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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18-01-26 20:03:33

비판/한니발 바르카

1. 비판


총사령관인 한니발한테 패배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다는 논리가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하는데 한니발은 자기 본국의 전력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카르타고의 군사적 역량이 무능한 건 맞지만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분명히 전쟁을 총괄하는 사람의 책임이다. 무슨 전쟁을 카르타고 내부에서 한니발과 의논조차 하지 않고 결정했겠는가? 이베리아의 카르타고 식민지는 사실상 바르카 가문의 영지라고 평가받을 만큼 한니발의 위치는 낮지 않았고 전쟁 개시 시점을 보면 아예 한니발은 히스파니아 주둔군의 총사령관(혹은 상당힌 높은 지휘관)이었다. 이런 인물을 놔두고 카르타고 내부에서 몰래 전쟁을 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게다가 당시 정황으로 추측컨대 한니발은 전쟁을 반대하긴커녕 오히려 찬성하는 입장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알프스 산맥을 넘어가는 위대한 그리고 위험한 전략적 움직임을 한니발이 맡았을 리가 없지 않은가? 결과적으로 2차 포에니 전쟁이 끝난 직후 로마의 패권은 더욱 강화되었고 카르타고의 패권은 더욱 약화되었다. 아니, 약화된 수준을 넘어서 이 전쟁의 여파로 카르타고의 패망 자체가 앞당겨졌다. 하물며 로마는 한니발의 전술을 연구하고 적용해서 수많은 승리를 거두었다. 한니발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로마군의 전술 수업 교수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2. 반론

단, 이건 한니발에게 약간 억울할 수도 있는데 한니발 입장에서는 로마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쇠락해가는 조국을 구원할 수 있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막말로 당시에 직접 모의 전쟁을 치루어 본 것도 아닌데 어떻게 동료 장수들이 회전 무승 신화를 찍을지 알 수 있었을까? 어느 정도 알았다고 해도 동료 장수들이 상대 본진 절반 가까이 점거+동원 가능 병력 30% 이상 몰살에 지휘관급도 몇 명이나 죽여서 힘 다 빼준 군대 상대로 무승 신화 찍을 것을 예측한다던가 자기에 버금가는 재능을 지닌 소년이 상대 쪽에서 갑툭튀 할거라는 것을 다 예측해낼 수 있는 게 아니면 전쟁하지 말라는 소리를 하는 것은 너무 부당한 소리 아닌가?]

3. 재반론


하지만 카르타고의 경제력은 상당한 수준이었고 딱히 나라가 망해가거나 쇠락해가는 중인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위 문장에서 말하듯이 전쟁 이후에 국력 차이가 훨씬 더 심해졌다. 이베리아의 상실은 물론이고 누미디아는 적으로 변모했으며 자주국방권까지 박탈당했다. 게다가 제2차 포에니 전쟁은 한니발에게 유리한 가정 뿐만 아니라 불리한 가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로마가 파비우스의 전략을 더 빨리 실행했다면 칸나이 전투는 없었다. 또, 게마누스의 기병대가 칸나이 회전에서 합류했다면 한니발은 기병과 보병 모두 열세한 상황에서 로마군을 상대해야 했을 것이다. 칸나이 이후에 로마는 정면 회전을 피하고 게릴라전으로 전술을 바꾸게 된다. 한니발이 자신의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한 것처럼 카르타고 장군들 또한 그들의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다. 무엇보다 한니발이라고 비판 불가의 성역이 아니다. 전쟁의 주요 자휘관으로써 손을 뻗고 발을 담근 이상 한니발 역시 패배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