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성운상 시상식 | ||||
해외 장편 부문 | ||||
제44회 ( 2013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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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회 ( 2014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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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회 ( 2015년) |
존 스칼지 《The Android's 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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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와츠 《블라인드 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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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위어 《 마션》 |
1. 개요
피터 와츠의 SF 소설.외계문명과의 접촉 및 우주탐사에 관한 SF 소설이다. 자의식 및 정신활동이 진화적으로는 어떤 가치가 있고 그 본질은 어떠한지를 탐구하는 하드 SF다. 생물학자답게 우주선의 각 부위나 기계장치를 묘사할 때는 해부학적인 용어를 써먹는다.
제목을 직역하면 맹시(盲視, blindsight). 뇌 손상으로 눈앞이 안보이더라도 무의식적으로는 사물을 인지할 수 있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테면 시각장애인이 스스로 장애물을 피한다거나, 손을 뻗어 물건을 잡는 등. 뭔가 초능력스럽지만 신경학계에서 실제로 보고되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2006년에 영문판이 나왔는데 각종 상의 후보에 올랐을 뿐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자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저자가 무료로 공개해 버렸는데 (지금도 영문판을 다운받을 수 있다) 그 후로 각국에서 팬층이 알음알음 생겨나고 있는 상황. 무료로 읽은 팬들이 저자에게 고맙다며 책값을 보내준다거나, 자국에서 책이 나오도록 돕거나 해서 저자가 그 덕에 먹고 산다. 한글판의 경우 김창규가 번역해서 2011년에 출간했다. 2014년에 일본 성운상을 수상했다.
2. 줄거리
2082년 지구 상공에 65,536개[1]의 외계물체가 출현한다. 반딧불이(Fireflies)로 명명된 이들은 완벽한 격자 대형으로 지구 전체를 뒤덮더니, 마치 사진을 찍듯 번쩍 빛을 내고는 소멸되어 버린다. 반딧불이가 발생시킨 전파의 충격으로 인해 지구의 인공위성은 전부 마비가 되고, 인류는 일대 혼란에 빠진다. 사태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반딧불이들이 모종의 암호화된 신호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관련 지점이 태양계 안쪽임이 확인되자 서둘러 최정예 팀을 구성하고 급파한다. 소설은 대원 중에 한 명인 시리 키튼(Siri Keeton)의 시각에서 탐사 임무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진술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탐사는 진행할수록 의문투성이다. 외계물체의 의도는 무엇인지, 적대감이 있는지 없는지, 지능이 있기는 한 건지, 위험한 존재인지, 생명체가 맞기는 한 건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지경. 그러는 주제에 미끼를 던지고 사각(死角)지대에 숨는다거나, 사람의 맹점을 활용한다거나, 인간의 지성을 역이용한다거나 하기 때문에 무척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긴다.
탐사과정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지만,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수수께끼를 추리하고 파악해내는 건 독자의 몫이다. 결말에서 모든 걸 친절하게 설명해주길 기대하고 읽지 말자. 보다 천천히, 작품 구석구석에서 제시하는 각종 정보들을 꼼꼼하게 체크해 나가면 의외로 눈에 들어오는 내용이 많을 것이다.
사실 작품에서 그야말로 '맹시(블라인드사이트)'를 만드는 게 난무하는 기술 용어들인데, 사실 거기 신경쓰지 않아도 줄거리 자체는 명쾌한 편이고 메세지도 어렵지 않다. (특히)SF를 즐겨 읽어 훈련이 된 독자라면 그리 어렵다고 할 수도 없는 편. 이쪽 계열에 익숙지 않는 독자라면 차라리 기술 용어 같은 건 스타트렉의 워프 속도 같은 수준으로 대충 받아들이고 전체 맥락을 읽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오히려 그보다는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매우 비범한지라 이입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을지도.
