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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6-04 11:09:47

김선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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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김선태 시인.jpg
이름 김선태
출생 1960년 ([age(1960-01-01)]세)
대한민국 전라남도 강진군 칠량면
학력 목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사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학석사
원광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1. 개요2. 대표작3. 주요 저서4. 수상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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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1960년 전라남도 강진군 칠량면에서 태어났다. 199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와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현재 목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30년대 시문학파 일원의 한 사람이었던 김현구(1904~1950)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최초로 발굴하고 조명한 권위자이다.

2. 대표작

온통 적막한 산인가 했더니
산벚꽃들, 솔숲 헤치고
불쑥불쑥 나타나

저요, 저요!

흰 손을 쳐드니
불현듯, 봄산의 수업시간이
생기발랄하다

까치 똥에서 태어났으니
저 손들 차례로 이어보면
까치의 길이 다 드러나겠다

똥 떨어진 자리가
이렇게 환할 수 있다며
또 한번 여기저기서

저요, 저요!

- 『살구꽃이 돌아왔다』(창비, 2009)

황량하다고 너는 소리칠래
버릴 것도 추스를 것도 없는 빈 들녘
바람이 불면 외곬으로 쓰러져 눕고
다시 하얗게 흔들다 일어서는 몸짓으로
자꾸만 무엇이 그립다 쉰 목소리로 오늘도
그렇게 황량하다고 너는 소리칠래
소리쳐 울래

외롭다고 너는 흐느낄래
만나는 바람마다 헤어지자 하는 겨울
지금은 싸늘히 식어버린 사랑이라고
메마른 어깨마다 아픔으로 서걱이며
떠는 몸짓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오늘도
그렇게 외롭다고 너는 흐느낄래
흐느껴 울래

- 『간이역』(문학세계사, 1997)

겨울 정도리 바닷가에 가보았다. 불혹토록, 지치고 찢긴 희망처럼 날리는 눈보라를 따라갔다. 무수하다는 돌멩이들이 둥그렇게 몸을 맞대고 있는 정도리 몽돌밭. 모난 돌멩이 하나로 끼어 이 적요(寂寥)의 겨울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직 하나도 거둬들이지 못한 삶의 물음표 같은 부표들 바다에 하얗게 띄우고 소나무숲에 찢어지게 열린 바람소리 본다. 눈 감고 누워 있으면 몽돌들의 울음소리 바닷게들처럼 귓속을 들락거리고 있다.


파도가 말을 가르치는 정도리 바닷가. 제대로 발음이 될 때까지 사정없이 돌멩이들의 귀썀을 후리는 소리로 종일토록 정도리 바닷가는 때글때글 깨어 있다. 때로는 가슴을 치는 때로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소리로 돌멩이들은 끊임없이 제 모난 살점을 덜어내며 둥글고 단단해진다. 찌그러진 불협화음을 받아 얼른 둥글게 오무라뜨리는 저 소리의 반복 교차. 오랜 시간의 퇴적을 쌓고 또 부수는 저 울음 속에 정도리 바닷가의 내밀한 세계가 있다. 서러움 따위를 다 눌러 죽인 끝에야 찾아오는 정갈한 소리의 비밀이 있다.


정도리 바닷가 몽돌들은 저마다 색깔과 무늬가 서로 다르다. 그러나 모두가 둥글다. 서로에게 둥글어서 아무렇게나 뒹글어도 아프지 않는 것들이 함께 모여 한 세상을 이룬다. 시퍼렇게 침입한 바다를 팔 벌려 감싸는 해변의 끝에서 끝까지를 맨발로 걸어본다. 몽돌들의 이마를 짚으며 걸어가노라면 단단하게 여문 말씀들이 차례로 발바닥에 와 닿는다. 그것들은 모난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한다. 모든 둥근 것들은 모난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가만 들여다보면 다채로운 세월의 물결무늬 선명한 그것들은 가끔씩 들여다보는 자의 얼굴을 되돌려 주기도 한다. 저마다 있어야 할 자리를 알아 구계(九階)의 질서로 빛나는 몽돌들, 가장 몸이 가벼운 것들이 바다 깊숙이 유영하리라.


