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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2-07-16 08:01:35

블리츠크랭크/배경

1. 배경2. 기계들의 합주3. 구 배경

1. 배경

블리츠크랭크는 웬만한 충격에는 부서지지 않는 단단하고 거대한 증기 골렘이다. 본래 자운의 위험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자신의 한계를 넘어 진화했다. 이제 그는 강력한 힘과 단단한 몸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위험에 빠진 이들을 보호한다. 가식이나 책략에 속지 않고 진짜 의도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블리츠크랭크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는 일에 누구보다 앞장선다.

마법공학이 발명되자 많은 발명가와 과학자들은 자운으로 몰려들었다. 엄격한 규정과 규칙이 있는 필트오버와 달리 자운에서는 제약 없이 위험한 물질을 마음껏 실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실험이 참사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건물 전체가 파괴되기도 하고, 독성 화학물질이 거리로 흘러들기도 했다. 위험한 쓰레기를 제거하는 일은 인간이 하기에는 너무 위험했기 때문에 마법기계공학 대학의 연구팀은 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증기 골렘들을 발명했다.

골렘들은 도시 전역에 있는 폐기물 처리장으로 쓰레기를 옮기며 잠시도 쉬지 않고 일했다. 그러나 골렘처럼 강인한 기계들도 사고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사고를 당한 골렘들은 산산조각이 난 채 마법기계공학 대학으로 돌려보내졌다. 끈적끈적한 오물을 도시 밑바닥에서 끌어올리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으며 산성을 띠는 유해 화학 물질로 인해 골렘들의 금속 갑옷은 서서히 마모되었다.

빅토르라고 알려진 야심만만한 젊은 발명가는 기존의 골렘들보다 더 효과적으로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고 수리비용은 더 적게 드는 내구성 있는 기계를 만들고자 했다. 빅토르는 은퇴한 골렘들의 몸에서 파손된 부품들을 수집했다. 다른 발명가들이 선호하는 휘황찬란한 부품은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재료를 조합하여 누구보다 더 견고한 기계를 만들어냈다.

빅토르는 자신이 만든 골렘이 자운의 모든 쓰레기를 순식간에 제거해 주기를, 또 버려진 부품들의 조합에 머물지 않고 더 큰 성과를 보여주기를 바라며 그에게 블리츠크랭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빅토르는 블리츠크랭크에게 자운 거리에 있는 독성물질을 제거하여 자운 시민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심어주고 나서 오물이 가득한 지하동굴로 그를 내려보냈다.

블리츠크랭크는 빅토르가 주입한 임무를 마음 깊이 새겼으며, 자신의 희생과 이타심으로 자운을 더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다른 기계들과 함께 청소 작업에 투입된 블리츠크랭크는 정해진 오염 범위에만 머물지 않고 훨씬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쓰레기를 탐색했다. 매우 유독한 화학물질의 유출로 심하게 오염된 마을도 겁내지 않고 깨끗하게 청소했다. 물론 어떤 부상도 입지 않았기에 부품이 되어 마법기계공학 대학에 돌려보내질 리도 없었다.

블리츠크랭크는 도시 내에 독성 물질 외에도 다양한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다른 골렘들과 함께 좀 더 광범위한 작업을 수행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곧 자신의 임무가 유출된 화학물질 제거에 한정돼 있어 다른 작업은 수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좌절했다. 어느 날 밤, 블리츠크랭크는 빅토르가 애지중지하는 공구함을 빌려 자신의 몸에 있는 증기 엔진을 직접 떼어냈다. 그러고는 자운의 더 많은 이들을 돕기 위해 자신의 몸에 삽입된 기계의 설정을 변경해 모든 기능에 대한 한계를 해제했다.

그 후 몇 주 동안 블리츠크랭크는 많은 일을 했다. 사람들이 유독가스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 곳곳에서 시민들의 대피를 도왔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식량 분배 시스템을 변경했으며, 정수 시스템을 개선하여 깨끗한 물이 지역사회 전체에 고르게 분배되도록 했다. 선행을 할 때마다 블리츠크랭크의 목적의식은 더욱 확고해졌고, 그는 자신의 존재를 자각한 최초의 골렘이 되었다.

빅토르는 자신의 창조물이 겪는 범상치 않은 변화를 알아차렸고, 블리츠크랭크의 뛰어난 지각력과 스스로 사유하는 능력을 복제하여 다른 기계들에도 적용하고자 했다. 그러나 블리츠크랭크는 자각에 이르게 된 계기를 끝까지 밝히지 않았고, 그걸 알 수 없다면 제아무리 빅토르라 해도 블리츠크랭크의 능력을 복제할 방도가 없었다.