3. 등장인물
대원 중에 멀쩡한 사람이 없다. 무엇보다 우주여행시 동면에 들 수 있도록 대원들 전원이 뱀파이어 유전자를 이식받았다. 극한 임무는 정상인에게 맡길 수 없다는 게 작가의 평소 생각인 듯.[2]-
아만다 베이츠 소령 (군사 고문)
정찰 및 전투 담당. 무인기 군단을 운용하는데, 동시다발적으로 지휘할 수도 있고, 하나하나 1인칭 시점으로 다루기도 한다. 마치 RTS와 FPS를 동시에 플레이하는 것과 비슷. Realist들의 반란을 관계자와 내통하면서 제압한 공로를 인정받아 특진과 더불어 해당 임무에 징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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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제임스 (언어학자)
뇌에다 다중인격을 심었다. 별칭은 4인방(Gang of Four). 말하는 중에도 수시로 인격이 바뀐다.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사물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세상 어떤 언어라도 금세 파악할 수 있으며, 뭐든 대화로 풀어가는 걸 선호한다. - 수잔 제임스 : 주 인격으로 다른 인격들은 '엄마'라고 부른다.
- 미셸 : 수줍음이 많고 공감각을 느끼는 인격으로 아이작과 연인 비슷한 관계를 맺고 있다.
- 샤샤 : 비교적 까칠하고 시리에게 적대감을 자주 표출하는 인격.
- 계산가 : 평소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제대로 된 인격이라기보다는 수잔의 보조 연산도구에 가까운 취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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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스핀델 (생물학자)
낙관적인 성격으로 로흐샤흐와 내부 거주자인 훼방꾼을 생물학적으로 분석하는 역할을 맡았다. 극 중반부에서 로흐샤흐가 격벽을 움직여 수잔을 집어삼키고, 아만다의 로봇이 발사한 레이져를 굴절 섬유로 반사시키면서 도탄에 맞아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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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커닝햄 (생물학자)
아이작의 '대체품'으로 준비되어 있던 두 번째 생물학자로, 아이작의 사망 후 동면에서 깨어나 임무를 수행한다. 모니터, 센서, 기계팔 등등 각종 기기를 뇌신경계에 직접 꽂아서 사용한다. 장비를 조종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신체의 일부처럼 받아들인다. 일종의 사이보그와 비슷한데 이러한 능력을 얻기 위해 스스로 신체와 뇌의 일부를 많이 희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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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 키튼 (종합가)
작중 화자. 종합가는 상대방의 언어 및 비언어적 행동[3]을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의사를 읽어내는 직업이다. 어린 시절 심한 발작을 앓아서 뇌의 절반을 들어내고 기계로 대치했는데, 그 이후로 감정도 공감능력도 결여되어 있으나 그러한 점 때문에 종합가로서는 최고의 능력자로 평가받는다. 탐사대원들이 모두 흡혈귀, 사이보그, 다중인격자 등 인간의 신체 및 정신을 초월한 트랜스휴먼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활동을 보통 인간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공하여 지구 상부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았다. 일종의 감시자인 탓에 대원들은 대체로 시리의 존재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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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카 사라스티 (부지휘관)
뱀파이어. 생각의 속도가 인류의 한계를 현저히 뛰어넘는 팀의 리더이자 전략가. 뱀파이어는 오래 전에 멸종했지만 현대 유전공학 기술로 복원해냈다. 인류를 사냥했던 종족답게 한 공간에 함께한 것만으로도 압도적인 위압감과 동물적인 공포감을 선사한다. 작가의 홈페이지에 테세우스의 독백이 올라와 있는데, 이를 보면 내심 고립되어 있다는 근원적인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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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 (우주선 겸 선장)
우주탐사선 자체가 선장이다. 뛰어난 인공지능을 갖추고 있다. 한시가 급한 임무라서 아무런 무장도 갖추지 않고 출발하긴 했지만, 시간을 들이면 식량이든 로봇이든 무기든 뭐든지 생산할 수 있다. 태양 근처에 설치된 이카루스 안테나가 양자 정보를 보내면 그것을 반물질의 형태로 가공해서 에너지원으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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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외계생명체)
작중 우주탐사대가 꾸려지게 만든 장본인. 정확히는 로흐샤르가 인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보낸 탐사대. 특정 면적보다 좁은 지역은 탐지하지 못한다는 묘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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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흐샤르 (외계생명체)
반딧불이들을 지구로 보낸 원흉. 태양계 외곽 오르트 구름 쪽에 있는 갈색왜성 '빅 벤'에 은닉하고 있었다. 해당 이름은 탐사대원들이 지어준 이름이 아니고 로흐샤르가 인류의 통신을 감청하면서 자신에게 제일 걸맞다 판단한 명칭이라 생각해서 응답한 이름이다. 이는 로흐샤르의 외향이 실제 로흐샤르 모형처럼 매우 난해하게 생겼기 때문인데, 발견 당시 직경 약 30km 정도 크기의 가시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은 일종의 민들레 씨앗처럼 아직 제대로 발아하지 못한 다소 취약한 성장단계인데, 완벽히 성장한다면 거의 전지전능한 수준의 생명체가 될 수 있다.
