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杜豐于(두풍우) / Du Feng Yu환원 -Devotion-의 주인공. 궁리팡의 남편이자 두메이신의 아버지다. 직업은 극작가. 실사 배우는 야오슌팅(姚舜庭)이 맡았으며, 목소리는 대만의 배우 정백인(程伯仁)과 천진항(陈敬恒)이 번갈아가며 담당하였다.
2. 특징
이 사람이 자신의 집의 모습을 한 여러 공간들을 돌아다니며 과거 아내와 딸에 대한 기억을 찾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이다. 상당히 가부장적이며, 자존심이 매우 강하고 고집도 센 성격이다. 좋게 말하면 모두에게 버림받았던 극본을 몇 년 동안 고칠 정도로 자신에 대한 애착과 끈기가 강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과거 유명 연예인이었음에도 남편을 내조하고자 전업주부로 전향했던 아내가 점점 기울어가는 가세를 두고 못 보고 다시 연예계로 복귀해 직접 돈을 벌어와야 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움에도 새로 각본을 짤 생각없이 망가진 글에만 매달릴 정도로 망가진 글을 고치는 데만 집착하는 등, 사소한 패배조차도 곧 죽음이라 여기며 체면이 상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두려워하는 전형적인 20세기의 동아시아 남성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퇴짜 맞은 글을 딸아이는 보물처럼 여겨주었다는(딸이 극본 종이로 튤립 접기를 했다) 표현을 보면 나름 딸에 대한 사랑도 담긴 듯.또한 자신의 결함을 인정하지 못하는 편이라, 아내가 남편의 경제력을 지적하며 맞벌이를 제안하자 자기가 다 알아서 할 거라며 아내가 아끼던 옷을 찢어버릴 정도였고[1] 딸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자 그 원인 또한 자신에게 있음을 절대 인정하지 않고 사이비 종교에 빠져버린다.[2]
그가 쓴 각본들을 게임에서 획득할 수 있는데, 실제 일어난 일들을 쓴 듯 게임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똑같은 각본이다. 그러나 각본 속의 남편에 대한 딸과 아내의 태도가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점을 보아 실제론 전혀 밝은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두펑위가 현실 미화적인 각본으로 변형시킨 듯하다. 이를 통해 그가 심한 스트레스는 미화하고 자기합리화함으로써 회피해버리는 종류의 사람임을 알 수 있다.[3]
3. 작중 행적
작중 묘사를 보면 처음에는 궁리팡과 두메이신한테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4]였지만, 결혼했을 때부터 체면치레를 위해 친척이나 친구들을 수시로 불러 연회를 즐기거나, 사치를 부렸던 듯하다.[5] 이내 돈이 떨어져 원래 있던 좋은 환경에서 도망치듯[6] 현재의 집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써낸 각본으로 만들어진 영화마저 혹평과 함께 망해버리고[7] 여러 번을 고쳐 가면서까지 준비하던 다른 각본도 감독 6명이 거절할 정도로 일이 풀리지 않자, 결국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하고 가족들한테도 감정을 서슴없이 드러내며 막말과 폭력을 행사하는 막장 아버지가 되었던 모양.
한편 아내를 닮아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던 딸 두메이신이 어머니처럼 스타가 되고 싶어하자, 메이신의 대회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학교 현장학습에도 못 나가게 하거나[8] 매번 친척들에게 두메이신의 노래를 자랑할 정도로 메이신의 생활을 통제하며 그녀의 성공에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자신과 친인척들의 과도한 기대로 인해 두메이신은 대회에 부담감을 보이며 점점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다가 끝내 심각한 과호흡과 불안증에 시달리게 되고, 두펑위는 궁리팡과 함께 두메이신을 데리고 병원을 전전하며 두메이신의 병명을 알아내려 애썼지만 명확한 병명은 밝혀지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두펑위는 두메이신을 집에서 보살피며 위생에도 조심하고 각종 좋다는 약들은 먹여보며 두메이신을 치료해보려 애썼지만, 차도는 없이 병세는 악화되기만 했다.