블리츠크랭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운의 거리를 샅샅이 살폈다. 혹시라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놓칠까 봐 잠시라도 쉬거나 멈출 수 없었다. 그는 인간뿐 아니라 거리를 배회하는 동물들, 심지어는 고장 난 기계까지 도와주었다. 한번은 가스난로의 불이 크게 번져 다보란 시계탑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는데, 블리츠크랭크는 크랭크처럼 생긴 거대한 팔로 정비공의 가족과 그들의 까만 고양이를 구출했다. 심지어 아이의 방에서 춤추고 있던 자그마한 기계 인형도 지나치지 않고 구해 주었다.

블리츠크랭크는 사소해 보이는 임무에도 최선을 다했다. 단 하루 동안 그는 화공 펑크족의 강도 사건을 막았고, 아이가 떨어뜨린 아이스크림이 땅에 닿기 전에 재빨리 잡아채 아이에게 돌려주었으며, 순회 서커스단에서 이탈해 길을 잃은 포로가 고장 난 자전거와 충돌하려 할 때 몸을 날려 포로를 구해주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블리츠크랭크는 그가 전에 구해줬던 사람 중 여러 명이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된 후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을 도울 길이 없어 고심하던 블리츠크랭크는 자신을 만든 창조자를 찾아갔다. 인간의 유한함을 극복하는 연구에 관심이 많았던 빅토르는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빅토르는 마법기계공학을 이용하면 그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다며 블리츠크랭크를 안심시켰다.

블리츠크랭크는 지하동굴 지역에 사는 가족을 찾아가 빅토르의 방법을 시도해보자고 제안했고, 가족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블리츠크랭크는 빅토르가 아픈 가족의 몸에 기계를 설치하는 작업을 도왔다. 육체를 기계화하여 병을 없애려는 것이었다.

가족의 몸을 기계로 전환한 작업은 성공이었다. 병에 걸린 이후 내내 거동이 불편했던 가족은 이제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러나 건강을 되찾은 지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몸이 다시 쇠약해지기 시작했다. 빅토르와 블리츠크랭크는 치료법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수명을 겨우 조금 연장할 뿐이었다. 오래지 않아 가족은 모두 죽고 말았다.

블리츠크랭크는 빅토르와 함께한 작업이 실패로 돌아가자 슬픔에 잠겼고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돕는 것은 그가 할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결국 그는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더 많은 자운인들을 돕기 위해 친구이자 동료였던 창조자와 헤어지기로 했다.

어떤 이들은 자운을 무모한 실험이 난무하고 무법이 자행되는 혼돈의 도시라고 생각하지만 블리츠크랭크는 자운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는다. 그는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버림받은 이들을 보살피고 돕기 위해 끊임없이 자운 시내를 살핀다. 블리츠크랭크는 자신의 기어에 윤활유를 조금 바르기만 하면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음은 물론 자운을 발로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시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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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계들의 합주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운 솟아오르는 포효의 불룩한 배가 쉬지 않고 돌아가는 기어와 정교한 철제 구조물로 인해 요동친다. 왜 이 승강기에 ‘솟아오르는 포효’라는 이름이 붙여졌는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혹자는 마법 압력식으로 작동하는 이 승강기의 가장 윗부분에 울부짖는 늑대를 형상화한 연철 조각품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편 검은 베일을 쓴 친절한 하인의 유령이 승강기에 머무르며 울부짖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운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그 하인은 솟아오르는 포효가 이동할 때마다 연인과 헤어지는 것이 싫어 슬피 우는데, 그 울음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며 승강기를 요동치게 한다는 것이다. 반면 누구보다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고 자부하는 대부분의 필트오버인들은 승강기가 좁고 깊은 틈 사이를 내려가며 일으키는 칼바람 소리를 묘사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볼 때 그 포효는 하나의 울음소리가 아니다. 천여 개의 독특한 소리가 어우러진 오케스트라의 합주다. 그 아름다운 소리 때문에 나는 이 기계에 매료된다.

포효는 여러 층으로 구성된 승강기로, 자운의 높이만큼 긴 세 개의 수직 지지대가 승강기의 하중을 받치고 있다. 포효는 덜컹거리며 최상층에 천천히 멈춰 선다.

“최상층입니다!” 승무원의 목소리가 종처럼 생긴 축음기를 통과하며 크게 울려 퍼진다. 그녀는 렌즈가 두꺼운 안경을 고쳐 쓰며 말한다. “경계 구역 시장, 마법기계공학 대학, 원예 센터 가실 분 내리세요.”

