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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6:25:35

리그스툴라

파일:Rig in Great-grandfather's Cottage.png
《아이와 에다의 오두막에 머무는 리그》
W. G. Collingwood 作, 1908년

1. 개요2. 상세
2.1. 노예의 탄생2.2. 자유민의 탄생2.3. 귀족의 탄생
3.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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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Rígsþula, Rígsmál

북유럽 신화에서 가족의 명칭과 신분제도의 기원을 다루는 이야기. 고대 노르드어 리그의 노래 혹은 리그의 광상시(The Lay of Ríg)라는 뜻이다.

2. 상세

2.1. 노예의 탄생

미드가르드의 어느 해안가에 리그(Rígr)[1]라 불리는 한 사내가 정처없이 걷고 있다가 한 좁고 허름한 오두막을 발견하게 된다. 그 오두막은 아이(Ái, 증조할아버지)와 에다(Edda, 증조할머니)[2]라는 가난한 노부부의 소유였는데, 이들은 접대의 관습에 따라 리그를 손님으로서 살갑게 맞이해주었다. 리그는 노부부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다 배가 고파졌고, 이에 아이와 에다는 없는 살림을 그러모아 딱딱한 빵과 고깃국[3]을 내왔다. 노부부의 온정에 무언가 보답해주고 싶었던 리그는 마침 집안에 아이가 없다는 걸 알아채고는, 아이와 에다 사이에 부대껴 자는 것을 3일 동안 반복했다.

그 후 리그가 오두막을 떠나 여행길에 오르니 에다의 배가 점차 불러오는 게 아니겠는가. 늙어서도 자식이 없어 시름하던 부부였으니만큼 둘은 기뻐하며 아홉 달을 내리 기다렸고, 달이 차자 한 사내아이가 태어나게 되었다. 아이와 에다는 갓 태어난 아들에게 물을 뿌려 축복했고, 트랄(Þræll, 노예)[4]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트랄은 검은 머리카락과 주름진 피부, 울퉁불퉁하고 거친 손과 굵은 손가락, 굽은 등과 커다란 발에 못생긴 얼굴을 지니고 있었으나 힘 하나는 무척 좋아 하루종일 짐과 장작더미를 옮기는데도 지치는 기색이 없었다.

트랄이 장성해 어른이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 여자가 트랄의 집에 찾아왔다. 구부러진 다리에 더러워진 발, 햇볕에 그을린 팔과 납작한 코를 지닌 이 못생긴 여자의 이름은 티르(Thír, 여자 노예)였다. 둘은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사랑을 속삭였고, 곧 두 사람을 위한 침대가 준비되었다.

트랄과 티르의 후손은 집안을 청소하고, 땅을 갈고 거름을 만들며 돼지 염소를 치는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농노 노예 계급의 시초가 된 것이다. 둘은 12명의 아들과 9명의 딸을 두며 행복하게 살았다고 하는데, 이들의 이름과 그 의미는 다음과 같았다.

2.2. 자유민의 탄생

아이와 에다 부부의 집을 떠나 여행을 하던 리그는 새로운 집에 들어가 다시금 손님으로 받아들여졌다. 전에 들렀던 오두막보다 훨씬 더 아늑한 이 집은 아피(Afi, 할아버지)와 암마(Amma, 할머니)라는 막 중노년에 접어든 부부가 살고 있었다. 깔끔한 수염과 좋은 체격을 지닌 아피는 베틀과 들보에 쓰일 나무를 쪼개고 있었으며, 앞치마를 걸치고 걸쇠가 달린 스카프를 목에 두른 암마는 한창 베를 짜고 있다가 리그를 환대했다. 이들 또한 접대의 관습에 따라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 리그에게 삶은 송아지 고기를 비롯한 온갖 요리를 대접했으며, 어둑해지자 잠자리 또한 제공해주었다. 리그는 이 부부에게도 아이가 없다는 걸 알고는 다시 한번 부부 사이에 껴서 3일 동안 동침을 했다.

이윽고 아홉 달이 지나 아피와 암마 부부에게도 아들이 태어났다. 붉은 얼굴에[6] 반짝이는 눈을 지닌 건강한 사내아이는 머리에 물이 뿌려졌고, 카를(Karl, 자유민)[7]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카를은 를 길들이고 쟁기를 만들어 밭을 갈았으며, 집과 헛간을 짓고 수레도 만드는 등 손재주가 뛰어나고 영리한 청년으로 자라났다.