다시 정도리 바닷가에 굵은 사유의 눈발이 치고 있다. 이제 파도는 무지의 얼굴에 찬물을 끼얹으며 몇 번이고 타이른다. 오래 절망을 견딘 자만이 둥글고 단단한 희망 하나를 품을 수 있다고, 뼈 시린 바닷물에 깊게 몸 담근 자만이 비로소 아름다운 진실 하나를 건져낼 수 있다고, 돌아가라 돌아가라 되뇐다. 이윽고 저물 무렵, 정도리 바닷가에 동그란 해가 걸린다. 각진 마음의 기슭을 물들이며 환하고도 따스한 상처가 걸린다. 내일 새벽이면 또 저 몽돌들이 더욱 차고 정갈한 목소리로 다도해 전체의 섬들을 불러 깨우리라.

- 『동백숲에 길을묻다』(세계사, 2003)

가난한 선원들이 모여사는 목포 온금동에는 조금새끼라는 말이 있지요. 조금 물때에 밴 새끼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이 말이 어떻게 생겨났냐고요? 조금은 바닷물이 조금밖에 나지 않아 선원들이 출어를 포기하고 쉬는 때랍니다. 모처럼 집에 돌아와 쉬면서 할 일이 무엇이겠는지요? 그래서 조금 물때는 집집마다 애를 갖는 물때이기도 하지요. 그렇게 해서 뱃속에 들어선 녀석들이 열 달 후 밖으로 나오니 다들 조금새끼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이 한꺼번에 태어난 녀석들을 훗날 아비의 업을 이어 풍랑과 싸우다 다시 한꺼번에 바다에 묻힙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함께인 셈이지요. 하여, 지금도 이 언덕배기 달동네에는 생일도 함께 쇠고 제사도 함께 지내는 집이 많습니다. 그런데 조금새끼 조금새끼 하고 발음하면 웃음이 나오다가도 금세 눈물이 나는 건 왜일까요? 도대체 이 꾀죄죄하고 소금기 묻은 말이 자꾸만 서럽도록 아름다워지는 건 왜일까요? 아무래도 그건 예나 지금이나 이 한마디 속에 온금동 사람들의 삶과 운명이 죄다 들어 있기 때문 아니겠는지요.

- 『살구꽃이 돌아왔다』(창작과비평사, 2009)

뿌옇게 흐려진 거실 유리창 청소를 하다 문득
닦다, 문지르다, 쓰다듬다 같은 말들이 거느린 후광을 생각한다.


유리창을 닦으면 바깥 풍경이 잘 보이고, 마음을 닦으면 세상 이치가 환해지고, 너의 얼룩을 닦아주면 내가 빛나듯이,


책받침도 문지르면 머리칼을 일으켜 세우고, 녹슨 쇠붙이도 문지르면 빛이 나고, 아무리 퇴색한 기억도 오래 문지르면 생생하게 되살아나듯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얼굴빛이 밝아지고, 아픈 마음을 쓰다듬으면 환하게 상처가 환해지고, 돌멩이라도 쓰다듬으면 마음 열어 반짝반짝 말을 걸어오듯이,


닦다, 문지르다, 쓰다듬다 같은 말들 속에는
탁하고, 추하고, 어두운 기억의 저편을 걸어 나오는 환한 누군가가 있다.

- 『살구꽃이 돌아왔다』(창작과비평사, 2009)

다사로운 봄날
할아버지와 어린 손자가 꼬옥 팔짱을 끼고
아장아장 걸어간다
​순진무구의 시작과 끝인 저들은
세상에 둘도 없는 단짝이다.

- 『짧다』(천년의시작, 2022)

3. 주요 저서

4. 수상내역

애지문학상
영랑시문학상
전라남도문화상
시작문학상
송수권시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