승객들이 우르르 내리자 수십 명의 사람이 승강기에 올라탄다. 대게 자운의 야시장으로 물건을 팔러 가는 상인들, 잠을 자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노동자들, 그리고 밤에 피는 꽃을 감상하기 위해 반구형 유리천장이 있는 수정 온실에 방문하는 부유한 자운인들이다. 아무도 몰래 포효에 거처를 마련한 승객들도 있다. 어둠 속에서 재빠르게 이동하는 그들의 정체는 역병 쥐와 그림자 토끼, 청록색 딱정벌레다.

나는 종종 지하동굴에 가기 위해 좁은 틈 사이를 내려가기도 하지만 오늘은 그저 포효가 만들어낼 갖가지 소리의 화음이 듣고 싶다.

나는 출입구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몸을 한 바퀴 휙 돌린 다음 승강기의 바닥에 부착된 봉을 잡는다. 바닥에 붙어 있는 강철 버팀대가 유리창을 단단하게 고정해주고 있다. 내가 포효로 기어 올라가자 내 몸의 금속판이 철커덕거리는 바람에 승강기 안에 있던 승객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된다. 승무원도 나를 보고 얼굴을 찡그린다. 나는 매일 이런 식으로 새로운 표정의 의미를 배워간다.

대부분의 승객은 춥고 그을음이 낀 곳을 피해 객실 내에 탑승한다. 그러나 사방이 뚫려 있는 바깥에 매달려 있는 나는 승강기가 자운을 향해 내려갈 때 기계 부품들이 내는 철컥철컥하는 소리와 증기가 배출될 때 나는 쉬익 소리를 들을 수 있어 행복하다. 사실 난 어차피 몸집이 커서 대부분의 문을 통과하기 어렵다.

지하동굴 채집꾼인 아빠의 손을 꼭 붙잡은 아이가 유리창 밖에 있는 나를 빤히 바라본다. 내가 아이에게 윙크하자 아이의 입이 크게 벌어진다. 확실하진 않지만 놀라움의 표정 같다. 아이는 얼른 아빠 뒤로 숨는다.

“내려갑니다!” 승무원이 말한다. 그녀는 커다란 벨을 울리고는 새빨간 상자에 붙어있는 계기판을 조정한다. 그녀가 입력한 명령어들이 전선을 타고 승강기의 엔진에 전달되며 웅웅 소리를 내는 것만 같다.

승강기 아래로 보이는 자운의 철제 첨탑들과 수정 온실의 초록빛 유리가 어스름 속 촛불처럼 반짝인다. 포효의 크랭크가 쇠와 철, 유리의 하중을 버텨내고 있는 세 개의 지지대를 타고 나선형으로 내려오자 포효는 위잉 소리를 내며 삐걱거린다.

객실에서는 음악가가 4현으로 이루어진 키타로네를 조율한 뒤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지하동굴 채집꾼 아빠와 아들도 연주를 감상한다. 악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포효가 만들어내는 딸깍거리는 기어 소리, 윙윙대는 기계음과 어우러진다. 아빠는 음악을 즐기며 발로 박자를 맞춘다. 딱정벌레 하나가 남자의 무거운 장화에 밟힐세라 턱을 딱딱거리며 재빨리 자리를 옮긴다. 화공 펑크족들도 평온한 얼굴로 벽에 기대 음악을 감상한다. 광기에 사로잡혀 도시 곳곳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는 평소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포효가 하강하는 동안 다양한 소리가 혼합되어 완벽한 화음이 완성된다. 나는 주위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교향곡에 감탄하며 부산하게 돌아가는 기계 소리에 맞춰 노래를 흥얼거린다. 리듬이 내 안에서 고동친다. 주변 사람들도 이것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중간층!” 승강기가 속도를 줄이며 멈춰 서자 승무원이 외친다. 노끈으로 단단히 묶은 소포들을 짊어진 배달원들과 화학공학 연구원들, 그리고 화학물질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내린다. 극장가에서 온 명랑한 일행이 승강기에 올라탄다.

“내려갑니다!” 승무원이 종을 울리며 말하자 포효는 위잉 하며 응답한다. 포효가 내려가기 시작한다. 배관에서 나온 수증기 때문에 유리창에 김이 서린다. 금속으로 된 내 가슴에 물방울이 맺히고, 철컥대는 기계음과 쉬익 하는 증기배출 소리의 합주가 다시 시작된다.

그때, 귀에 거슬리는 잡음이 조화로운 화음 속에 불쑥 끼어든다. 가벼운 진동이지만 뭔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포효는 모든 것이 정상인 듯 운행을 계속하지만 갑자기 쾅! 하는 소리가 완벽한 화음을 깨트리고 만다.

