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의 전 작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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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 ||
교향곡 제1번 | 교향곡 제2번 | 교향곡 제3번 |
1. 개요
라흐마니노프의 두 번째 교향곡이다. 1906년 10월부터 1907년 4월까지 독일 드레스덴에서 작곡되어 1908년 1월 26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이 곡은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제자이자, 라흐마니노프 본인의 스승인 세르게이 이바노비치 타네예프(Серге́й Ива́нович Тане́ев, 1856~1915)에게 헌정되었다.다소 무모한 느낌의 첫 교향곡이 본인의 예상과 달리 참담한 실패를 거두고 비평가들에게 혹평을 받자 우울증에 걸려 정신과 치료를 받은 후 다시 작곡에 손대어 완성한 곡이다. 라흐마니노프는 이 곡을 통해 생애 두 번째로 글린카상을 수상하게 된다.[1] 어쨌거나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이 곡은 작곡가의 가장 인기 있고 가장 잘 알려진 작품들 중 하나로 남아 있다.
후술하겠지만 삭제분 없이 공연될 때는 대략적으로 위 동영상과 같은 60여분 정도의 분량이지만 삭제분 해석을 감안하면 최소 35분까지 곡이 짧아질 수 있다.
IMSLP 링크
2. 구성
시간대는 첨부 동영상을 기준으로 작성되었다.2.1. 1악장
Largo — Allegro moderato E minor 서주가 있는 소나타 형식.라흐마니노프가 독일 드레스덴에 머무를 당시 작곡되었다. 라르고의 사색적인 듯 신비롭고 음울한 서주로부터 곡이 시작된다. 이 서주는 전곡을 관통하는 것으로, 전곡에 걸쳐 유용하게 등장할 뿐만 아니라, 이를 변주한 선율이 1주제로 등장하기도 한다 (6분 2초). 이 주제는 알레그로 모데라토의 빠르기를 가졌지만 서정적인 듯 음울한 점은 서주와 일맥상통한다.
이 서정적인듯 음울한 주제는 강렬하게 고조되었다가 잦아들면서 자연스럽게 2주제로 넘어간다 (7분 45초). 1주제가 서정적인듯 음울했다면, 2주제는 서정적인 듯 평온하지만, 약간 3인칭 시점으로 물러나 관조적인 듯한 느낌을 준다.
10분에서부터 조용하게 긴장감을 가져오는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10분 10초부터 바이올린 솔로가 연주하는 서주 주제로부터 전개부가 시작된다. 마치 밀물과 썰물이 오가는 것처럼 긴박하게 완급을 조절하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후, 라흐마니노프답게 변주된 1, 2주제가 재현되고, 19분 25초부터 서주를 기반으로 하는 종결구에 진입한다. 이 종결구는 라흐마니노프답게 고조되어 화려하고 비장한 총주로 악장을 마무리짓는다.
2.2. 2악장
Allegro molto A minor 스케르초 형식. ABA`CA``B`A```.영화 버드맨에도 나오는 강렬한 인상의 음악이다. 에드워드 엘가의 교향곡 1번의 2악장이 연상되는 긴박한 리듬으로 시작한다(21분 20초). 클라리넷 솔로 후에 나오는 서정적인 스케르초 B부분이 인상적이다 (22분 30초). 23분 56초부터 A`이 짧게 진행된 후, 24분 45초부터 곧바로 C부분으로 진행되는데, A부분 못지않은 긴박함을 조성한다.
이어지는 A``까지(27분 6초부터) 긴박함은 계속되다가 28분 14초부터 클라리넷 솔로 후에 나오는 B부분이 B`으로 재현되고, 29분 43초부터 다시 A```부분으로 진행되어 긴박함-평온함-긴박함-평온함-긴박함
2.3. 3악장
Adagio A major 환상곡 풍의 악장.32분부터, 바이올린에 의한 선율로 시작한다. 그 다음에 목관악기군 클라리넷이 연주가 나와 곡의 서주가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는 중에도 시작에서 제시된 선율이 끊임없이 메아리치듯이 곡의 곳곳에 등장하며 악장 전체를 유기적으로 엮어주는 역할을 한다. 전체적으로 잔잔하게 곡이 흘러가다가, 곡이 거의 끝날 즈음해서 모든 악기가 한 번에 이 선율을 다시 회수하면서 감정선을 한 차례 끌어올린다. 그리고 현악기의 여린 소리로 음이 단계적으로 상승하면서 소멸하는 듯 하다가, 목관악기가 1악장의 주제에 해당하는 선율을 연주하면서 이 악장이 이 교향곡과 맺는 관계성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곡의 진짜 마지막 부분에서 현악기가 낮은 음으로 라흐마니노프의 멜로디의 기반이 되는 진노의 날 동기를 치유적인 화음에 기반하여 연주하며 오케스트라가 잦아드는 마무리가 만들어진다. 종결부에서 진노의 날 동기를 치유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이후 작곡가 최후의 작품인 교향적 무곡의 1악장에서 다시 나타난다.
