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pe (일반/밝은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4-06-16 13:30:18

수하(전한)

<colcolor=#fff>
隨何
수하
최종직위 호군중위(護軍中尉)
성씨 (隨)
(何)
고향 구강군(九江郡) 육현(六縣)[1]
생몰연도 기원전 ?년 ~ ?년
{{{#!wiki style="margin: 0 -10px -5px;"
{{{#!folding 역임한 관직 [ 펼치기 · 접기 ]
{{{#!wiki style="margin: -6px -1px -11px; font-size: .93em;"
전한
(유방)
알자(謁者)→호군중위(護軍中尉) }}}}}}}}}

1. 개요

중국 진나라 말기, 전한 초기의 유생이다.

2. 생애

2.1. 경포를 설득하다

유방의 신하로, 유방이 팽성에서 서초패왕 항우에게 참패하고 도주했을 때 알자(謁者)의 직책에 있었다.
유방이 항우의 산하세력인 구강왕 영포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서 코앞에 닥친 항우의 예봉을 피할 시간을 벌기로 한다. 그전까지 항우와 보조를 같이하며 거록대전 등에서 눈부신 활약을 한 영포는 항우가 제나라를 공격할 때도 참전하지 않았고, 팽성대전의 싸움에서도 항우를 위해 나서지 않고 있었다. 이에 따라 둘 사이에 틈이 생기고 멀어졌음을 예측한 장량의 계책에 따라 유방은 영포를 회유하려 한 것이다. 유방은 영포를 설득할 사람을 구했는데, 이 과정이 상당히 코믹하다. 영포를 설득하는 일을 누구에게 맡길지는 감이 안잡혀서 답답해진 유방이 어느날 다짜고짜 주변을 둘려보며 "이 쓸모없는 놈들아! 내가 너희들 같은 녀석들이랑 뭘 하겠냐?"라며 같이 도망치던 사람들을 구박했다. 이때 영포와 고향이 같은 수하가 어리둥절해서 왜 이러냐고 물으니 유방이 "영포가 몇달만 항우를 붙잡아주면 내가 천하를 다 가질수 있겠지만, 너희들 중 누가 가능하겠냐?"라고 버럭했다. 그러자 수하는 "제가 하겠습니다."라면서 사람 20명을 데리고 그날로 회남으로 출발한다.