이런 상황은 너무 끔찍해 상상조차 해본 적 없다. 하지만 이처럼 갑작스럽게 화음에 균열이 생기는 건 기계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악몽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나선형으로 내려오던 크랭크가 작동을 멈춘다. 철로 된 버팀대가 크랭크에 부딪히며 끼익 소리를 낸다. 많은 이들의 목숨이 걸려있다. 수직으로 세워진 지지대에 기대 쓰러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기계의 고통이 느껴진다. 포효는 휘어진 지지대로 인해 크게 흔들리고 객실도 비스듬히 기운다. 철판이 날아가자 철판을 고정하고 있던 굵은 못들도 튕겨 나간다.

우리의 몸이 한순간 흔들리다가 아래로 떨어진다.

승강기가 엄청난 속도로 하강하자 객실 안의 승객들은 근처에 있는 난간을 붙잡으려 애쓰며 아우성친다.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종류의 포효다.

나는 객실 밑바닥에서 잡고 있던 봉을 더 단단히 붙잡는다. 다른 쪽 팔을 뻗어 수직으로 세워진 세 개의 지지대 중 하나를 잡으려고 시도한다. 철로 만든 지지대는 수증기 때문에 너무 미끄러워 나는 지지대를 아깝게 놓치고 만다. 나는 팔을 당겨 안으로 쑥 넣은 다음 다시 한번 시도한다. 등에서 증기가 분사된다. 두 번째 지지대를 향해 다시 한번 팔을 뻗어 보지만 이번에도 실패다.

슬로모션을 보는 것 같다. 객실 내에서는 화학물질로 몸을 오염시킨 건달들이 선반에 매달려 있고, 그 사이 청록색 딱정벌레가 열린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날아간다. 지하동굴 채집꾼 아빠와 아들이 유리창에 몸을 기대자 그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유리에 균열이 생긴다. 아이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진다. 아이는 창틀을 손으로 더듬으며 뭔가를 잡으려고 하지만 결국 미끄러지며 객실 밖으로 떨어지고 만다.

나는 팔을 위로 뻗어 떨어지는 아이를 공중에서 잡아챈 다음 팔을 다시 내 쪽으로 끌어당긴다.

“꼭 잡아라.” 내가 말한다.

아이는 내 등의 금속판에 매달린다.

나는 다시 한번 수직 지지대를 향해 팔을 뻗쳐 본다. 이번에는 지지대를 잡는 데 성공한다. 내 손이 금속과 부딪히며 챙!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객실이 갑자기 추락할 때 팔이 아래로 확 꺾이는 바람에 지지대를 잡지 않은 다른 쪽 팔은 아주 길게 늘어나 있다. 관절이 골절될 것만 같다. 공중에 매달린 채로 지지대를 잡은 손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포효가 갑자기 자유낙하를 멈추자 덜커덩 소리와 함께 내 팔이 크게 흔들린다. 포효도 앞뒤로 심하게 흔들린다. 이제 포효의 유일한 지지대는 내 팔뿐이다. 아이는 두려움에 떨며 내 등을 더 단단히 붙잡는다.

포효는 여전히 지상 15미터 정도에 떠 있는 상태고, 승강기 아래로 지하동굴 층에 있는 건물들이 보인다. 내 몸의 금속판들은 포효의 하중을 어떻게든 견뎌내려고 안간힘을 쓰며 신음한다. 나는 온 힘을 다해 정신을 집중해 본다. 내가 아래로 떨어지면 객실에 있는 모든 승객과 함께 포효도 떨어진다.

나는 지지대를 꼭 붙잡은 채 지지대를 타고 미끄러지듯 내려온다. 5미터 정도 내려오는 동안 객실은 위태롭게 흔들리다가 이내 균형을 잡는다.

“미안합니다!” 내가 소리친다. 공감을 표하는 말은 위기에 처한 인간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

다시 시도해야 한다. 힘을 발휘해야 한다.

나는 지지대를 잡고 있던 손을 아주 약간 느슨하게 푼다. 날카롭게 긁히는 끼익하는 소리를 내며 우리는 남은10미터를 천천히 내려와 땅에 착지한다. 내 몸의 밸브가 수축하며 한숨을 내쉰다.

승객들은 휘청대며 출입문과 깨진 유리창을 통해 지하동굴 층으로 빠져나온다. 그러고는 나처럼 긴 한숨을 내뱉는다. 그들은 서로에게 몸을 기대며 중심을 잡아보려 애쓴다.