어쩌면 라흐마니노프는 자신의 교향곡 1번의 실패 이후 겪었던 우울증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느낀 위로의 경험을, 일상에 치인 모든 사람들에게 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 처음과 중간중간 계속 나오는 유명한 주제선율은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의 ost중 박재범의 eyes 시작 전주부분에 D Major로 전조되어서 나온다. 근데 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게...
2.4. 4악장
Allegro vivace E major 소나타 형식. 47분 11초부터 시작된다.포르테시모의 강한 전주로 시작된 후 1주제가 이어진다. 50분 20초부터 1주제와 대비되는 2주제가 제시된다. 53분 47초부터 3악장의 주제가 다시 제시되면서 전개부에 돌입하는데, 앞선 악장들에서의 동기들이 하나하나 재현되면서 다소 산만하게 느낄 수도 있는 곡을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를 보여 준다. 55분 40초부터 시작되는 dominant preparation을 거쳐, 다시 1주제가 재현된다. 이후, 58분 28초부터 고조되다가 1시간 5초부터 2주제를 기반으로 하는 절정에 이르면서, 1악장에서 시작되는 부정적인 감정이 긍정적인 감정으로 승화되고, 이후 제1주제를 기반으로 하는 짧은 종결구를 거쳐 전곡을 마무리한다.
3. 편성
목관 : 플룻 3(3번 주자는 피콜로를 겸함), 오보에 3(3번 주자는 잉글리시호른을 겸함), 클라리넷 2, 베이스클라리넷 1, 바순 2금관 : 호른 4, 트럼펫 3, 트롬본 3, 튜바
타악기 : 팀파니, 글로켄슈필, 심벌즈, 베이스 드럼
현악 5부(바이올린1-바이올린2-비올라-더블베이스)
4. 삭제 관행
곡이 매우 긴데다가 전개가 장황하고 산만한 감이 있어서 곡의 상당 분량을 삭제하여 공연하는 관행이 있다. 이러한 삭제 관행은 작곡가 본인의 허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삭제 버전이 작곡가의 최종적 판단의 결과물로 이해되기도 한다. 다만 악보는 작곡된 직후 1908년에 곧바로 출판되었고, 이후 삭제 버전이 따로 공식적으로 출판되지는 않았다. 명연으로 꼽히는 오먼디의 음반은 연주시간이 47분에 불과할 정도로 많은 부분이 삭제되었는데, 이는 오먼디가 직접 라흐마니노프로부터 지시 사항이 기재된 스코어를 얻어 지휘한 것일 뿐만 아니라 라흐마니노프 본인이 직접 리허설에 참여하여 오먼디에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었다.[2] 이러한 연유들로 인해 1970년대까지는 작곡가가 승인한 삭제 버전으로 연주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무삭제판으로 연주하는 것은 라흐마니노프 본인과 교류 없이, 혹은 청자 관점에서의 곡의 수용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 없이 단지 출판된 악보를 그대로 연주하는 다소 무성의한 행동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작곡가가 삭제를 허가한 부분 이외에서도 지휘자의 재량에 따라 추가적인 삭제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영어 위키백과에 따르면 원곡의 거의 절반에 불과한 35분 정도의 길이로 연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그러나 일부 영미권 학자들은 이러한 삭제가 작곡가 본인의 진의는 아니었다고 보고 있다. 20세기 전반기에 이 작품이 거의 연주되지 못하던 시절 그나마 이 곡을 지휘해 보겠다고 나섰던 지휘자들이 삭제를 해서 연주하겠다고 했고 작곡가는 그렇게라도 연주되는 게 연주되지 않는 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에서 삭제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작곡가 본인은 삭제되지 않은 버전을 연주했다는 점을 든다.[3]
그러나 이러한 학자들의 견해는 온당치 못한 것인데, 한번 출판된 곡은 작곡가가 수정하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수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출판사가 대가를 지불하고 판권을 사갔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위자료를 지불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작곡가라 할지라도 고치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음악 역사상 이미 출판된 작품을 작곡가가 수정하는 일이 사실상 전무한 것이다. 오늘날 작품의 판본이 존재하는 경우도 실제로는 작곡가 생전에 복수의 판본이 출판되지 않았다. 판본 문제가 복잡한 브루크너의 경우 생전에 출판된 판본은 하나다. 브루크너는 대부분 출판되기 전에 여러 번 수정을 했고 그렇기에 여러 판본이 존재하는 것이다. 브루크너 작품의 판본 문제는 출판사의 저작권이 소멸된 시점에 제기되었다. 말러의 경우에도 그의 사후 오랜 시간이 지나 출판사의 판권이 소멸된 시점에 유니버설 에디션이 간행되기 시작했다.
