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개
1932년 김동인이 발표한 단편소설. 김동인의 후기작에 해당한다. 일제강점기판 디스배틀의 산물.이 소설은 주인공 M에 대한 서술자의 깊은 연민과 애정이 느껴지는 필체로 쓰여졌다. 작품 발표 당시에는 M의 모델이 염상섭이라는 추측이 상당히 성행했다고 한다. 이런 추측이 나올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 염상섭은 표본실의 청개구리에서 김동인을 디스한 적이 있었다. 만약 염상섭이라는 추측이 사실이라면, 김동인이 그 건에 대해 본작으로 맞디스를 한 셈. 요약하자면, 염상섭 : "너 아내 도망간 무능력자." vs 김동인: "너 고자." 였던 것이다.(…)
김동인의 단편소설이 대부분 그렇듯 간단한 이야기에 역시 간단한 주제를 담고 있는데, 오로지 M이라는 남자의 무척이나 멍청하고 어리석은 모습을 보여주고, 거기서 눈꼽만한 작디 작은 인간애의 흔적같은 것을 발견하려고 애쓰는 작품이다.
2. 상세
소설의 화자는 M의 친구이자 의사로, M이 매독을 심하게 앓은 것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다.M에 대해서는 다소 풍자적인 경향을 보인다. 그는 젊어서 무절제한 성생활을 일삼다가 매독을 심하게 앓아 생식기능을 잃은 채로 결혼하였다. 처음에는 아내와의 금슬이 좋았지만, 불임에 대한 자격지심인지[1] 이내 아내를 상습적으로 때리게 된다. 그런데 화자인 의사는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어부와 마신 이야기를 떠올리고[2], 그런 그의 행동을 "몇 년에 걸친 독신생활 동안 한이 쌓인 것"이라고 해석하며 내심 친구의 가정폭력을 응원하기까지 한다.[3]
M은 화자와의 술자리에서 방탕했던 젊은 시절을 후회하는 발언을 자주 한다. 그러다 M의 아내가 아들을 낳게 되고, 남편이 불임인지도 모르고 자랑스럽게 "나 임신했네" 하는 아내에게 M은 아무런 태클도 못 걸고 입을 다문다.
그리고 M은 자기 자식일 리 없는 아이를 안고 와서 처음엔 이 아들이 한 번도 본 적도 없을 M의 할아버지를 닮았다면서[4] 어떻게든 자신의 핏줄이라 우기더니, 자신과도 닮은 구석이 있다며 양말을 벗더니 "나랑 발가락이 닮았다"며 억지를 부린다. 분명 독자로 하여금 쓴웃음을 머금게 하는 장면이다.
그러나 서술자 "나"가 그렇듯이, "우리"는 결코 그에게 "전혀 닮지 않았다"고 직언하지 못한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의 더러운 과거와 아내에게 했던 상습적 폭행을 생각하면, '불쌍하다'는 생각보다는 '더 당해도 싸다'는 생각밖에는 안 드는 성격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누가 고발하지 않더라도 이미, 사실을 관계자와 독자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 서로가 모르는 척 하고, 이 웃프면서 어색한 분위기를 끌고 가는 것이 이 상황에서는 최선이라고 납득하고 있다는 점에 이 소설의 묘미가 있다. 물론 독자에게 M은 일면식도 없는 완전한 남이니까, M의 과거사에 비추어 고소한 감정이 덧붙는 것도 자연스럽다.
3. 기타
- 김동인의 작품 중에서도 그가 지향하는 "순수문학"이란 표현에 어울리는 작품 중 하나로, 전체적으로 성숙해졌으며 그의 소설에서 지적되던 문제점이 줄어들었다. 김동인의 다른 부분은 전부 배제하고 순수 소설가로서의 역량만 따지면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명백한데, 발가락이 닮았다를 기점으로 그 역량이 제대로 발휘되었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 김일성이 젊은 시절 읽어보고 굉장히 짜증낸(...) 책이라고 한다. 황장엽이 회고한 바에 의하면,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김일성은 "하초(下焦)[5]를 못 쓰던 놈이 양자를 들이고 그걸로 자기위안하는 소설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건가?"라며 어이없어했다고.
[1]
어쩌면
매독의 후유증으로 불임을 넘어 아예 불능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2]
어부가 병 속에 갇힌 마신을 꺼내주자 마신이 말하길 "나를 구해주면 복을 주겠다"고 맹세했지만 몇백년이 지나도 구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나를 구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죽여서 분풀이를 할 것"이라고 벼르는 내용이다.
[3]
작가
김동인부터가
여성혐오에 찌든 인간이라 그렇다(…).
[4]
사실
격세유전이라는 게 있는 만큼, 태어난 아이가 부모는 전혀 안 닮고 조부나 증조부 대 친척을 판에 박은 일이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본작의 정황으로 봐선…
[5]
배꼽 아래 부위를 말한다. 좁은 의미로
성기를 가리킨다. '우라노스의 하초에서 아프로디테가 나왔다'는 식으로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