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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7-07 02:16:36

사르반

サルバーン

소설 로도스도 전기》 시리즈의 등장인물. 국내에서 방영했던 투니버스판에서는 설번이란 이름으로 나온다. 투니버스판에서 성우는 바그나드와 중복인 김정호.

작중 시점으로부터 약 500년 전, 포세리아 전역을 지배하며 번영을 누린 고대 마법왕국 카스툴의 귀족으로, 그 카스툴에서 임명했던 로도스의 마지막 태수. 칼라의 회상에 따르면 그녀와도 이래저래 교류가 있었던 듯하다.

사령술 계통에 능한 강력한 마술사로, 자신이 지배하던 로도스의 백성들을 야만족이라고 멸시하며 잔혹하게 군림했으나[1]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카스툴의 절대적인 마력의 원천이었던 '마력의 탑'이 붕괴되면서 다른 카스툴 마법사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힘을 잃고, 때마침 일어난 피지배민들의 대대적인 반란에 휘말려 사망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7권에서 바그나드에 의해 사실 죽은 게 아니라 최강의 언데드, '불사의 왕[2]'으로 전생했을 거라는 것이 암시되며, 이후 실제로 외전인 《하이엘프의 숲》에 등장해 옛 고대 왕국의 유적이 남은 정적의 호수 르노아나[3] 인근에 은둔해있음이 밝혀진다.

대강 상황을 설명하자면 어떠한 사정으로 인해 디드리트의 동포인 돌아오지 않는 숲의 하이 엘프들이 고대 왕국 말기부터 쭉 인간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걸어두었던 숲의 결계를 풀게 된다. 그런데 이 결계는 침입자를 늙지도 죽지도 않는 상태로 그저 영원히 잠들게 해 정령계에 봉인하는, 애초에 살상 기능이라곤 전무한 것이었기에, 결계가 사라지면서 그 마력에 억류돼있던 자들 또한 전부 해방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해방된 자들 중에 사르반이 로도스를 다스리던 시절 봉인되었던 '스토랄'이라는 고대 왕국의 마법사가 있어, 수백년간 이계에 갇혀있던 탓에 본래의 삶을 잃고 시간의 미아가 된 것에 크게 원한을 품어 자신을 구속한 하이 엘프들에게 복수하려 한다. 하지만 마력의 탑의 붕괴로 마법을 쓸 수 없어 강력한 정령술사인 하이 엘프들을 상대로 사실상 복수할 방법이 없기에 애만 태우던 중 어떻게 태수가 죽지 않은 것을 알게 되고, 몇 년간 고생해 수색을 거듭한 끝에 결국 사르반의 은신처를 찾아낸다. 가까스로 사르반을 만난 스토랄은 그에게 복수를 위한 힘을 빌려달라고 청원하고 이에 사르반은 그 요청에 응해 아주 약간의 지원을 해준다.

그후 우여곡절 끝에 어찌어찌 복수에 성공하기는 하나 더 이상 삶의 목표도, 살아갈 터전도 없는 스토랄이 다시 찾아와 몸종이라도 좋으니 자신도 흡혈귀가 되어 태수님을 곁에서 모시고 싶다고 애원하자 '너 같이 천한 자는 이 숭고한 곳에 머물 자격이 없다.'고 말하고는 부하들을 시켜 내쫓아 버린다.

생전에는 잔학할 뿐더러 술수에도 능한 간악한 인물이었다고 전해지나, 언데드가 되고 난 뒤로는 딱히 무언가를 꾸미거나 하지는 않는 듯. 단순히 자기 궁전에 틀어박혀 그냥저냥 세월만 보내고 있다. 이는 노라이프킹이 된 덕에 강대한 마력과 불멸의 육체를 손에 넣었지만, 그 대신 생전에 가졌던 열의나 감정 따위는 옅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르반 스스로도 그러한 자신을 가리켜 '흐르던 시간 속에 모든 것을 두고 왔다.'고 표현한다.

생전의 잔혹했던 면모도 거의 없어졌으며 스토랄을 지원해 준 것도 그 일환이다. 과거의 자신이었다면 스토랄을 미천한 이라며 처형했을 거라고. 사실 스토랄을 도와준 것은 은거한 이래 줄곧 지속된 단조로운 생활과 오랜 무료함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변덕에 가까운 행동이나 한편으론 그가 그때까지 살아남은 마지막 카스툴인이었던 까닭에 로도스 최후의 태수로서 자비를 베푼 면도 있었다. 마지막에 스토랄을 내쫓은 것도 정말 그를 미천한 자로 여겨서가 아니라 노라이프킹이 되어 시간의 흐름이 무의미해진 자신과 달리 어찌됐든 스토랄은 주어진 시간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또한 현재를 살아가야만 하는[4] 인간이기에 비록 야만족이라 할지라도 차라리 그와 같은 이들과 함께 하는 편이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로도스의 다섯 드래곤들이 지키고 있는 그 유명한 태수의 비보가 바로 이 사람의 소장품이다.


[1] 로도스 백성들을 가혹하게 다스려왔기에 카스툴 왕국 최후의 날, 칼라가 그에게 '당신은 너무나도 잔혹하게 백성들을 괴롭혔어요. 그러니 이게 바로 천벌이죠.'라고 비난을 퍼붓자 '백성? 한낱 벌레같은 야만족(마법을 못쓰던 대다수 로도스 사람들)을 너는 백성이라고 여겼나 보구나?'라며 끝까지 잔혹한 모습을 버리지 않았다. [2] 노라이프킹. D&D 리치에 해당하는 소드 월드 RPG의 몬스터. [3] 로도스 태수의 거처가 있던 호상도시(湖上都市) 쿠드가 바로 여기에 존재했다고 한다. [4] 그렇기 때문에 스토랄이 자신의 거처에 머무는 것을 불허한 것이다. 카스툴 최후의 생존자가 그저 단견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를 충동에 사로잡혀 쉽사리 목숨을 버리기 보다는 의미있게 살아가기를 바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