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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일본은 2010년대 기준으로도 비서구권 국가들 중 유일하게[1] 단독주택이 중산층을 위한 주거문화로 정착한 나라이다.2. 선호 이유
일본 중산층들이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2차대전 이후 미국에 의해 민주주의가 (비록 GHQ에 의한 강제이지만) 성공적으로 이식되었으며 중앙정부의 통제가 적고 개인의 자유가 일찍이 보장되는 체제였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연스레 개인이 자유롭게 주택을 지을 수 있는 환경과 권리가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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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방 분권적 역사로 인해 한국처럼 기를 쓰고 수도권으로 갈 필요가 없다. 일단 상공업부터
오사카,
나고야 등 지방도시를 거점으로 발전했으며 지금도
도쿄 수도권과 대등한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2차대전 후 경제 복구와 발전 과정에서 이촌향도 현상이 일어나긴 했지만, 한국마냥 모든 사람이 수도권으로 가고 싶어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삶의 질이 풍요로워진 70년대부터는 도시적인 삶에 질려했고, 불편하더라도 교외에 '자신만의 집'(マイホーム)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 일본도 70%가 산지라지만 땅덩이가 한반도의 1.65배 정도로 넓고 청장년기 지형이라 완만한 고원지대가 많고[2][3] 그린벨트 구역도 거의 없는데다 대도시는 평야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주택 지을 땅이 한국보다 여유롭다. 지진이 잦은 것도 일본인들이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데 한몫 했다.
- 단독주택 건축비, 유지비가 크게 들지 않는 환경이다. 쿠로시오·쓰시마 난류의 영향으로 기후가 온화하며 강수량이 1년 내내 균등하므로 삼나무, 편백나무 등 단독주택 지을 목재를 쉽게 구할 수 있다. 또한 연교차가 한국에 비하면 비교적[4] 적어 난방 문제가 필요없다. 덕분에 단열도 신경쓸 필요가 없다. 설령 홋카이도, 도호쿠, 호쿠리쿠처럼 겨울이 추운 지역이라도 화산지형과 온천을 이용한 지열 난방이 가능하므로 난방비도 의외로 절약된다.
- 경제적으로도 이미 부가 고르게 분배되어 자가용 보급이 1960년대부터 활발했고 이에 맞추어 공공임대아파트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본식 단독주택도 널리 보급되었다.[5] 이미 1968년에 주택 보급률 100%를 달성했고, 1976년부터 3차 주택 건설 5개년 계획을 시작 "일본의 경제성장에 어울리는 여유있는 풍부한 주거 소비"를 목표로 한 정책이 실시되어서 단독주택 위주의 주거문화가 완벽히 정착하게 된다.
- 일본은 70년대부터 건설회사나 철도 회사 등에서 단독주택을 규격화 혹은 브랜드화하여 공급했으므로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질 좋은 단독주택을 골라 지을 수 있었다.
- 일본은 2차대전 패전 이래 동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서양식 개인주의가 이식된 나라이며, 남에게 폐만 끼치지 않으면 개성을 표출하는 것에 관대한 정서를 갖고 있다. 그래서 짱구아빠마냥 30년 모기지를 끌어다 써서라도 자신만의 개성이 들어간 주택을 선호한다. 전체적인 도시 경관의 통일성보다는 개별 건물의 개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 일본인들은 자전거를 널리 애용하므로 한국처럼 도보만으로 모든 편의시설을 이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다.(이 점은 의외로 덴마크, 네덜란드와 매우 비슷하다)
이 때문에 한국과 달리 어마어마한 스프롤 현상이 당연시되는 편이다. 한국에서는 사이타마 현의 사례가 잘 알려져 있는데 다른 지역도 좀 덜할 뿐이지 사이타마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대도시라면 한국의 예전 단독주택가처럼 대지 면적이 미국에 비해 작고 슈퍼나 학교, 재래시장(商店街) 등 소규모 편의시설들이 군데군데 박혀있는 식이라지만, 지방 중소도시들은 그렇지 않아서 경차, 하다못해 자전거라도 제대로 끌 수 있어야 한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고령운전자들이 면허를 반납 후 대중교통 이용으로 돌아서면서 공공시설 및 상업시설 접근성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3. 특징