그러던 중 두펑위는 윗층에 사는 용한 무당 허 선생을 통해 '자고관음'이라는 신을 믿는 종교단체 '육심조법회'(이하 루신교)를 접하게 되는데, 마침 타이밍 좋게 두메이신의 병세가 점차 호전되자 자고관음께서 정말 딸을 살펴주셨다고 생각해 완전히 루신교에 의존하게 된다.[9] 하지만 일을 하지 않아 가정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루신교에 있는 대로 복채를 바치고 자고관음과 관련된 물건은 있는 대로 들이다 보니, 보다못한 궁리팡이 계속 이러다간 다 파산나겠다고 항의하며 일을 다시 하겠다고 나서지만, 자고관음님을 욕보이지 말라며 도리어 화를 내다가 홧김에 아내가 일을 하지 못하도록 치파오를 찢어버리는 등 극단적으로 치닫는다.
결국 두펑위가 자기 체면만 생각하고 종교로 회피하는 데 지친 궁리팡이[10] 가정을 되살리기 위해서 연예계로 복귀하기 위해 별거하기로 맘먹고 집을 나가자, 엄마의 부재로 인해 메이신의 병은 극도로 치닫게 된다. 여전히 두메이신에게 정신병이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전처럼 종교의 민간요법으로 딸을 치료할 수 있을 거라고 맹신한 두펑위는 자고관음 신화에서 뱀술이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는 허 선생의 말을 따라 아픈 딸을 고치기 위해서 사랑하는 딸을 욕조에 가득 채운 수제 뱀술에 7일간 담궈버리고 화장실에 감금했다.[11] 결국 주변인들을 모두 파탄내고 두메이신을 죽게 하고 가정을 파탄나게 한 만악의 근원인 셈.
그렇게 딸을 화장실에다 가둬놓은 두펑위는 딸의 영혼을 살리기 위해 허 선생의 신방을 찾아가 허 선생이 권유한 의식에 들어간다. 붉은 천으로 눈을 가린 뒤, 사후세계로 가게 된 두펑위는 그곳에서 지옥과 자신의 마음 속을[12] 다니면서 자신과 마주치게 된다.
"어이 이봐, 두펑위. 여기 좀 봐, 나야. 몇년 동안 안 봤다고 날 못 알아보네? 너 그 꽃 아직 기억나냐? 내가 심은 그 꽃말이야. 그 애는 그 꽃을 참 좋아했지. 매일 보고 있을 정도였어. 꽃잎이 하나라도 떨어지기라도 하면 자기 손톱을 뽑아서라도 꽃을 다시 완벽하게 해 놨지. 좀 시든 기색이라도 있으면 자기 피를 줄 정도로 열성이였고 결국 작은 봉우리를 피워냈어. 그 정도로 그 꽃을 아꼈잖아. 내가 뭐 하나 알려줄까? 작은 꽃은 어차피 꽃일 뿐이야. 무게를 견딜 수 없던 작은 꽃은 결국엔 짓눌러 죽어버렸지. 참으로 한스럽지?[13] 그런데 우리는 작가잖아. 안 그래? 아직은 그 앨 구할 수 있어. 가봐. 바로 앞에 있으니까. 희망을 되찾아 보라고."
마음속의 자신이 가르킨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면을 쓰고 있는 딸들이 두펑위에게 매달려 애원한다. 딸들이 계속해서 애원하는 목소리가 계속 들리자 자고관음 주문을 외우며 이들을 쫓아낸다.[14] 그렇게 딸의 애원이 사라지자 허 선생이 자고관음이 헌신했다고 하자 두펑위는 자신의 혀와 눈, 피를 바치고 자고관음에게 절을 한다.하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두펑위가 본 허 선생의 방은 급히 도망치기라도 한 듯 어질러진 상태였고, 집안을 둘러보던 두펑위가 발견한 것은 믿었던 허 선생이 사실 사기꾼이었다는 내용이 담긴 녹음 테이프가 수록된 녹음기였다.[15] 자신이 그동안 사기를 당한 사실을 깨달으며 그동안 해왔던 모든 일들이 허무하게 무너져버린 두펑위는 허탈감과 상실감, 그리고 불안감에 빠진 채 힘 없는 걸음으로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 사실 의식을 진행하는 동안 이 방법이 정말 괜찮을까 걱정하던 두펑위는 허 선생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을 청했지만, 허 선생은 당황하면서 의식을 방해하면 안 된다고 말할 뿐이었고 그렇게 도망친 지 7일이 되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전화를 받지 않았던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두펑위의 집안은 쓰레기들로 가득했고, 화장실 복도 주변은 난장판에 메이신의 저항의 흔적으로 보이는 손자국들이 이리저리 찍혀있었다.[16] 1986년의 집에서 여성 진행자가 빠빠(아빠[17])를 반복해서 외치는데 화장실에 강제로 끌려가 감금당해 공포에 빠져 있는 메이신이 아빠를 계속해서 외치는 목소리이며 두펑위는 이를 부정하기 위해 텔레비전을 보면서 합리화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18] 그 죄의식으로 인해 게임 내내 궁리팡과 두메이신의 환영에 시달렸던 것이다.
