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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23 02:40:51

노비환천법

본조(本朝) 양천(良賤)의 법은 그 유래가 오래입니다. 우리 성조(聖朝)께서 창업한 처음에 그 군신(群臣)들이 본래 노비를 가졌던 자 이외에 기타 본래 없던 자는 혹 종군(從軍)하여 포로를 얻고 혹 재화로 사서 노비로 하였습니다. 성조(聖朝)께서 일찍이 포로를 방면하여 양민으로 삼고자 하였으나 공신의 뜻을 움직일까 염려하여 편의에 좇을 것을 허락하였던 것인데 지금까지 60여 년이 되어도 공소(控訴)하는 자가 없었나이다. 광종(光宗) 때에 이르러 비로소 노비를 안험(按驗)하여 그 시비를 가리게 하니 이에 공신들이 원망하지 않는 자가 없었으나 간(諫)하는 자도 없었나이다. 대목 왕후(大穆王后 광종비(光宗妃) )가 간절히 간(諫)하여도 듣지 않아 천예(賤隸)가 뜻을 얻어 존귀(尊貴)를 능멸하고 다투어 허위를 꾸며서 본주(本主)를 모함(謀陷)하는 자가 헤아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광종은 스스로 화근(禍根)을 만들어 그것을 끊지 못하고 말년에 이르러서는 왕살(枉殺)함이 매우 많았으니 덕을 잃음이 크다 하겠습니다. 옛날 후경(侯景)이 양(梁)의 대성(臺城)을 포위할 때 근신(近臣) 주이(朱)의 가노(家奴)가 성을 넘어 후경(侯景)에게 투항하거늘 후경(侯景)이 의동(儀同)를 하사하였더니 그 노(奴)가 말[馬]을 타고 비단 포(袍)를 입고 성에 다다라 불러 말하기를, "주이(朱)는 50년 벼슬살이 하여 겨우 중령군(中領軍)이 되었거늘 나는 처음으로 후왕(侯王)에게 입사(入仕)하여 이미 의동(儀同)이 되었노라"고 하니 이에 성 안의 동노(奴)들이 다투어 나와 후경(侯景)에게 투항하매 대성(臺城)이 드디어 함락되었다고 합니다. 바라건대 성상은 깊이 전사(前事)를 감계(鑑戒)하사 천(賤)으로 하여금 귀(貴)를 업수이 여기지 말게 하고 노(奴)와 주(主)의 분(分)에 있어 중용(中庸)을 잡도록 하소서. 대저 관(官)이 귀(貴)한 자는 이치를 알아 법을 범함이 적고 관(官)이 낮은 자는 비록 지혜있는 자가 아니라도 족히 비법(非法)을 꾸미니 어찌 능히 양민으로 천인을 만들겠습니까. 오직 궁원(宮院) 및 공경(公卿)은 비록 혹 위세로 비위(非違)를 저지르는 자가 있다 하여도 지금 정치가 거울처럼 밝고 사사로움이 없으니 어찌 함부로 할 수 있으리요 - 최승로, 시무 28조 21항

1. 개요2.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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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奴婢還賤法

성종 1년에 최승로의 건의를 받아들여 광종 대 실시했던 노비안검법을 철폐하고 노비에서 양인으로 해방된 자를 다시 천민으로 돌릴 것을 규정한 법안.

2. 내용

광종이 노비안검법을 실시하면서 내세웠던 명분이 왕조교체기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신분제도 정리였듯이 호족과 귀족들이 이 법을 내세우면서 내건 명분은 면천된 이후 시건방지게 행동한 옛 노비들로 인해 어지러워진 신분제도를 복구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신분제도 문란의 측면보다는 노비안검법의 실시로 귀족들이 입은 경제적 손실을 되찾으려는 측면이 더욱 강하였다.

이 법에 따르면 노비로 돌아갈 구체적인 대상은 방량노비[1] 외에도 공로가 있는 노비일지라도 본주인을 모욕하거나 가벼이 여기는 자, 옛 주인의 친족과 서로 다투는 자 등도 포함시켜 버렸다. 현실적으로 볼 때 주인을 가볍게 여기거나 모욕했다는 기준은 주인 꼴리는 대로였으니 사실상 밥만 축내는 쓸모없는 노비가 아니면 다 환천되었다고 보아도 틀림은 없다.

그나마 성종기에는 본격적으로 왕권이 약화된 시기는 아니므로 전쟁에 참가하여 공을 세우거나 주인을 대신하여 3년상을 대행한 자 가운데 그 주인이 국가에 보고하면 40세를 넘는 자에 한하여 면천할 수 있게 하는 예외 규정을 만들기는 했다.

이후 환천 규정은 더욱 엄격해져서 현종 때에 이르면 환천된 노비가 양민 시늉을 하다가 걸리면 장을 친 뒤 얼굴에 죄명을 문신으로 새겨넣어 주인에게 돌려보냈다고 한다. 이는 이후 조선 시대의 자자형으로 이어지는 매우 가혹한 레벨의 형벌이다. 강조의 정변으로 왕위에 오른 현종은 2차 여요전쟁때 겪은 험난한 피란행보에 알 수 있듯 지지세력이 매우 미약했기 때문에 귀족세력에게 상당부분 양보를 해야했고 환천 규정의 강화도 그중 하나다.

[1] 면천된 이후 옛 주인에게 버르장머리없이 굴었던(...) 노비를 일컫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