라흐마니노프의 경우에도 이미 1908년에 작품이 출판되었고 따라서 이후에 그의 마음대로 작품을 수정할 수 없었다. 다만 기존의 출판된 악보를 가지고 삭제만 행한다면 판권에 위배되지 않는다. 때문에 작곡가 본인이 직접 악보에 삭제를 가하여 지휘자들에게 건냈던 것이다. 따라서 작곡가가 개정판을 출판하지 않았기 때문에 1908년 원보가 그의 최종 의도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 된다. 오히려 삭제된 버전을 연주한 지휘자들의 주장대로 작곡가가 직접 삭제를 가한 악보가 작곡가의 최종 의도에 더욱 부합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물론 삭제의 의도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주장하는 이들이 있지만 누구도 작곡가의 마음 속에 들어가 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 오히려 객관적인 팩트는 작곡가 스스로가 악보에 삭제를 가했고 그것을 연주하도록 했다는 사실이다. 위대한 작곡가일수록 자신이 쓰고 싶은 음악을 그대로 전개하기보다 수용자들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작품을 수정(삭제)하는 일이 빈번하다. 완벽주의로 유명한 브람스도 자신의 작품을 삭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번 교향곡을 작곡하는데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였던 브람스는 초연 직후 2악장의 상당 부분을 잘라낸 후 출판했다. 그 결과 그의 1번 교향곡은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더욱 높이 평가될 수 있었다. 브람스는 이렇게 삭제나 수정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경우 아예 곡을 소각해 버리곤 했다. 판본 문제가 복잡하기로 유명한 브루크너의 경우 역시 개정의 주요 포커스는 삭제였다. 브루크너는 초연을 거부당하거나, 혹은 초연 이후에 여러 번 개정을 가했는데, 개정을 거칠 때마다 곡은 길이가 짧아졌지만 완성도는 높아졌다. 라흐마니노프 역시 몇 차례 공연 후 청중들의 반응을 접한 후 보다 냉정한 마음으로 작품에 직접 삭제를 가했으리라는 정황은 충분하다. 그렇기 때문에 라흐마니노프는 이 곡을 연주하겠다는 지휘자들에게 직접 자신이 삭제한 악보를 건냈던 것이다. 물론 1908년에 간행된 악보가 최초의 작곡가의 의도인 것은 분명하고 그렇기에 가치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작곡가의 최종 의도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위의 영미권 학자들이 근거로 라흐마니노프가 삭제되지 않은 악보로 지휘를 했다고 하는데, 그가 실제로 이 작품을 지휘한 것은 1908년에 몰려 있다. 라흐마니노프는 초연 및 직후 몇몇 도시에서 이 곡을 연속해서 지휘했다. 1908년 작곡가 자신의 지휘로 이루어진 초연 및 직후 공연들은 당연히 삭제 없이 행해졌다. 하지만 당시 지루하다, 장황하다, 전개가 느슨하다는 혹평을 받은 이후에는 이 작품을 지휘할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다.
1970년대 이전에 녹음된 음반들은 -비록 70년대 이전에 녹음된 음반 자체가 거의 없지만- 거의 다 삭제된 버전으로 녹음되었다. 과거 이 작품의 명연주로 알려진 음반들도 삭제 버전으로 연주된 경우가 많다. 어지간한 지휘자들의 경우 실연에서 곡을 삭제해서 연주하더라도 음반을 녹음할 때 만큼은 가급적 원보대로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공연에서는 음반 이상의 과감한 삭제가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70년대 중반 이후에는 삭제하지 않고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음반을 녹음하는 경우에는 삭제 없이 연주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다만 실연에는 요즘도 약간의 삭제가 들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1968년 파울 클레츠키가 세계 최초로 무삭제로 이곡을 녹음했으나 이 음반은 별로 존재감이 없었고, 유명한 앙드레 프레빈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1973년 EMI 음반이 최초로 삭제 없이 녹음된 음반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앙드레 프레빈은 1967년에 RCA에서 이 곡을 처음 녹음했을 때는 삭제 버전으로 녹음했었고, 만년인 2016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이 곡을 재녹음할 때도 다시 삭제된 버전으로 녹음했다.
5. 여담
- 이 문서에 대한 네이버 캐스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5번
피아노 협주곡으로의 편곡 버전이 존재한다. 3개 악장으로 편곡되어 있으며, 교향곡에서의 2,3악장이 하나의 악장으로 적절하게 합쳐져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성시연이 지휘하는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5번이라는 이름으로 초연되었다.
자세한 사항은 문서 참조
6. 관련 문서
[1]
첫 번째 수상은
피아노 협주곡 2번
[2]
때문에 오먼디는 자신의 연주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3]
위에도 언급된 유진 오먼디도 1973년 이 곡을 재녹음할 때는 삭제되지 않은 완전한 버전으로 연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