마지막에는 딸이 사망했던 욕실을 통해 들어온 두메이신의 상상 속에서 딸의 환영과 재회하지만, 이후 쿠키 영상에서 가족들이 없는 빈 거실에서 두펑위는 홀로 소파에 앉아 노이즈가 흘러나오는 텔레비전[19]을 보고 있다. 결국 자신이 그렇게 광적으로 믿었던 것에 사기를 당해 모든 걸 잃어버린 충격에 끝내 정신이 나가 버린 것이다.[20][21]
4. 평가
요약하자면 고집과 자존심만 강한 성격으로 인해 행복했던 가정이 파탄나고, 사랑하던 딸 메이신을 죽음으로 내몬 장본인이다. 만약 본인이 극본가로서 잠시 손을 놓는다거나 절필한다 해도 궁리팡과 메이신이 이를 가지고 무능하다고 무시할 거 같았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궁리팡은 남편이 잘 안 풀리자 두펑위가 갖고 싶었던 라이터를 선물로 주며 격려했고, 메이신은 아예 아버지를 진심으로 따르며 좋아했었다. 잠시 자존심을 굽히고 궁리팡이 밖에서 연예계 활동에 전념하며 가장을 맡고, 자신이 메이신을 돌보며 가정에 충실했다면 메이신의 마음의 병은 충분히 나을 수도 있었고, 길게 보면 그렇게 신경 썼던 세간의 시선도 좋았을 것이다.[22]5. 기타
전작의 주인공인 팡레이신과 공통점이 많다. 고집이 세고 예민하고 자존심 높은 성격, 가족과의 관계[23]가 좋지 않아 가정 내에서 고독했다는 점, 문학적 재능이 뛰어난 점, 과거에 문학적 재능으로 주목받았으나 지금은 별 볼 일 없는 존재로 전락한 점, 자기가 본 것만으로 세상을 판단해 소중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점 등의 요소가 유사하다. 다만 동정표가 많은 레이신과는 반대로 두펑위의 경우 철저한 자업자득이기에[24] 두펑위에게는 동정의 여지가 없고[25] 그저 메이신이 안타깝다고 여기는 의견이 많은 편.
[1]
과거 아내는 치파오를 입은 청순한 여인의 이미지로 잘나갔었고 이를 찢은 것은 연예계로 다시 돌아가려는 것에 대한 거부감, 분노의 표출이다.
[2]
위에 열거된 특징들을 보면
완벽주의적 경향이 영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나타난 케이스로 보인다.
[3]
아마도 자존감은 낮은데 자존심은 높은 케이스로도 추측된다. 이런 류의 사람들은 끝없이 자신과 타인을 비교해서 우월감을 증명하려 들거나 역으로 상처 입지 않기 위해 자기미화 + 회피적인 태도를 보인다.
[4]
초반부 딸에게 박힌 주삿바늘을 뽑는 장면 등을 보면 일단은 딸을 진심으로 사랑한 듯하지만, 수집하는 문서들과 작중 묘사를 보면 순수한 사랑이 아닌 딸에게 해준 만큼 딸도 나에게 보답해줄 거라는
보상 심리에 기반한 뒤틀린 사랑이었다.
[5]
두펑위가 아내 궁리팡에게 시킨 목록을 보면 새벽 4시부터 친척이나 친구 대접, 종교용 제사에 쓸 여러 물품들을 세세하게 주문한 내용이 나온다. 본인의 체면치레지만 결국 고생한 건 궁리팡이었던 것이다.
