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Chartreuse[1]리큐르의 일종. 베네딕틴, 드람뷔와 함께 고급 허브 리큐르로 손꼽히는 술로, 리큐르의 여왕이라고 불린다. 샤르트뢰즈라는 이름은 그랑드 샤르트뢰즈 수도원(Grande Chartreuse Monastery)[2]에서 처음 만들어졌기 때문에 붙은 것이며 현재는 수도원의 수도자들의 감독하에 공장에서 제조되고 있다. 원래는 알코올 71%의 "엘릭서"로 판매되었지만 1825년부터 이를 희석한 리큐르 제품이 나오게 되었고 곧 이쪽이 메인이 되었다. 설탕이 첨가된 리큐르이기 때문에 강한 단맛이 나며, 단맛과 함께 허브 특유의 매운맛과 톡 쏘는 맛이 나는것이 특징이다. 현존하는 리큐르 중 유일하게 천연 재료로 녹색을 낸[3] 리큐르이기도 하다.
허브 에센스를 쓰지 않고 천연 허브를 침출한 뒤 증류해 제조하기 때문에 와인처럼 병입 후에도 계속 숙성이 진행되는 독특한 술이다.[4] 미개봉 상태로도 숙성이 진행되며 오래 보관하면 압생트와 마찬가지로 점점 색이 누렇게 변하지만 맛은 오히려 좋아지는데 이 때문에 오래 묵은 샤르트뢰즈는 특히 가격이 비싸다. 유럽에는 빈티지 샤르트뢰즈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업체도 존재한다.
2. 상세
주정에 131가지 약초를 넣어 숙성시킨 술로서 프랑스 왕 앙리 4세 때인 1605년 프랑스의 카르투시오회 수도자들이 한 연금술사가 쓴 필사본에 적혀 있던 제조법을 포병 장교였던 프랑수아안니발 데스트레(François-Annibal d'Estrées)에게서 건네받은 것이 그 시조라고 한다. 처음에는 장수를 위한 엘릭서의 제조법으로 알려졌으나 1737년 그 제조법이 확립되면서 그 이후 다양한 종류의 샤르트뢰즈가 출시되었다.프랑스의 역사가 파란만장한 만큼 샤르트뢰즈의 역사도 상당히 우여곡절이 많다. 프랑스 혁명 당시 수도자들이 쫓겨나 제품의 명맥이 끊길 뻔한 적이 있었으며 1903년 프랑스 정부가 샤르트뢰즈 제조 시설을 강제로 국유화하고 수도자들을 또 추방하는 바람에 스페인의 타라고나에서 한동안 제조한 적도 있다. 여담으로 프랑스 정부는 레시피를 가지고 있던 수도자들을 쫒아낸 후 화학, 주류 분야의 전문가들을 불러모아 샤르트뢰즈의 레시피를 똑같이 따라하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재현에 실패했다고 한다. 그나마 제조 설비나 재료가 되는 허브 같은 것들이 남아 있었다면 그걸 토대로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할 수 있었겠지만 설비는 수도자들이 들고 가 버렸고 허브도 수도자들이 쫓겨나기 직전에 전부 불을 질러서 태워 버린 후였기 때문에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레시피를 재현하려고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상표권과 얽힌 법적 분쟁 때문에 프랑스 정부에서만 진짜라고 주장한 가짜 샤르트뢰즈, 일명 리퀴다트뢰즈(Liquidatreuse)[5]는 프랑스 국내에서만 판매할 수 있었다.
