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스페이스 비글(The Voyage of the Space Beagle)은 A. E. 밴보트의 SF소설이다.먼 미래, 과학자와 군인들이 탑승한 우주선 '비글 호'가 아직 인류에게 알려지지 않은 심우주를 탐험한다. 우주를 탐험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외계인들과 조우하면서 겪는 모험을 다룬다. 처음부터 장편소설로 쓰여진 것은 아니고, 각각 따로따로 발표되었던 네 편의 중단편 <검은 파괴자 (Black Destroyer) (1939)>,<신경의 전쟁 (War of Nerves) (1950)>,<진홍색의 불협화음 (Discord in Scalret) (1939)>,<M33 성운 (M33 in Andromeda) (1943)> 을 나중에 차례로 연결하여 고쳐 쓴 것이다.
고전 SF로서 '섬우주를 항해하는 우주선의 모험담' 및 '우주선이 위협적인 우주생물과의 조우'라는 설정은 후대에 나온 스타트렉과 에일리언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국내에선 아이디어회관에서 나온 아동용 축약버전(아나비스 미등장)이 있으며 성인용으론 동서문화사(우주선 비이글호)와 모음사(스페이스 비글)에서 번역을 내놓았으나 현재는 모두 절판되었다. 팬덤에선 인간을 넘어서, 리보위츠를 위한 찬송과 함께 재번역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작품.
2. 설정
2.1. 비글 호
Space Beagle. 원자력으로 구동되는 거대한 핵추진 우주선이다. 자급자족하며 장기간 탐험을 계속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음식물도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수준이다.)비글 호에는 과학자 및 군인 1천여 명이 승선했는데 모두 남자이다.[1]과학의 각 분야를 대표하는 화학부, 물리학부, 생물학부 등의 부서가 있다. 함선의 실질적인 운용 및 안전을 담당하는 승무원들은 모두 군인이다. 각 과학 부서의 부장 중에서 탐험대장을 선출하여 과학자 그룹을 대표하고, 군인들 중 최고 계급자가 선장을 맡아 탐험대장과 선장이 공동으로 협의하에 함선을 운용한다. 기본적으로 군인들은 과학자들의 연구활동에는 간섭하지 않고 과학자들도 함선의 운용이나 안전에 관한 부분은 군인들에게 맡기지만 실제 함내 생활에서 군인과 과학자들 간 알력이 심하다고 묘사된다.
2.2. 주요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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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글로브너
이 소설의 주인공. 비글 호 내의 과학부서 중 가장 무시당하는 정보종합학부의 부장이자 유일한 부원. 이 시기 과학은 너무나 각자의 분야에 특화되느라 학문분야 간 연계성이 부족해졌다. 이 때문에 분야 간 연계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겨 정보종합학이라는 응용학문이 나타났다. 주인공답게 비글호가 맞닥뜨리는 대부분 문제에서 직접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며 대활약한다. 덕분에 작품이 진행되어 갈수록 비글 호 승무원들의 신뢰를 받으며 높은 입지를 얻게 된다.
스페이스 비글은 원래 단편 소설로 따로 출판되었던 작품들을 나중에 모아서 고쳐 쓴 작품이며, 글로브너는 원래 단편에는 나오지 않은 캐릭터이다. 나중에 단편들을 하나로 모으면서 작품 전체의 주인공이 필요해지자 추가된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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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모튼
비글 호의 수학부 부장으로, 과학자 그룹을 대표해서 탐험대장을 맡았다. 모나지 않고 무난한 성격으로 선내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잘 수행하며, 입지가 불안한 정보종합학부에도 나름 배려를 아끼지 않아서 글로브너를 비롯한 과학자와 군인들 양측에서 모두 신뢰를 받는다. 익스톨의 침입 때 원자포 오발 사고로 방사능에 피폭되어 대장 자리를 정적인 화학부 부장 그레고리 켄트에거 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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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 켄트
비글 호의 화학부 부장으로, 모튼의 후임으로 대장 대리를 맡는다. 카리스마가 있고 리더십이 뛰어나지만 매우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인물이다. 자기 말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고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글로브너를 눈엣가시로 여겨서 글로브너를 제거하려고도 시도했지만, 아나비스와의 결전에서 글로브너의 활약으로 큰 위기를 넘긴 후터는 글로브너를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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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 대령
비글 호의 군인 승무원들을 대표해서 선장을 맡았다. 표면적으로는 과학자 그룹을 존중하지만 내심으로는 비글 호의 주도권은 군인들이 가지고 있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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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따
비글 호의 고고학 부장으로, 비글 호에 닥친 문제에 대해 매번 신선하고 새로운 발상의 접근을 내놓아 글로브너의 사태 해결에 도움을 주는 인물. 아이디어회관에서 발매한 아동용 버전에선 이 사람을 한국인 장현두 박사로 뜯어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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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글로센
비글 호의 물리학 부장. 익스톨에게 납치되어 체내에 알이 주입되었으나 극적으로 구출되어 수술로 알을 적출하고 생명을 건진다.