그러나 회남에 도착하였음에도 영포는 수하를 사흘동안 만나주지 않았다. 이에 수하는 자신의 말을 들어보고 쓸모없다 싶으면 우리 20명의 목을 도끼로 쳐서 항우에게 충성심을 증명하면 될 것이라고 밀어붙였다. 솔깃해진 영포가 수하를 만나자, 수하는 물 흐르듯이 당시 중국의 정세와, 영포의 속내를 시원하게 풀어내는 설득을 펼친다.
대왕과 항왕은 같은 제후의 신분이 아닙니까? 북면[2]하여 신하로써 받들고 있다면 그것은 필시 초나라가 강하기 때문에 나라와 몸을 맡길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항왕이 제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몸에 친히 영채나 보루를 세울 때 이용하는 판축(版築)과 같은 기구를 몸에 지고 사졸들 앞에 서서 진군할 때 대왕께서도 마땅히 회남의 군사를 모두 이끌고 종군하여 초나라 군사의 선봉에 섰어야 했음에도 기껏해야 4천의 군사만을 보내 초나라를 돕게 했습니다. 무릇 북면하여 신하로써 남을 모시는 방법이 원래 이렇습니까?
옛날 한왕이 팽성을 공격했으나 제나라를 공격하던 항왕이 미처 귀환하지 못했을 때 대왕은 마땅히 재빠른 행동으로 회남의 군사를 이끌고 회수를 건너 밤낮을 가리지 않고 팽성으로 달려가야 했었습니다. 그러나 만여 명의 군사를 보유하고 있었던 대왕께서는 단 한 명도 회수를 건너지 않고 팔을 늘어뜨린 채 방관만 하고 있었습니다. 나라를 맡기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원래 그래야 합니까? 대왕께서는 입으로만 초나라를 섬긴다 말하고서는 지금은 다시 확실히 스스로를 항왕에게 맡기려하고 있습니다.
즉 영포는 이미 신하의 도리를 저버린지 오래이고, 그러면서 항우의 신하라고 자칭하는 것은 기만에 불과하다는 것이며,
그러나 대왕께서 초나라에 등을 돌리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는 한나라가 아직 약하기 때문에 대왕의 몸을 맡길만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릇 초나라 군사가 비록 강하다고 하나, 천하에 이미 의롭지 못하다는 이름을 얻은 원인은 제후들끼리 한 맹약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의제(義帝)를 살해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초왕은 전투력만을 의지하여 스스로 강하다고 자부하고 있는 반면에 한왕은 제후들을 이끌고 성고(成皐)와 형양(滎陽)으로 돌아와 지키며 촉(蜀)과 한중(漢中)의 곡식을 군량미 삼아 보루를 깊게 한 후에 군사들을 나누어 변경을 순찰하고 성과 요새를 지키고 있습니다. 초나라 군사들이 뒤를 추격해 왔으나 중간의 양나라 땅을 가로질러 8-9백리에 달하는 적국의 땅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전투를 하고자 하나 상대방이 응해주지 않아 싸울 수도 없고, 성을 공격하려고 하나 힘이 닿지 못하는 사이 늙고 유약한 군사로 천리 밖의 군량을 운송하고 있습니다. 초나라가 군사들이 형양과 성고에 이르렀으나 한군이 굳게 지키기만 할뿐 미동도 하지 않으니 앞으로 나아가고자하나 관문을 돌파할 수 없고, 후퇴하고자 하나 한군의 추격이 두려워 그럴 수도 없는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고로 초나라 군사들은 믿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그러면서 초나라를 등지지 않는 건 한나라가 나약해보이기 때문이겠지만, 항우는 이미 의를 잃고 홀로 싸우는 말만 제왕일 뿐이고 노약자까지 동원해 필사적으로 방어선을 구축하기 시작한 한나라를 먼 땅까지 나서서 돌파하는 것은 항우라도 쉬운 일이 아닐 뿐더러 한번 그러기 시작하면 추격이 두려워서 물러나기도 힘든 수렁에 빠지게 되니 초나라는 실제로는 전혀 믿음직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며,
만에 하나 초나라가 한나라를 이겨봤자 어찌되겠습니까? 그때는 온 천하가 초나라에 두려움을 가져 스스로 위기를 느끼고 서로 구원하려 할 것입니다. 초나라가 강대해진들, 단지 천하 모든 제후국들의 군사를 끌어들여 적으로 만들기에 적당할 뿐입니다. 그 형세는 쉽게 보입니다. 이러한데도 대왕께서 만전한 한과 더불어 하지 않고, 스스로 망하게 될 초에 의탁하고 있는 것은 신이 보기엔 매우 틀린 것입니다.

수하의 말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영포는 항우의 제나라 친정에 동참하지 않았고, 팽성대전에도 동참하지 않음을 들어 서초를 성실히 섬기지 않았는데, 이는 영포가 항우를 성실히 섬긴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항우를 섬기는 것은 항우가 강하고 유방이 약하기 때문이겠지만, 항우가 초 의제를 죽여 자신의 불의함을 보였고 힘으로 따지면 한나라 군사들은 파촉의 식량을 먹으면서 형양과 성고에 방어선을 형성했으니 적진으로 깊숙히 들어온 항우로서는 감히 뚫어낼 수 없을 것이다. 설령 유방이 기어이 패한다 해도 그 다음엔 항우에게 겁을 먹은 제후들이 모조리 연합해서 항우에게 대항하게 될 뿐이니, 결국 초나라는 버티지 못하고 망하게 될 것인데 그런 나라를 아직도 믿고 줄타기를 해봤자 소용 없다고 설득한 것이다.