맛의 재현도 실패한 데다 해외 수출 불가와 기존 애호가들의 외면으로 판매량까지 바닥을 기자 프랑스 정부는 몇 년 뒤 라벨을 약간 변형한다는 조건 하에[6] 타라고나에서 수도자들이 생산한 샤르트뢰즈를 수입 판매할 수 있게 허가해 줬고 1929년에는 국유화한 회사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망하면서 수도자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그렇게 리퀴다트뢰즈 소동은 막을 내렸지만, 수도자들이 타라고나에서 새 살림을 차리고 있던 동안 현지 주민들에게도 샤르트뢰즈의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에 1989년 타라고나 시설 가동 중지 이전까지 샤르트뢰즈는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공동생산되기도 했다. 현재도 타라고나에서는 샤르트뢰즈 기념 축제가 1년에 한 번씩 열린다.
샤르트뢰즈 공식 사이트에 의하면 샤르트뢰즈 제품군은 다음과 같다.
- Chartreuse Verte (55%): 일명 그린 샤르트뢰즈. 흔히 "샤르트뢰즈"라고 하면 이 술을 뜻한다. 1840년부터 제조되고 있으며 특유의 자극적인 맛과 향이 강하다.
- Chartreuse Jaune (43% → 40% → 43%): 일명 옐로 샤르트뢰즈. 이름대로 색이 노란 색이며, 그린 샤르트뢰즈의 레시피를 약간 손봐서 만들어진 제품으로 그린보다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것이 특징. 도수가 낮아 그린 샤르트뢰즈보다 숙성이 좀 더 빠르다는 특징[7]이 있으며, 장기간 숙성된 옐로 샤르트뢰즈는 애호가들에게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한국에는 이 두 제품만 정식 수입된다.
- Élixir Végétal de la Grande Chartreuse (71% → 69%): 1764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샤르트뢰즈의 원형. 엘릭서로서의 샤르트뢰즈를 의미한 것으로 비터스처럼 작은 병에 들어있고 매우 농축되어있다. 원래는 알코올 도수가 71%였지만 항공운송 안전사항 때문인지 현재는 69%로 낮춰 판매되고 있다. 나무로 만든 작은 케이스에 들어가 팔린다. 고도수와 농축된 향으로 전통적으로 숟가락에 각설탕을 하나 올려놓고 바스푼으로 한스푼 정도 부어서 설탕을 녹여서 먹는다. 따뜻한 물에 몇 방울 떨어뜨려 먹어도 된다. 외국에서는 다른 샤르트뢰즈 제품과 마찬가지로 리큐르나 칵테일 비터스 취급이지만 프랑스에서는 여전히 활명수 같은 가정 상비약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 Chartreuse V.E.P Verte (54%): 그린 샤르트뢰즈와 동일한 레시피로 만들어지지만 최소 5년 이상, 평균 11-20년 정도의 장기 숙성을 거친 후 병입되는 제품이다. 어두운 색의 1L들이 병에 들어있고 코르크와 밀랍으로 봉해져있다. 매년 한정된 양으로 제조하기 때문에 가격은 매우 비싸다.
- Chartreuse V.E.P Jaune (42%): 옐로 샤르트뢰즈의 장기숙성 버전. 나머지는 VEP 그린과 동일하다.
- Liqueur de Foudre 147 (49%): 2019년 출시.
- Chartreuse MOF (45%): 2008년 출시. 옐로 샤르트뢰즈를 베이스로 소믈리에들과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 Liqueur d'Elixir 1605 (56%): 2005년 출시. 샤르트뢰즈 레시피를 카르투시오회 수도자들이 처음 받은 1605년의 4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출시되었다.
- Liqueur du 9° Centenaire (47%): 1984년 출시. 그랑드 샤르트뢰즈 수도원 창립 900년 기념으로 출시되었으며 19세기 샤르트뢰즈 병을 재현한 1L들이 병에 병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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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treuse Blanche (30%): 일명 화이트 샤르트뢰즈. 1860년 기존 옐로 샤르트뢰즈보다도 부드러운 리큐르를 지향한 제품으로 판매되기 시작했으나 인기가 없어 1903년에 완전히 단종된 제품. 현재는 전 세계에 열 병 정도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부르는 것이 값일 정도로 희귀한 술이다.