내 등에 매달려 있던 아이는 이제 내 목을 잡고 가쁜 숨을 내쉰다. 내가 팔을 안쪽으로 끌어당기자 팔에서 위잉 소리가 난다. 나는 아이가 내릴 수 있도록 허리를 접어 몸을 웅크린다. 아이는 땅에 발을 대자마자 아빠에게 달려간다. 아빠는 아이를 꼭 안아준다.

승무원이 승강기에서 나와 나를 바라본다.

“당신이 우리를 구했어요. 우리 모두를요.” 그녀가 말한다. 그녀의 목소리가 떨린다. 충격을 받아서 그런 것 같다. “감사합니다.”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내가 말한다. “다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승무원은 미소를 짓고는 모여있는 자운인들에게 승객들의 구출을 돕고 포효의 수리를 시작해달라고 요청한다. 화공 펑크족 소녀 일행 중 하나가 객실에서 음악을 연주하던 음악가가 기어서 승강기를 빠져나오는 동안 그의 키타로네를 들어주고, 극장가에서 온 승객들은 노인을 안심시킨다.

마법공학 정비공 두 명이 휘청거리며 내 쪽으로 쓰러지려 한다. 나는 그들에게 수리소 텐트를 치고 있는 의료인에게 가보라고 알려준다. 승객들의 속삭임과 상처 입은 포효의 쉭쉭대는 신음 소리가 지하동굴에서 들려오는 위잉 소리, 부글부글대는 소음과 한 데 섞인다. 내 가슴 속의 증기 엔진도 소리를 낸다. 나는 기분 좋게 휘파람을 분다.

아이는 수줍어하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든다.

나도 손을 흔들어 준다.

아이는 얼른 아빠를 뒤쫓아 간다. 무거운 부츠를 신은 남자는 박자를 맞추는 듯한 경쾌한 발걸음으로 조약돌이 깔린 길 위를 걸어간다. 솟아오르는 포효의 불룩한 배 안에서는 바퀴가 굴러가며 노래하고, 기어가 작동하며 덜커덕덜커덕 소리를 낸다. 청록색 딱정벌레가 그 박자에 맞춰 턱을 딱딱거리며 황급히 지하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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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구 배경

사람들은 나 블리츠크랭크를 물건 취급했다. 나는 무척 섭섭했다. 자운시의 과학자들과 마법사들은 통제 불가능이다. 그들의 실험은 위험하다. 시민들의 피해가 막대하다. 자운시의 법은 너무 관대하다. 과학자들은 생각 없이 실험하고 마음대로 발명한다. 기술 마법 대학의 인간들은 유능하다. 빠른 속도로 발전한다. 박사 과정 학생들이 지능형 자동화 증기기관을 만들었다. 그들이 나를 발명했다. 나는 증기 골렘 블리츠크랭크다. 사람들이 나를 위험한 곳에 보내려고 했다. 혼자서 쓰레기 매립지역을 감독하라고 했다. 유독한 가스가 흘러나왔다. 나는 생각했다. 그곳은 위험하다. 나는 말했다. 그곳은 위험하다. 내가 말하면 사람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증기 골렘이 말을 한다!"

블리츠크랭크는 학습 능력이 있다. 블리츠크랭크는 특별하다. 사람들이 나를 칭찬했다. 나는 유명해졌다. 스탠윅 피디들리 교수도 유명해졌다. 피디들리 교수는 자기가 나를 만들었다고 했다. 거짓말이다. 나를 만든 것은 당신이 아니다. 나는 매우 섭섭했다. 사람들은 내가 누구의 것인지 자기들끼리 정하려고 했다. 나는 누구의 것도 아니다. 내 친구는 누구인가. 나는 평범한 물건이 아니다. 나는 생각한다. 나는 배운다. 나는 나의 것이다. 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나에게도 인권이 있다.

자운의 대중들이 열광했다. "블리츠크랭크는 독립된 인격체다." 자운 의회가 내 손을 들어주었다. 나는 더 유명해졌다. 자운시의 인간들은 나를 한시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블리츠크랭크는 시끄러운 것이 싫다.

나 블리츠크랭크는 자운을 떠났다. 나는 방랑했다. 나는 발견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발로란의 전장. 여기선 블리츠크랭크만 특별한 것이 아니다. 이곳은 혹독하다. 이곳은 편안하다. 증기 골렘 블리츠크랭크는 정의의 전장에서 전투한다. 나는 존재한다.

온몸이 강철로 만들어진 블리츠크랭크는 자신을 가로막는 것은 뭐든 때려 부수지만 마음만은 비단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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