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얼티밋 스쿨)

달빛이 정말 아름답고 좋아요. 달이랑 제가 무슨 관계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항상 달 위에 살고 싶다는 기분이 들어요.
이제 잘 시간이야 토돌아, 오늘도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걱정 마, 그 나쁜 사람들에게 널 보내지 않을 테니까. 오늘은 그 악몽 말고 좋은 꿈 꾸길 바래.
어떤 포스터에서도 용마가 제일 멋있어. 토돌아, 그치? 3일만 있으면 콘서트를 볼 수 있어서 기대돼. 그분이 직접 준 특급좌석 표니까 절대 잃어버리면 안돼!
오늘 숙제도 다 못했는데 정말 졸립다. 내일 일찍 학교 가서 삼장 꺼 봐야지~ 먹장이 싫어하진 않겠지?
음, 토돌아 잘자~
후아───암 zzzzz

최근 상아는 우연히 만난 털복숭이를 함부로 만지는 것에 중독되었다. 사실 난 걱정이 된다. 그런 털복숭이 중에 일반인은 없으니까. 어제는 유원지에서 상아가 알람부장 흑웅의 손을 붙잡고는 한참을 흑웅의 만삭같은 배를 쓰다듬었다. 그저께는 길에서 옥자를 마주치자 상아가 그 꼬리를 낚아챘다. 옥자의 성격이 좋아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엊그제 발생한 일은 조금 심각했다. 상아가 가로수 풀숲에 숨어있는 순풍이를 깔아뭉개고 녀석의 귀를 비벼댔다. 내 직감으로 보아 순풍이 이 녀석은 절대 좋은 녀석이 아니다!
나는 심히 걱저오디어 표정이 구겨졌다. 순풍이의 상태를 살폈다. 내 얼굴을 보자 상아는 또 나를 끌어안고 악착같이 문질러댔다.
"도돌아 걱정 마, 토돌이는 내 마음 속의 최고니까!"
나는 숨막혀 죽을 뻔했다. 얼굴의 털이 또 한 뭉치 떼인 것 같았다.... 인형도 발모제가 효과 있을까?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다. 상아는 여전히 내가 가장 좋다니까, 그걸로 충분해.

현장에 와보니 참가자들은 다 늘씬한 여자들 뿐이고, 거기 서있으면 그 사람들한테 가려서 보이지도 않을 거야. 미워, 용마는 날 봐주지도 않네.... 그래도 난 용마가 제일 좋으니까, 노력해야지. 토돌이한테도 "용마를 위해 뭐든 해낼거야!"라고까지 얘기했으니 이런 작은 좌절에 포기한다면 토돌이를 볼 면목이 없어!
좋아! 나도 뛰겠어! 토돌이도 나랑 같이 뛰자!

달리다 보니 상아는 어토가 예상한 것처럼, 달콤한 꿈나라로 들어섰다. 토끼가 순식간에 인형에서 우람한 근육토끼로 변해버렸다.
"제길, 용마 이 나쁜 자식!"
토돌이는 그렇게 말하며 전속력으로 뛰어갔다.

내 사명은 상아를 보호하는 것이야. 누군가가 상아를 괴롭힌다면 그건 날 괴롭히는 것이나 마찬가지지. 만약, 낮에 상아를 괴롭히는 녀석이 있다면, 난 밤에 그 녀석들을 찾아가서 단단히 혼내줄 거야.
오늘도 망할 녀석 하나를 혼내주고 왔지. 정말, 감히 상아의 점심 디저트를 빼앗아 먹다니.... 분수도 모르는 녀석! 하지만 걱정 마, 상아. 이미 복수를 마치고 왔으니 말이야. 그 녀석의 냉장고에 있던 푸딩을 싹 다 먹어치워 버렸거든. 맛이 꽤 괜찮더라고.
일을 마친 뒤에 조용히 돌아와 창문으로 방에 들어오긴 했는데.... 얼티밋 시티의 창문들은 전부다 너무 작다니까! 나갈 때 낑기는 바람에 조금 힘을 줬더니 창문에 조금 금이 가버렸어. 조금 벌어진 창문이 드나들기 편하기는 하지만, 상아가 깨기 전에 고쳐놔야겠지. 이녀석이 금 간 창문을 봤다간 분명 무서워할 거라고. 난 고개를 돌려 달콤하게 자고 있는 상아를 바라봤다.
이 아이를 지키기 위해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그렇게 난 손을 들어 상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전 아무것도 못 봤어요.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 거에요! 으아! 놔주세요! 흑흑.... 토돌아, 우리 어떡해!"
상아는 악몽을 꾸는 듯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최근 상아가 악몽을 자주 꾸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조사가 필요하겠어. 상아를 위협하는 것들은 싹 다 없애버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