의 식구들을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원래는 사람들의 불행을 그려보고자 시작했으나 어쩌다보니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싸움이 중심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몬티 파이선을 언급하는 걸 보면 아마도 블랙 코미디를 의도한 것 같다.

사무라 히로아키의 단편만화 이사에서 시어머니 죽이기를 패러디한 장면이 나온다.


[1] 이 때 시어머니가 "너 사실은 마음씨가 고운 사람이구나"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