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육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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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 ||
走 | 爲 | 上 |
도망칠 주[1] | 할 위 | 위 상 |
1. 개요
병법 삼십육계의 마지막인 제36계이자 거의 대부분의 패전에서 최상책으로 꼽히는 패전계의 필두원리. 말 그대로 '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라는 뜻인데, 영어에서도 'Fleeing is best'라고 완전히 동일한 개념이 기본원리로 여겨지고 있다.흔히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례 중 가장 많이 검색되는 것이 아래에 나오는 필재우의 에피소드이다.
남송의 장군 필재우의 군대가 금나라 군과 대치했는데, 금군은 나날이 병력을 증원시켜 대치하는 반면 필재우 측에서는 병력 증원이 오지 않아 나중에는 도저히 싸움을 걸어볼 수 없는 압도적인 인원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필재우는 물러날 것을 결정, 깃발을 진지에 남겨두고 양을 묶어 매달아 앞발 아래 북을 놓아 양이 발버둥을 치면 북소리가 울리게 만들고 전군을 후퇴시켰다. 금군은 북소리와 깃발이 그대로라 송군이 도망갔음을 며칠 동안 눈치채지 못했고, 뒤늦게 추격하려고 했을 때는 송군은 이미 멀어진 뒤였다.
2. 상세
핵심은 후일을 도모하는 것으로, ' 항복하지 않고 도망쳐 다음 계책으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야 한다. 불리한 상황에서 항복을 통해 전투를 끝내지 않고 전쟁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한 계책이기 때문이다. 아예 전쟁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대세가 기울기 전에 상황판단을 제대로 할 필요가 있으며, 만약 그렇게 되어버리면 도망치는 것이 내 목숨 건사하는 것 정도로 몰락해 계책으로서의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2]널리 퍼져 있는 인식 중에는 '다른 병법 35가지를 모두 시도해 봤는데도 통하지 않으면 그제서야 최후의 수단으로 줄행랑을 치는 것'이라고 해석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오해이다. 36계는 편의상으로 구분해놓은 6가지 상황에 대하여 6개씩 계책을 제시하는 것이지, 첫번째 계책이 가장 뛰어나고 마지막 계책이 가장 나쁜 계책인 게 아니다. 각각의 병법은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른 여섯 가지 병법에는 우열관계가 없다.[3] 오히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병법가들은 '주위상'을 패전계의 제1순위 상책으로 꼽았다. 쓸데없이 자존심으로 버티거나 의미 없는 자폭공격으로 병력을 잃고 대세가 기울어 버리면 그냥 그걸로 끝이기 때문이다.
3. 왜 중요한가
고대 시절부터 상식처럼 내려오는 것이 바로 후퇴가 가장 어렵다[4]는 것이다. 제 한 목숨 부지하려고 냅다 뒤돌아서 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지휘관의 입장에서는 훗날의 전투를 대비하기 위해 병력을 최대한 보존하고 적절한 시기에 퇴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타이밍을 최대한 빨리 판단하고 퇴각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야말로 엄청나게 중요하다.게다가 인간에게는 자존심이라는 것이 있고, 다른 사람들을 지휘하는 입장이라면 그 자존심이 발목을 잡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고 있는 싸움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부터가 멘탈에 크게 데미지를 주기 때문에, 냉정하게 전황을 살펴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 와중에 체면과 자존심 때문에 현실을 직시하고도 후퇴명령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패전의 책임을 지기 싫어서 지휘관이 전장을 이탈해 지휘체계가 붕괴되기도 하고, 패배를 인정하기 싫어서 휘하 병사들을 사지로 내몰기도 하는 등, 깨져버린 멘탈을 붙잡지 못해 전투를 그르치는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
또한 근대 이전의 전투의 사상자의 절대 다수는 교전 중이 아니고 승부가 난 뒤 한쪽이 패주하는 중에 발생하므로, 후퇴를 결정하더라도 그 후퇴가 무질서한 패주가 되어버리면 결국 추격해온 적의 전과확대부대에게 도망치는 아군 병사들을 제물로 내주는 꼴 밖에는 되지 않는다. 후퇴하더라도 질서있게 다음 전투지역까지 전투태세를 유지하며 후퇴해야 하고, 추격해오는 적의 전과확대부대에게 역습을 가하여 추격을 꺾을 태세도 갖춰야 한다. 이게 제대로 된 것이 장진호 전투이고 대실패한 것이 현리 전투.