대체로 목조[6] 2층집이 주류이다. 간혹 '히라야'라고 해서 단층집도 있긴 하나 2층집을 좀 더 살만한 곳으로 쳐준다. 지붕도 그림에서나 볼 법한 'ㅅ'자 형태로 된 박공지붕이 정말로 많은 편이다. 차고지 증명제가 일찍 정착한 특성상 오래된 주택이라도 경차나마 둘 수 있는 주차공간이 반드시 존재하며, 주차공간이 없는 경우 집에서 가까운 사설 유료 주차장[7]에 차를 대 두는 경우도 많다.한국의 주택들이 방범 문제로 인해 담장과 대문을 꽤 높게 세우는 것과 달리 일본의 주택들은 사람 허리~어깨 높이 정도로 나지막하게 세우며 대문이 없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또한 단층주택이 아닌 이상 창문에도 창살을 잘 달지 않는다. 대신 아마도(雨戸)라는 덧문이 달려 있으며, 사설 경비업체에 가입한 가정들이 꽤 되는 편. (한국 단독주택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세콤이나 ALSOK같은 보안업체들은 기업용만큼이나 가정용 보안 서비스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내부구조는 크레용 신짱이나 도라에몽 에서 알 수 있듯 거실이 바로 안 보이고 계단과 좁은 복도공간이 존재하는 구조이며 화장실을 빼면 서구식 주택구조를 그대로 들여왔기 때문에 거실은 1층에 있고 침실은 모두 2층에 있는 경우가 많다. 미국과 달리 지하실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경우 한국과 정반대로 TV에서 단독주택 분양 광고를 많이 하는 편이다. 대표적으로 세키스이 하우스(積水ハウス)[8]나 미사와홈(ミサワホーム)같은 회사들. 한국에서 단독주택이 보편적이던 시절에도 이름 모를 영세한 곳에서 지어주던 것과 다르게 일본의 다테우리(建売り, 집장사)는 대체로 규모 있는 대기업들이며 지방 중견 기업들도 많이 참여한다. 한때는 도큐, 한큐같은 사철 회사들도 철도 놓을 겸 이런 식으로 주택을 대량으로 짓던 적이 있었지만 1990년대 이후로는 줄어들었으며 맨션 분양으로 많이 돌아섰다. 다만 아직 개발이 덜 된 지역이 많은 도부, 긴테쓰나 난카이는 단독주택단지를 개발해서 분양하는 상황.
그리고 한국의 모델하우스와 같은 주택전시장(住宅展示場)이 있어서, 공터에 여러 주택회사들이 전시용 주택을 세워 소비자에게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며[9] 가족단위 방문객을 유치하기 위해 방문시 사은품, 경품을 내걸기도 한다. 일부 주택회사의 경우 무료로 체험숙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다만 일본이라고 단독주택이 절대적으로 중산층을 위한 주거로 기능하는 것은 아니며, 의외로 상당수 지역에서 한국의 구식 단층 주택과 유사한 샤쿠야(借家)를 꽤 볼 수 있다.
2010년대부터 인구 감소로 인해 빈집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며, 정부에서도 빈집에 입주하면 최대 4만 엔(약 41만 원)의 집세를 보조하는 안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 또한 아이를 많이 낳거나 조부모과 같이 사는 대가족들을 위한 2세대 혹은 2.5세대 주택 유행이 부활하는 추세이다.
[1]
한국과 중국에서 단독주택이라고 하면 대체로
달동네와 후통의 빈곤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향이 일반적인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2]
반대로 한국에서 아파트만 죽어라 높이 쌓는 데는 노년기 지형이라는 특성상 낮으면서 매우 경사가 가파른 화강암들이 빽빽한 것이 한몫 했다.
[3]
산지에도 단독주택이 많이 분포하지만 연약지반에 무리하게 단독주택 단지를 개발하다가 2014년 히로시마시 산사태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4]
여름이 더우므로 유럽에 비하면 연교차가 큰 편이다.
[5]
단독주택 자체가 이때 처음 나타난 것은 아니다. 당장, 2차대전 시기의
도쿄만 하더라도 절대다수의 주민들은 목조 단독주택에서 살았다. 우리가 흔히 만화에서나 볼법한 2층짜리 예쁜 집이 아닐 뿐.
[6]
전통 목구조 공법과 서양식 2x4공법이 혼용된다.
[7]
현지에서는 '월극주차장'이라 부른다.
[8]
한국에도 어느 정도 알려진 일본 집장사 회사이다.
[9]
크레용 신짱,
아따맘마 같은 일본 일상물에서도 이런 장면이 묘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