현재는 전세계의 주문량을 수도자들의 제조량만으로는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에, 수도자들은 허브 배합만 맡고 제조는 Chartreuse Diffusion SA라는 기업에서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재료나 배합 비율은 지금도 비밀이라고 한다. 책임을 맡은 두 수도자가 각기 레시피의 절반씩을 갖고 있는데, 이 둘을 합쳐야 샤르트뢰즈가 된다고. 사실 유럽의 웬만한 이름있는 리큐르들은 가장 결정적인 재료나, 재료의 배합 비율은 철저히 비밀로 하고 있다. 참고로 샤르트뢰즈의 제조를 맡던 수도자 중 마이클 홀러랜(Fr. Michael K. Holleran)이라는 미국인 수도자는 현재 수도원 생활을 청산하고 신부가 되어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샤르트뢰즈의 레시피를 알고 있는 외부인이 되었는데, 수도원을 떠날 당시 비밀 유지 서약 같은 것은 따로 하지 않았으나 본인도 레시피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그래서 정확한 레시피를 일부나마 알고 있는 사람은 전 세계에 3명밖에 없다.
그냥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좋지만 칵테일로 마셔도 좋은 리큐르로, 바텐더에선 샤르트뢰즈 토닉과 베제탈을 각설탕에 몇 방울 떨어트린 것을 먹는 음용법이 소개되었다. 공식 사이트에서는 따뜻한 물에 미량을 타서 마시는 전통적인 음용법[8]도 소개하고 있다.
3. 기타
알퐁스 도데의 단편 '고셰 신부의 불로장생주'에서 고셰 신부가 만들어내는 '불로장생주'는 약초가 들어가며 녹색 빛을 띈다는 묘사가 있다. 샤르트뢰즈를 모티브로 한 듯.만화 《 바텐더》에서는 샤르트뢰즈 토닉 및 상기했던 엘릭서 베제탈을 각설탕에 흡수시켜서 먹는 방법이 나온다.
CSS에 이 술의 색에서 따온 "Chartreuse"라는 색이 등록되어 있는데, 연두색을 띤다.
리듬게임 곡 Chartreuse와 Chartreuse Green의 모티브.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데스 프루프에 나온다. 타란티노가 바 사장 겸 바텐더로 나와서 손님들에게 술을 한 잔 씩 돌리면서 원샷하게 하는데 이 술이 바로 샤르트뢰즈이다.
[1]
원래는 Liqueur Fabriquée a la Grande Chartreuse라는 긴 이름이었다.
[2]
카르투시오회가 생겨난 수도원이다.
[3]
마찬가지로 녹색인
압생트도 고급 제품은 천연 재료로 색을 내지만 설탕이 첨가되지 않기 때문에 리큐르가 아니다.
[4]
이것은 압생트도 마찬가지이다. 반면
위스키나
브랜디는 병입과 동시에 숙성이 멈춘다. 일각에서는
코냑 같은 경우 병 숙성의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널리 인정되는 설은 아니다.
[5]
기존 샤르트뢰즈를 좋아하던 프랑스인들이 붙인 멸칭으로, 대충 "짭트뢰즈" 정도의 어감이다. 참고로 리퀴다트뢰즈는 짭이긴 하지만 현재는 생산된 지 100년이 넘은 술들인데다 이런 재미난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이유 때문에 동시기에 제조된 오리지널 샤르트뢰즈 못지 않게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6]
기존 샤르트뢰즈 상표권은 아직 국영기업 소유였기 때문에 샤르트뢰즈 라벨 위에는 "
샤르트뢰즈 아님"이라고 붉은색으로 덧대 인쇄하고 그 밑에 이 제품이 "
카르투시오 수도자들이 타라고나에서 만든 새 리큐르"라고 주장하는 라벨을 한 장 더 붙였다.
[7]
그래도 최소 10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8]
허브 리큐르가 약으로 취급되었던 과거에는 이렇게 마시는 경우가 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