로흐샤르는 일종의 탄소복합체로 이루어진 존재로 수많은 소형 비행선 '수영 선수'들을 통해서 소행성과 갈색왜성의 가스를 자원삼아[5] 크기를 키워가기도 하고 각종 물자들을 생산하기도 한다. 로흐샤르는 매우 강력한 방사선과 자기장을 방출하는데다가 특이하게도 지능이 매우 뛰어난데 수많은 소행성들의 랜덤한 움직임을 정확하게 계산하여 자신에게 바로 떨어지도록 투하궤도를 조종할 수 있고[6] 단지 인류의 통신들을 엿듣는 것만으로도 인류의 거의 모든 언어에다 수많은 문화들을 섭렵하기까지 했다.
놀랍게도 로흐샤르는 의식이 있는 생명체가 아니다. 수전이 알아낸 사실인데, 대화패턴을 분석해서 로흐샤르가 결코 인류의 언어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그저 기계적으로 계산하여 답을 하고 있을 뿐, 자아를 갖고 있지 않음이 밝혀진다. 태양계를 우연히 지나가고 있던 로흐샤르는 인류의 뉴스, 라디오방송, 티비프로그램 등을 포함한 전자기파 신호를 포착하게 되고, 지능을 지닌 존재가 발산하는 패턴이라는 것까지 알아냈으나 의식이 없는 생명체이기에 불필요한 재귀적 의미로 가득찬 예술적 표현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유도하게끔 하는 경쟁자의 적대적인 공격 신호로 간주하여 작중 흉계를 꾸민 셈. 자아가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인류를 아득히 초월한 지능을 가지고 있기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로흐샤르는 가히 공포스러운 능력들을 선보이는데, 지속적인 방사선, 자기장 공격으로 수잔에게 또다른 인격을 심는가 하면 섐블러들을 의도적으로 포획되게 한 다음 이들을 통해서 인류의 되돌이신경을 말그대로 '관찰하며' 탐사원들이 정확히 눈을 감는 타이밍을 계산하고 그 순간에 훼방꾼들을 통한 정보수집을 하는 등 가히 신기에 가까운 연산능력을 보여준다. 거기에 아예 로흐샤르 내부를 탐사하는 대원들의 뇌속을 말그대로 자기장을 통해서 들여다보는 것도 가능. 막판에 테세우스에 각종 포격을 퍼붓기도 하고 자기장을 통해 갈색왜성을 폭파시키는 것을 보면 전투력도 출중하다.