게다가 영포가 초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까진 기대하지도 않지만, 단 몇달만 항우를 묶어준다면 그 공으로 유방으로부터 구강왕의 지위를 확약받을것이라는 말에 영포는 서초를 배반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한편으론 항우가 보낸 사신이 계속 군사를 보내라고 독촉중이었는데, 혹여 영포가 또 변덕을 부릴까봐 불안해진 수하는 아예 못을 박아버리기 위해 영포가 서초의 사신을 만나고 있는 타이밍을 노려서 난입하여, "이 멍청한 놈아! 구강왕께서는 이미 한나라의 편이 되기로 했거늘 너희들이 어딜 맘대로 군사를 움직이겠다는 거냐?"라고 일갈했다. 영포조차 깜짝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하는 사이 경악한 초나라 사신이 벌떡 일어나서 뛰쳐나가자 수하에게 완전히 당했다는 걸 깨달은 영포는 그제서야 초나라의 사신을 붙잡아와 목을 베고 정말로 반기를 들었다. 그리고 약속한대로 그해 12월까지 버티다가 용저에게 패배하고 한나라로 도주하였다. 수하도 이때 영포와 함께 유방에게로 돌아왔다.

2.2. 수만의 병사보다 나 한 사람이 낫다

마침내 항우를 죽이고 천하를 통일하여 황제에 등극한 유방은 뜬금없이 술자리에서
(수)하는 썩은 유생이다. 천하에 어찌 썩은 유생이 쓰이겠냐?
라고 폭언을 했다. 그러자 수하는 무릎을 꿇고 대화를 이어간다.
수하: 폐하께서 팽성을 치고, 초왕은 제나라를 아직 떠나지 않았을 무렵, 폐하께서 보병 5만과 기병 5천을 내어 회남을 취할 수 있었겠습니까?
유방: 불가했을 것이다.
수하: 폐하가 이 하[3]와 20명을 회남으로 보내 폐하의 뜻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니 이 하의 공은 보병 5만과 기병 5천보다 낫습니다. 그러나 폐하는 하를 썩은 유생이라 하고, 천하에 어찌 썩은 유생이 쓰이겠냐 하시니 이는 어찌함입니까?
유방은 이에 수하를 호군중위로 삼았다.

3. 평가

그야말로 대담한 논객이라고 평할 수 있다. 팽성대전에서의 대패로 사마흔, 동예, 위표, 진여 등 여러 제후들이 한나라로부터 이탈하였는데, 이는 한나라에 대한 제후들의 시선과 분위기가 싸늘해졌음을 의미했다. 그런 와중에 오히려 항우의 심복이라 할 수 있는 영포를 한나라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찾아갔다는 점에서 대담함을 옅볼 수 있다. 영포를 처음 설득할 때도 자신의 설득이 맘에 안 들면 죽여라고 말하며 함께 간 죄없는 20명의 목숨을 비롯해자신의 목숨을 베팅했는데, 이는 정세를 파악하는 통찰력과 그것을 전달할 언변에 어지간히 자신감이 있지 않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통찰력과 언변이 뛰어나서 영포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이후 굳히기에 들어가서도 초나라 사신과 영포의 회담에 난입해 깽판을 치는 등, 목숨이 여러개는 되는 것 처럼 대담하게 계책을 시행해나간다.
종합하면 정세를 보는 눈, 상대를 설득하는 언변, 그리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과 여기서 나오는 행동력을 모두 지닌 철인 외교관인 것이다.

수하의 공적은 그 파급력이 어마어마했다. 영포가 항우를 배신하며 벌어준 이 천금같은 시간동안 한나라는 경색 전투에서 초나라의 추격대를 격퇴하는 것을 시작으로 거침없이 움직이며 위표를 굴복시키고, 후방의 우환거리인 장한을 죽이고, 대나라를 깨면서 유방은 근흡과 함께 조나라 지역을 약탈해 물자와 군사를 보충하고 한신 정형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한편 항우는 영포를 놔두고는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에 이 모든걸 눈뜨고 지켜볼 뿐이었다. 과장좀 보태면 초한전쟁의 변곡점을 창출했다고 할 수 있다.
[1] 영포와 고향이 같다. [2] 군주는 남쪽을 보는 자세로 옥좌에 앉아 있으므로, 신하들은 반대로 북쪽을 면해 서서 군주를 알현한다. 즉 북면이라는 것은 신하의 예를 취한다는 의미. [3] 본인의 이름을 1인칭으로 칭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