2.3. 외계생물
- 쿠알 (Coeurl) (<검은 파괴자>에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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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임 (Riim) (<신경의 전쟁>에 등장>
새 같은 모습을 한 외계인. 텔레파시로 소통하는 능력을 갖추었다. 사실 지적이고 사회적이며 본심이 나쁜 종족은 아닌데 이들이 우호적인 의도로 보낸 텔레파시 신호가 비글호의 승무원들을 최면상태에 빠트려 환각, 망상을 일으켰고 평소 억눌러 왔던 과학자 그룹과 군인 그룹과의 갈등을 의식으로 표면화시키는 바람에 선내에는 대혼란과 충돌이 일어나 많은 인원이 희생된다. 비글 호 승선 이전에 최면공격에 대한 대비훈련을 받은 적이 있던 글로브너는 리임인의 신호에 뇌영향을 받지 않았고, 뇌파수정장치를 이용하여 '당신들의 우호적인 접촉시도가 우리에게 파멸적인 악영향을 주고 있으니 텔레파시 송신을 당장 중단하라.'는 의사를 전송하자 리임인이 신호발생을 멈추면서 선내에서 벌어졌던 대혼란은 겨우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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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톨 (Ixtl) (<진홍색의 불협화음>에 등장)[2]
비글 호가 만난 외계 생명체 중 가장 위협적인 존재이다. 지금 우주의 한 세대 전 우주를 지배했던 종족으로, 그롤이라는 별에 살았는데 어느날 그롤 별이 스스로의 에너지를 견디지 못하고 인근 별들과 함께 폭발[3] 우주로 방출된 종족이다. 익스톨 종족은 우주 공간에서 하나둘씩 죽었고 익스톨 하나만이 마지막 생존자로 남았다.
우주 공간에서 겨우 생명을 부지하던 익스톨은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비글호의 강력한 에너지[4]를 감지하여 비글호를 추적한다. 그러나 비글호를 따라잡지 못한 익스톨은 멀리서 비글호의 에너지를 흡수했다. 이상을 감지한 비글호 승무원들은 배를 멈춰 세운다. 그 틈을 타서 익스톨은 붙잡히는 척 비글호에 탑승한다.
본색을 드러낸 익스톨은 신체를 이루는 원자 구조를 조정하여 우주선의 벽을 유령처럼 통과하며 승무원들의 몸안에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한 알을 기생시키기 시작한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승무원들은 모두 구명정에 옮겨타고 일부러 배를 포기한 척 밖으로 빠져나온다. 익스톨은 이에 낚여 함정에 빠진 걸로 생각하고 스스로 비글 호 밖으로 빠져 나오고 이를 틈타 승무원들은 배 주위에 방어망을 둘러쳐서 익스톨의 접근을 막은 뒤 배로 모두 복귀한다.[5] 익스톨은 비글 호를 발판 삼아 다시 우주를 지배하는 종족으로 부흥시키려던 자신의 원대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허탈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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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비스 (Anabis) (<M33 성운>에 등장)
무정형의 생물로 죽어가는 생명체의 에너지를 먹이로 흡수하면서 살아가는데 이때 먹이가 된 생명체의 지식이나 기억까지 같이 흡수한다. 초공간이동과 물질이동까지 익혀 자기가 사는 섬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였으나 먹이의 고갈로 생존의 위협을 느끼던 중 비글호의 존재를 알게되어 비글 호를 이용해 다른 섬우주로 뻗어 나가고자 하나 이 의도를 간파한 글로브너의 대처로 결국 굶어 죽는다.
범우주급 대재앙으로, 한 행성에 사는 생물들을 한방에 전멸시키는 것은 일도 아닌 초대형 괴물이다. 몸이 우주에 떠도는 가스구름 형태라서 그 존재를 인식하기조차 어려우며, 텔레파시 비슷한 것을 이용해 생물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조종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떨쳤던 익스톨에 비해 훨씬 못한 취급을 받는다.
[1]
음식에 약품을 섞어 성욕을 억제한다는 설정이 나온다.
맛스타?
[2]
아래 이미지는 크리쳐 디자이너
웨인 발로가 그린 익스톨의 모습. 'Barlowe's guide to extraterrestrials'에 수록된 삽화이다.
[3]
현재의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이다.
[4]
비글호의 동력원은 원자력인데 시간당 1광년이라는
초광속으로 항행이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원자력으로는 광속의 절반조차 내기 어렵지만, 이 소설이 씌여진 39년도 당시 기준으로 원자력은 오늘날로 보면
축퇴로급 오버테크놀러지 정도로 인식되었기 때문.
[5]
물론 이를 위해 비글 호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고 동력로를 폭주시키는 무지막지한 '연기'를 해야 했으며 사건 해결 뒤에는 대대적인 수리를 해야 했다. 물론 또 뭐가 덮쳐들지 모르니 항해 상태를 유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