로흐샤르는 특이하게도 철저하게 게임이론적인 방식으로 모든 상황에 접근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은 어차피 부딪힐 경쟁자들이나 위협이 상대적으로 한정되어 있다 보니 편향적 사고방식을 진화시킬 여건이 되었지만 거의 무한에 가깝게 넓은 우주에서는 어떤 포식자나 경쟁자들과 부딪힐지 알 수 없기에 어떤 특정 생명체들을 대상으로는 매우 잘 먹혔을 전략들이 다른 생명체들과의 경쟁에서는 그대로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연선택의 결과로 얻게 된 전략들을 가지고 최적화 알고리즘에 따라서 어떠한 상황속에서도 기계같이 게임이론적인 답만을 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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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방꾼 (외계생명체)
로흐샤르의 내부에 서식하고 있는 생명체. 겉으로 드러나는 감각기관은 없으며 온몸에 빼곡히 들어찬 신경세포를 통해서 주변의 자기장, 방사선, 자외선 등을 감지하는 식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피부의 색을 바꾸는 등의 방식을 통해서 서로끼리 의사소통을 한다. 이들에게 강력한 자기장과 방사선은 단지 감지수단이 아니라 아예 생존에 필수적인 것으로 묘사되는데, 로흐샤르가 보내주는 자기장을 말그대로 먹고 생명을 유지한다고 한다. 생김새는 방사형으로 원형 몸체를 중심으로 여러 촉수가 나있는 모습인데, 촉수들을 통해서 엄청난 속도의 기동과 근력을 낼 수 있다.
훼방꾼들은 단지 로흐샤르 내부에 사는 것이 아니라, 아예 로흐샤르의 일부로 일종의 의식없는 하이브 마인드의 일환이다. 탄생부터가 로흐샤르 내부에 있는 특정 구역들에서 로흐샤르로부터 자라나는 식으로 탄생한다. 다른 개체를 오체분시하고 섭취함으로서 다른 개체의 기억을 통째로 이어받을 수도 있고 위에서 언급한대로 탐사대원들이 관찰할 때는 일부러 지능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음으로서 몸에 있는 신경세포들이 대부분 다리들을 제어하는 용도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도록 방심을 유도하고 눈을 감는 타이밍에만 서로 의사소통을 하기도 하는 것을 보면 각 개체의 지능도 비상하다. 아예 자기장을 발산해서 인간이 자신을 빤히 보고 있음에도 아예 인지하지 못하게 속이는 것도 가능하다. 최후반부에 테세우스가 포격으로 로흐샤르를 손상시키자 훼방꾼들이 쏟아져 나와서 탄환이 피격하는 속도 이상으로 빠르게 로흐샤르를 복구하기도 하고, 각종 무기들을 사용할 수도 있다.
- 포티아 (외계생명체)
4. 뱀파이어에 관한 설정
저자가 생물학자라 그런지 생리학적 묘사가 굉장히 자세하다. 바이러스 때문에 흡혈귀가 된다는 흔한 설정 대신, 진화된 고대 종족이라고 한 점이 특이하다. 박쥐나 안개로 변신하는 건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으니 빼버렸지만 그 외에는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특히 십자가를 두려워하는 이유가 종교나 심리학적 측면이 아니라 흥미롭다.뱀파이어는 선사 시대에 살았던 인류의 아종으로 호모 사피엔스 뱀피리스(homo sapiens vampiris)로 분류된다.[7] 겉으로 보이는 골격은 인간과 크게 차이나지는 않기 때문에 예전에는 뱀파이어 화석을 원시인 화석과 구분해낼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뼈 외에 다른 부분에서는 인간과 차이 나는 점들이 많다. 육식을 하는 습성 때문에 뱀파이어들은 각종 기생충 및 프리온(prion)에 더 많이 노출되었는데 이 때문에 면역력이 강한 개체만 살아남았다. 또 인간의 눈 속에는 원추세포가 3종이 있는데 비해 야간에 사냥을 즐겼던 뱀파이어는 4종의 원추세포를 갖게 되었고,[8] 4번째 원추세포로는 적외선을 감지한다. 청각 능력도 인간에 비해 탁월했으며, 잡아먹을 식량(인간)이 언제나 부족했기 때문에 혼자 다니는 걸 선호했다. 그래서인지 천재 자폐증 환자와 비슷한 뇌 구조가 발달했다. 모든 정보를 멀티코어 CPU처럼 병렬로 처리하기 때문에 사고능력이 초고속이다. 게다가 근력도 일반적인 인간을 압도하는데, 각 세포들의 ATP 저장량 및 생산량이 일반적인 인간을 압도해서 무장하지 않은 채로 성체 뱀파이어에게 맞서는 것은 맹수에게 맨손으로 덤비는 것과 같이 승산이 없다.