[6]
궁리팡 친구의 편지에서, 두펑위의 가족이 결혼 후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했고, 친구들도 사정을 알고 있어 언제든지 자신들에게 도움을 청하라는 말이 있다. 현재의 집은 한눈에 봐도 과거 잘나갔던 극작가와 대스타가 살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낙후된 집이다.
[7]
상영 첫날부터 박한 평가를 받던 <찬란한 기러기의 비상>. 관객 입소문도 '글쎄', 평론가 "별 내용 없는 용두사미 영화"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혹평이었다.
[8]
학생주임한테 보내는 편지를 보면 '이번에도'라는 접속사를 썼는데 이를 보면 메이신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게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편지를 보고 나면 회전무대가 빙글빙글 돌며 두펑위 자신을 뜻하는 인형들이 나타나 "매화야, 매화야, 언제 피니?"라고 말하는데 이 매화는 정황상 딸인
두메이신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즉, 메이신을 위해서가 아닌, 메이신을 얼른 성공하게 만들어서 자신의 체면과 자존심을 세우고 싶은 두펑위의 불순한 마음이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9]
사실 이때는 아버지의 동화를 듣고 두메이신이 스스로 튤립을 접으면서 안정을 찾았기 때문이다. 딸을 치료한 것이 자신임을 정작 자신은 모르고 사이비 종교에 빠지게 되는 것이 안타까움을 더한다.
[10]
악귀 같이 표현된 궁리팡은 그만큼 두펑위가 사이비 종교에 계속 빠져듬과 동시에 사이비 종교에 돈을 그만 바치고 현실을 알라는 아내를 무시하고 잡귀에 사로잡혔다고 맹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엘리베이터로 도망치는 장면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고관음, 즉 사이비 종교로 회피하는 모습이며, 엘리베이터에서 들리는 방송도 두펑위의 마음속에서 나오는 죄책감에서 나오는 목소리로 보인다.
[11]
애초에 이런 비정상적인 행위를 실제로 실현했다는 점에서 얼마나 사이비 종교에 미쳤었는지를 알 수 있다. 누구라도 생각해보면 어린아이가 아닌 성인일지라도 일주일간 아무것도 못 먹게 감금시키면 목숨이 위험한 건 당연한 것인데 그것조차도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다.
[12]
작가답게 자신의 마음 속은 만년필과 종이로 가득했으며, 두개의 문이 나오게 되는데 문이 집의 화장실 문과 똑같이 생겼다. 또한 한 쪽 문은 막혀 있었다.
[13]
스팀 버전에서는 "아이고 한스러워라"는 대사로 되어 있었다.
[14]
그 만큼 두펑위가 딸의 애원과 현실을 부정하고 자고관음, 즉 사이비 종교로 회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5]
피해자 중 10년 동안 큰 일이며 작은 일에 공을 들인다고 돈을 바쳤으며, 2년은 거뜬히 살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아버지가 항암치료도 마다하다가 사망한 피해자가 있었다.
[16]
작중에서는 메이신이 누군가에게 밀쳐진 듯이 뱀술로 떨어지는 모습이 나오지만 실상은 아빠에게 강제로 끌려간 것으로 보인다. 또 화장실 바로 앞에 의자가 있는데 두펑위가 딸이 나오지 못하도록 감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
[17]
TV쇼에서는 점수 88(팔십팔을 팔팔로 부르는 것)을 부르는 것이지만, 중국어의 88(八八)과 아빠(爸爸)는 성조만 빼고 발음이 같다. 또, 메이신이 해당 TV쇼(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높은 점수와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도 불안증세로 무대에서 제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간발의 차(전회 우승자의 점수가 89점이었다)로 떨어지고 4회 연속으로 떨어졌던 것을 보면 메이신의 불안한 마음상태를 나타내는 숫자로 볼 수도 있으며, 두 가지 모두를 담은 중의적인 장치로도 해석된다.
[18]
게임 내에서도 화장실 문을 계속 건들다 보면, 화장실 안에서 문을 세게 치는 소리가 들리는데 화장실에 감금된 메이신이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추측된다.
