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유치환 시인이 1938년 10월 동아일보를 통해 발표한 시이다.2. 생명의 서 1장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1]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灼熱)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神)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孤獨)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2]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悔恨)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1]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灼熱)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神)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孤獨)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2]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悔恨)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1938년 10월 19일 『동아일보』에 발표된 유치환의 시. 2014년 9월 모의평가에 신경림의 <농무>와 함께 국어 영역에 출제되었다.
시의 해석에 대해서는 여러 이설이 존재하나, 가장 널리 알려진 대한민국 국어 교과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이 시에서 '병든 나무'는 일상적 자아에 대한 회의와 절망을 상징한다. '아라비아의 사막'은 고행, 극한상황, 죽음 등을 나타내는 배경이며, 나는 화자를 뜻하고, '나'는 본질적 자아를 의미하고 있다. 대상은 앞에서 말했던 아라비아의 사막과 생명을 뜻한다. 또한 '나는 가자'와 같이 1인칭 주어에 청유형을 사용했는데, 이는 문법적으로 옳지 않으나 시적 허용으로서 화자의 의지를 확고히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화자는 이 시 속에서 삶의 본질을 깨달으려는 갈망을 나타내고 있다. 때문에 열렬한 사막의 고독이라는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운명과 대결 본질적 자아인 '나'를 배우겠다는 자세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사막 속에서도 이 답을 얻지 못하면 차라리 사구(沙丘), 즉 모래 언덕에 쓰러져 죽어 자신의 백골(白骨)을 쪼아 먹히겠다는 강인한 의지를 이어서 드러내고 있다.
3. 생명의 서 2장
위의 시는 원래 그냥 생명의 서였는데 나중에 생명의 서 1장이라고 제목이 변경되고 나중에 이 2장이 추가된 것이다. 본문은 다음과 같다.뻗쳐 뻗쳐 아세아의 거대한 지벽(地벽) 알타이의 기맥(氣脈)이
드디어 나의 고향의 조그마한 고운 구릉에 닿았음과 같이
오늘 나의 핏대 속에 맥맥히 줄기 흐른
저 미개ㅅ적 종족의 울창한 성격을 깨닫노니
인어조(人語鳥) 우는 원시림의 안개 깊은 웅혼한 아침을 헤치고
털 깊은 나의 조상이 그 광막한 투쟁의 생활을 초창(草創)한 이래
패잔(敗殘)은 오직 죄악이었도다
내 오늘 인지(人智)의 축적한 문명의 어지러운 강구(康衢)에 서건대
오히려 미개인의 몽매(夢寐)와도 같은 발발한 생명의 몸부림이여
머리를 들어 우러르면 광명에 표묘(漂渺)한 수목 위엔 한 점 백
운내 절로 삶의 희열에 가만히 휘파람 불며
다음의 만만한 투지를 준비하여 섰나니
하여 어느때 회한 없는 나의 정한(精悍)한 피가
그 옛날 과감한 종족의 야성을 본받아서
시체로 엎드릴 나의 척토(尺土)를 새빨갛게 물들일지라도
오오 해바라기 같은 태양이여
나의 좋은 원수와 대지 위에 더 한층 강렬히 빛날진저 !
드디어 나의 고향의 조그마한 고운 구릉에 닿았음과 같이
오늘 나의 핏대 속에 맥맥히 줄기 흐른
저 미개ㅅ적 종족의 울창한 성격을 깨닫노니
인어조(人語鳥) 우는 원시림의 안개 깊은 웅혼한 아침을 헤치고
털 깊은 나의 조상이 그 광막한 투쟁의 생활을 초창(草創)한 이래
패잔(敗殘)은 오직 죄악이었도다
내 오늘 인지(人智)의 축적한 문명의 어지러운 강구(康衢)에 서건대
오히려 미개인의 몽매(夢寐)와도 같은 발발한 생명의 몸부림이여
머리를 들어 우러르면 광명에 표묘(漂渺)한 수목 위엔 한 점 백
운내 절로 삶의 희열에 가만히 휘파람 불며
다음의 만만한 투지를 준비하여 섰나니
하여 어느때 회한 없는 나의 정한(精悍)한 피가
그 옛날 과감한 종족의 야성을 본받아서
시체로 엎드릴 나의 척토(尺土)를 새빨갛게 물들일지라도
오오 해바라기 같은 태양이여
나의 좋은 원수와 대지 위에 더 한층 강렬히 빛날진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