뱀파이어의 모든 특징은 유전학적으로 단 하나의 원인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X염색체 위에 있는 Xq21.3 유전자에 발생한 돌연변이가 최초의 시발점이다. 이 돌연변이는 많은 장점 뿐만 아니라 치명적인 약점들도 같이 불러왔다. 우선 신경 발달에 필수적인 단백질을 스스로 합성할 수 없게 되어[9] 음식으로 섭취해야만 했다. 이에 뱀파이어들은 인간을 대상으로는 선천적으로 공감능력이 결여된 상태였는데, 본인들의 식량이 자신들과 너무 비슷했기 때문에 인간에게 공감하던 뱀파이어들은 전부 굶어죽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간의 번식 속도가 다른 동물에 비해 매우 느리다는 점. 그래서 식량은 언제나 부족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뱀파이어는 주기적으로 동면에 들어갔는데, 시간이 흘러 인구가 다시 증가하고 뱀파이어의 존재가 잊혀질 즈음이면 다시 깨어나 사냥을 하곤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번성하기는 어려운 조건이라 전성기였을 때조차 개체수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
또 하나의 약점은 시각 계통에서 발생한 일종의 버그였다. 가로로 된 선과 세로로 된 선이 직각으로 교차하는 모습을 목격할 때 (즉, 십자가를 봤을 때) 일어나는 현상으로, 시각 데이터를 고속으로 병렬 처리하는 신경회로에 문제가 생겨서 심한 발작 증세가 나타난다. 이를 '십자가 결함(Crucifix Glitch)'이라고 부른다. 자연계에서는 직각이라고 할 만한 게 없으니 아무런 문제 없이 이러한 특성이 유전되어 내려왔는데, 인류가 건축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언제나 직각으로 지어댔기 때문에 뱀파이어들은 식량에 접근하지 못하고 굶어죽기 일쑤였다. 결국 선사시대가 저물어 가고 문명이 태동하자마자 뱀파이어는 멸종에 이르게 된다.
후대의 과학자들이 자폐증 유전자 치료기술을 개발하던 중 우연히 뱀파이어를 복원하게 되었는데[10][11], 다방면으로 쓸모가 있어서 연구 주제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일단 초고속 뇌는 쓸모가 많다. 또한 동면하는 능력은 장거리 우주여행에 필수적이라, 작중에 등장하는 탐사대원들도 전부 뱀파이어 유전자를 이식받았다. 현대의 뱀파이어종은 유전자 치료기술 덕에 인간을 먹지 않고 스스로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게 되었지만, 본능까지는 어찌할 수 없는지 사람을 보며 입맛을 다시거나 한다. 평소에는 십자가 결함을 누그러뜨리고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약물을 투여받는다. 명칭은 항유클리드 약물 (anti-Euclidean drugs). 명칭으로 봐서는 시각을 일부러 일그러뜨리는 약제인 모양인데, 그런 약에 취한 상태에서도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어째서 유전공학으로 그러한 결함을 없애지 않는지 의문이 들 수 있겠는데, 이는 일단 공식적으로는 십자가 결함을 초래하는 유전자가 뱀파이어들의 병렬연산의 비결이기 때문에 굳이 뱀파이어들을 복원해놓고 결함을 고치는 건 별다른 효용이 없다고 발표되었지만, 동시에 뱀파이어라는 강력한 종들을 제어하기 위한 목적도 있기 때문에 결함을 그대로 두었다고.
뱀파이어는 천국(Heaven)이라는 가상세계에 접속하지 않는다고 한다. 픽셀 단위로 속속들이 다 보이기 때문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모양.