이런 아들을 위해 아피와 암마는 신붓감으로 딱 알맞은 여자를 마차에 태워 데려왔다. 염소가죽 망토를 걸치고 열쇠를 가져 온 스뇌르(Snör, 며느리)라는 처녀는 곧 베일 아래에 앉아 반지를 교환한 뒤 카를이 지은 새로운 집에서 살게 되었다.

카를과 스뇌르의 후손은 자신만의 땅과 재산을 가지고 농사를 짓거나 물건을 만들고 값을 매겨 팔며 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는 등 자유로운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자작농 장인 등 자유민 계급의 시초가 된 것이다. 둘은 12명의 아들과 10명의 딸을 두며 행복하게 살았다고 하는데, 이들의 이름과 그 의미는 다음과 같았다.

2.3. 귀족의 탄생

이번에도 길을 재촉하던 리그는 미드가르드의 어떤 집과도 비교를 불허할 만큼 커다란 성을 목도하게 되었다. 남쪽에 나 있는 문으로 들어가 넓은 현관을 지나고 나니 활을 조정하고 있던 용맹한 성주 파티르(Faðir, 아버지)와 자수를 놓던 귀부인 모티르(Móðir, 어머니)라는 젊은 부부 한쌍이 보였는데, 이 부부는 신혼이었는지 눈길에는 서로를 향한 애정이 넘쳐나고 있었다. 푸른 옷을 입은 하얀 피부의 미인인 모티르에게 시선을 빼앗긴 리그는 뒤늦게 자기소개를 하며 정식으로 두 사람의 집에 초대를 받게 되었다.

밀로 만든 부드럽고 하얀 빵, 은그릇에 담긴 온갖 종류의 고기 요리, 그 귀하다는 포도주까지. 웅장한 집에 걸맞은 호화로운 식사를 대접받은 리그는 재치있는 언변으로 부부를 기쁘게 하며 슬슬 후계를 갖고자 하는 두 사람에게 아이를 점지해주기로 한다. 또 다시 부부 사이에 끼어, 3일간 푹신한 침대에서 밤을 보내자 모티르 또한 아들을 갖게 되었다.

비단에 감싸여 세례를 받은 이 아이는 어머니의 하얀 피부를 물려받았고, 머리카락은 금빛으로 반짝였으며 눈은 뱀이 도사린 것처럼 예리했다. 좋은 집안에서 자라난 이 사내아이의 이름은 야를(Jarl, 고귀한 자)로, , , , 방패 등 못 다루는 무기가 없었으며 , 도 잘 길들였고 사냥이나 헤엄치는 데에도 일류였다.

어른이 된 야를이 어느 겨울날 숲속으로 들어갔을 때, 리그는 야를의 눈앞에 나타나 자신이 신이자 그의 진정한 아버지임을 밝히며 룬 문자의 신비에 대해 가르쳐주었다.[11] 그리고는 유산을 널리 퍼트리고 지키라 명하고 사라지자, 야를은 깨달음을 얻고 리그 야를(Ríg-Jarl, 고귀한 왕)을 자칭하며 숲과 고향을 벗어나 치열한 전장에 뛰어들었다. 어릴 적부터 전투에 두각을 보이던 야를이었던 만큼 전쟁 내내 승전보를 울린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으며, 이윽고 18곳의 영지를 갖게 된 것도 모자라 자신의 휘하에 있는 부하들에게 보석과 준마, 각종 장신구를 하사해도 재산이 남아돌 만큼 강력하고도 부유한 영웅이 될 수 있었다.

가질 것을 다 가진 야를에게 부족한 것은 그에게 어울리는 반려 뿐이었다. 헤르시르(Hersir, 군주)[12]라는 명망있는 영주에게 사절을 보내 아름답고 현명한 딸과 맺어지길 원한다고 전하니 에르나(Erna, 유능한)라는 이름의 젊고 빼어난 아가씨가 야를의 곁으로 찾아가게 되었다. 둘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며 12명의 아들들을 낳았는데,[13] 이들의 이름과 그 의미는 다음과 같았다.