멀리 갈 것도 없이 제2차 세계 대전 시절의 일본 제국이 1억 총 옥쇄를 부르짖으며 저질렀던 온갖 짓들과, 그 아래에서 일제강점기를 겪으며 수많은 희생을 낸 한반도를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공중 시점이라 모든 것이 훤히 보이는 RTS게임에서도 정찰 미비나 난전으로 인한 잘못된 전황 판단으로 인해 전투를 그르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하물며 땅 위에서 모든 전황을 판단해야 하는 현실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또한 병사들도 지휘관과 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후퇴명령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거나 본대의 후퇴를 위한 저지부대로 남겨지는 것에 반감을 가질 수 있다. 게다가 전략적 후퇴가 패주로 인식된다면 전군이 무너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론 비수대전이 있다.
병법의 다른 격언인 필사즉생행생즉사와 내용이 충돌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주위상은 싸워서 이길 수 없을 때 잘 후퇴해야 한다'이고, '필사즉생행생즉사'는 '싸워서 이길 수 있을 때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가 핵심이다. 즉 주위상과 필사즉생행생즉사를 연결하면 '유리할 때는 이를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싸움에 임해야 하며, 불리할 때는 적절하게 후퇴하여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란 내용이 나온다.
손자병법 모공편에도 비슷한 내용의 구절이 있다. '적보다 병력이 적으면 물러나서 방어에 힘쓰고, 지킬 수조차 없을 정도로 병력이 부족할 때는 과감히 퇴각해서 교전을 피해야 한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싸움을 고집하면 적군에게 반드시 패한다'라고 나온다. 불리할 때 적절히 후퇴하는 게 중요함을 강조하는 것.
같은 삼십육계의 혼전계에 존재하는 금선탈각과 비슷한데, 주위상은 불리할 땐 병력을 빼야 한다는 판단을 말하고, 금선탈각은 이미 극단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빠져나와야 할 때 적절한 기만술과 요행, 그리고 타이밍으로 몰래 빠져나오는 방법을 뜻한다. 해당 계략이 왜 혼전계에 포함되었는가 하면 상대가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혼란한 상황이어야 성공할 수 있으며, 조금이라도 발각되면 그대로 망하기 때문이다.
4. 주위상의 진상
이렇듯 뭔가 깊고 진지하게 분석되었지만... 사실 이 말의 출처를 따져보면 진지하게 군사적 책략으로 논의된 게 아니라 그냥 도망가는 적을 비꼬는 개드립에 불과했다. 남북조시대 남제의 왕경칙이라는 자가 반란을 일으킬 때 태자 소보권이 혼란을 틈타 한 건 건질까 간 보다가 왕경칙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도망쳤는데 이를 전해들은 왕경칙이 '단공[5]의 삼십육가지 책략에서 도주가 상책이었다.(단공삼십육책 주시상계) 그러니 너희들 부자는 지금 도망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이 그 기원. 원래 생각없이 내뱉은 소리였는데 여기에 기반하여 후세 사람들이 전쟁 관련 고사들을 모아서 삼십육계를 완성한 것. 현대 중국어에서도 삼십육계 주위상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누군가가 황급히 도망치는 걸 조롱하는 의미로 쓰인다.5. 기타
대한민국에서는 흔히 36계 줄행랑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그 때문에 삼십육계를 알고 있어도 그 마지막을 장식하는 주위상이라는 말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상당히 적은 편이다. 이 표현의 유래에 대해서는 줄행랑 문서를 참고할 것. 다만 최근에는 빤스런에 많이 밀렸다.죠스타 가문의 전통적인 싸움법이라고 한다. #
[1]
走가 단순히
달리기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도주를 뜻할 때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사공명주생중달.
[2]
양자대결 구도가 아닌 군웅할거 시기의 어지러운 난세에서는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핵심 인재들만 살아 있으면 후일을 도모하기 쉽기에 더더욱 중요하다.
[3]
문자적인 의미로는 해당 테마에 어울리지 않지만 36계를 분류할 당시의 사정과 인용 예시의 문제로 분류된 것들도 존재한다. 미인계와 연환계가 대표적.
[4]
후퇴하는 것 자체가 함정으로 끌어들이려 한다든가 하는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우리 지금 상황 안 좋아서 더 이상 싸우기 곤란하다’고 광고하는 꼴이라 적군의 사기를 팍팍 올려주기 때문이다.
[5]
본명은 단도제로, 유송시대의 명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