뱀파이어들은 대부분이 인류와는 완전히 다른 의식체계를 갖고 있다. 현실을 마치 교차하는 복수의 꿈처럼 인지한다고. 한마디로 철학적 좀비에 보다 가까운 존재들. 이는 시리 키튼이 사라스티의 말도 안되는 연산능력과 우주에서의 지적 생명체의 진화와 관련된 진실을 깨달은 이후 탈출정에서 도달한 결론이다. 작중에서 우주에서의 지적 생명체들은 오히려 지능을 발달시킬수록 자의식을 없애는 방향으로 진화를 하게 되는데, 의식은 진화해봤자 뇌의 연산능력을 쓸데없이 잡아먹어서 지능을 발휘하는데에 큰 방해가 될 뿐이기에 그러는 편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경우에는 그러한 우주의 보편적인 진화법칙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매우 이상한 케이스인데, 인류의 진화사에서 어느 시점에서는 의식을 보유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겠지만, 결국에는 진화적 교착점에 빠지게 되어 인류와는 다르게 제대로 된 '지능'들과 마주치게 되었을 때는 상당한 문제가 된다. [12] 그런 면에서 뱀파이어들은 시리 왈 차츰차츰 의식을 없애는 쪽으로 진화를 하고 있었으며 지구의 정당한 지배자가 되었어야 했을 종이라고.
결국 후속작 Echopraxia에서 벌어진 사건들로 인해 뱀파이어들이 반란을 일으켜 호모 사피엔스를 멸절시키고 새로운 지배종으로 등극했다는 암시가 나온다.
5. 로빈 쿡의 소설
동명의 의학 스릴러 소설이 있다.
[1]
2의 16승에 해당하는 숫자다.
[2]
전작
리프터스 삼부작은 심해 탐사를 다루고 있는데 여기서도 정신 상태가 제대로 된 탐사원이 없었다.
[3]
시리 본인은 그것을 '위상' 또는 '시스템'이라고 부르고 있다.
[4]
슈핀델은 대놓고 커미사르라고 부른다.
[5]
갈색왜성에다가 각종 유기물을 포함한 물질들을 뿌려두면 갈색왜성의 가스를 흡수하는 식으로
[6]
인류의 최고성능 컴퓨터도 하지 못하는 일이란다
[7]
일단 작중에서 뱀파이어는 현생인류와는 별개의 종 내지는 아종으로 취급되지만, 몇몇 생물학자들은 사실 뱀파이어라는 것 자체가 호모 사피엔스중 일부가 지속적으로, 일관적으로 겪는 유전병일 뿐이며 별개의 종으로 구분하기에는 충분한 분화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8]
뱀이나 고양이 같은 야행성 포식동물에서 많이 나타나는 특성이다.
[9]
정확히는 ε-Protocadherin Y 단백질. 이 단백질을 합성하려면 Y염색체상에 존재하는 유전자 코드를 활용해야 하는데 뱀파이어는 이 코드를 읽어들일 수 없게 된 것이다.
[10]
자폐증 환자들과 소시오패스들의 유전자에서 뱀파이어 유전자를 발견, 이를 텍사스주의 감옥에 갖힌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인체실험하여 복원하는데에 성공했다. 이 실험을 주관한 기업은 참고로 화이자...
[11]
인류를 사냥하던 종족의 유전자가 어떻게 현생인류에게 남아있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겠지만 피터 와츠 본인왈 몇몇 뱀파이어들은 인간들에게 혈액을 주기적으로 상납받으며 공존했을 수도 있고 번식도 진행한 개체들도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12]
의식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작중 보여주는 예시가 시리 키튼인데, 시리 키튼은 로흐샤르와 관련된 간접적인 정보만으로도 내부에 서식하고 있는 섐블러라는 생명체들의 모습과 생태를 무의식적으로 추론해내는데 성공했다. 이는 사라스티와 테세우스의 인공지능조차 해내지 못한 일로 의식이 없다면 시리가 응당 해낼 수 있었을 것으로 묘사된다. 또한 인류는 되려 의식때문에 서로와의 친밀한 사회적 관계를 부담스럽게 생각하며 피하게 되고 이는 인류문명을 점차 쇠락의 길로 이끌고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의식은 단지 족쇄일 뿐이 아니라 사실상 종에게 있어서는 사형선고인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