이 아들들은 용맹한 아버지의 혈통에 걸맞게 맹수를 길들이고 무기를 다루는데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하나하나가 뛰어난 전사들이요 귀족 왕족들이었지만, 룬을 깨우친 아들은 막내 콘밖에 없었다.[14] 여덟 장정의 힘을 내고, 방패를 일으켜 세우며, 칼날을 무디게 하는데다 바다와 불꽃을 잠재우는 힘을 다루게 된 콘은 아버지 야를과 함께 단 둘이서 더욱 교활하고 지혜로운 룬의 비밀을 나누며 형들을 제치고 후계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리하여 제일 젊은 콘(Konr ungr)은 아버지의 대를 이어 이 됨으로서 코눙그르(konungr, 왕)의 어원이 된다.

마음을 조종하고 동물과 대화도 나누는 등 초자연적인 룬도 다룰 줄 알던 콘은 말에 올라 사냥을 하면서 숲을 거닐던 중, 한 까마귀로부터 전쟁에 나서지 왜 잔챙이 산새들만 꾀어내 잡느냐는 핀잔을 듣게 된다. 야를과 콘이 쌓아올린 것보다 더 위대한 단티르(Danþír)[15]가 다스리는 단프스테드(Danpsted, 단프의 영지)로 찾아가 합류할 것을 종용하는 까마귀의 말을 마지막으로, 리그스툴라는 갑작스럽게 끝이 나게 된다.

3. 기타


[1] 아일랜드어로 왕을 뜻한다고 한다. 그래서 리그스툴라가 사실 켈트 신화에서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가설이 있다. [2] 북유럽 신화 전승들을 모은 서사집을 지칭하는 에다와 유래가 같다고 한다. [3] 빈곤한 집안 사정을 부각시키기 위해 건더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묽고 밍밍한 국이라 표현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송아지 고기가 몇 점 들어있었다고는 한다. [4] 고어(古語)에 가깝긴 하나 현대 영어로는 thrall로 변형되어 노예 혹은 노예나 다름없는 처지라는 의미로 여전히 쓰이고 있다. 워크래프트 시리즈에 등장하는 오크 주술사 스랄의 모티브가 된 이름이기도 하다. [5] 혹은 바보, 멍청이를 의미한다고도 한다. [6] 혈색이 좋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햇볕에 타 벌겋게 된 피부를 상징한다고도 한다. [7] 오늘날에도 인명으로 쓰이게 되었으나, 단순히 서민이나 자유민을 뜻하는 걸 넘어 잡것이라는 의미로까지 변화한 Churl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되기도 했다. 그나마 게르만어권에서는 친구 등 긍정적인 의미가 유지되었다. [8] 스미스의 직접적인 어원이다. [9] 짧게 깎은 수염으로도 번역된다. [10] 혹은 백조를 의미한다고도 한다. [11] 야를의 어원이 귀족과 관련이 있으나 마법사나 룬 숙달자(rune master)와도 연관이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더욱 오래된 어원인 헤룰리족의 언어로는 에릴라즈(Erilaz, Erilaʀ)라고도 불렸는데, 이 역시 마법을 부리는 자나 룬에 대한 지식이 있는 자를 가리킨다. 한편 전사나 독수리라는 뜻도 담겨있다고 한다. [12] 이 명칭도 지도자급 계급을 상징하는 말이었다고 추정되나, 하랄 1세 하르파그리 집권 이후로는 야를보다 낮은 계급으로 취급되었다. [13] 다른 계급의 시조들과는 달리 딸은 단 한명도 없었다. [14] 만화로 보는 북유럽 신화에서는 야를이 콘에게 룬 문자를 전수했으며 콘이 왕을 계승했다는 전승을 차용했는데,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룬 문자는 콘이 스스로 깨우쳤다고 나와있다. [15] 단프(Danp)라고도 한다. 유사한 발음으로 인해 덴마크를 가리키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있다. [16] 고 에다 무녀의 예언(Völuspá) 서문에서 신분을 불문하고 인류를 통틀어 헤임달의 아들들(Heimdall's sons)이라 칭하기 때문. [17] 사실 원전 기준으로는 침대 뿐만 아니라 불가에 앉아 몸을 녹일 때도, 식사를 할 때도 반드시 가운데 자리를 차지해 부부 사이를 물리적으로 갈라놨다고 한다. [18] 다나와 단 모두 덴마크 땅이나 덴마크인을 가리키는 단어로 추측된다. [19] 작명 방식에서 그러한 면모가 더 두드러진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트랄과 티르의 자손들에겐 흔히 말하는 상놈 이름을 여과없이 붙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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