[19]
혹은, 두메이신이 나왔던 방송의 녹화본을 반복해서 보는 것.
[20]
사실상 쿠키 영상의 모습을 제외하면 게임 내에서 등장한 장소 모두 두펑위가 보고 있는 과거의 환상과 망상에 불과하다. 초반 부분에 게임 내 스토리의 진행이 두펑위의 망상임을 추측할 수 있는 요소가 있는데, 1980년 시점에서 플레이할 때 라디오를 잘 들어보면(자막을 자세히 보면) 라디오 프로그램의 이름이 "마음의 속삭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궁리팡이 집을 나가 활동을 재개했을 때 출연한 프로그램과 같은 곳인 듯. 진행자의 목소리가 동일하다.
[21]
게임 내에서 두펑위의 얼굴이 여러 요소들에 가려져 제대로 나오지 않는 이유는 플레이어가 두펑위의 시점으로 플레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게임의 무대가 되는 것이 두펑위 본인의 마음 속이어서 그런 듯하다. 아니면 자신이 저지른 일들로 인한 자책감에 의해 얼굴을 볼 수 없는 것일 수도.
[22]
친척들이야 무시했을 가능성이 높았겠지만 어차피 자주 보는 것도 아니고 1년에 많아봐야 다섯 번도 안 됐을 것이다. 그러한 시선이 싫다 하면 아예 안 만나면 그만이다. 실제로 메이신도 친척들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고 했으니 집안 사정이 나아지고, 메이신의 병이 나아질 때까지 만날 이유도 없다. 그리고 세간의 시선도 당장은 무능한 남편이라고 손가락질을 당할지 몰라도 아내인 궁리팡이 활동할 때는 남편을 나쁘게 말할 리도 없는데다 세월이 흘러 남편과 아내의 역할에 구분이 없어지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이러한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선구자라고 칭찬받았을 것이다. 게다가 본인도 이러한 내용으로 각본을 만들었다면, 당장은 낮은 평가와 시대적 시선에 의한 비난을 받을지언정 이 역시 시대가 지나고 현대에 '이 시대의 고정관념을 깬 작품'이라고 높게 재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점은 제쳐두더라도 문제는 궁리팡이 밖에서 일하는 것도 못마땅하게 여기며 주위의 시선만 신경 쓰는 두펑위가 과연 메이신한테 온전히 집중하며 제대로 봐줬을지 의문이지만, 애초에 진심으로 실천할 생각이 있을 정도로 정상적인 사고방식이 있었다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것이다.
[23]
팡레이신의 부모님은 사이가 좋았던 시절에는 레이신 방 너머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을 정도로 화목했다 했고, 두평위도 자신이 극작가로 잘 나가던 시절에는 미인이자 연예인인 아내와 노래에 재능이 있는 딸까지 해서 가족 모두가 연예계에 재능이 출중했다.
[24]
레이신은 아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미성년자인데다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정신이 상당히 불안정했다는 나름의 참작 이유가 있는 데다, 오해에서 비롯된 단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사랑하던 사람까지 전부 죽고 사회적으로 매장당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며 자살했다. 반면 두펑위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성인이고, 레이신과 달리 불안정한 가족관계와 극심한 슬럼프는 본인의 고집으로 인한 자업자득인데다(자신이 슬럼프에 빠졌다는 것을 인정했다면 나가서 극작가 말고 다른 일을 찾든가, 아니면 궁리팡이 돈을 벌고 자신이 집안일을 한다든가 같은 식으로 가족과의 관계를 봉합하고 새출발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레이신과 달리 몇 번이고 자신의 선택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끝없는 자기합리화와 현실도피로 결국 자기 손으로 모든 기회를 내쳐버렸다. 두펑위가 단 한 번만이라도 현실을 직시했더라면, 한 번만이라도 딸과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면 비극적인 결말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25]
더 큰 문제점은 두펑위 자신이 자신의 행보에 대한 죄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허 선생과의 상상에서 그 기이한 체험 중에 가면을 쓴 자신의 모습이 작은 새싹이 짓눌리고 있다고 말하는데, 그걸로 봐서 분명 그 죄책감을 알고 있었지만 철저하게 외면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