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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20 11:31:53

김기택(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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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택 일가
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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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익
최연교
박다혜
박다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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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기생충 김기택 포스터.jpg
이름 김기택
성별 남성
국적
[[대한민국|
파일:대한민국 국기.svg
대한민국
]][[틀:국기|
파일: 특별행정구기.svg
행정구
]][[틀:국기|
파일: 기.svg
속령
]]
직업 자영업자[1] → 무직 → 수행기사
가족 아내 박충숙, 아들 김기우, 딸 김기정
배우 송강호
더빙 야마지 카즈히로[2]

1. 개요2. 작중 행적3. 평가4. 기타

[clearfix]

1. 개요

파일:기생충 김기택.jpg
는 계획이 다 있구나.[3]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뭔지 아니? 무계획이야, 무계획. 노 플랜. 계획을 하면 절대로 계획대로 안 되거든, 인생이.

영화 기생충의 주인공.

어째 피자 박스 접기를 해도 불량이고 기우의 친구 민혁이 찾아올 때도 찬장에 머리를 박고 기정이 위조한 문서로 기우가 면접을 보러 갈 때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고 말하는, 허당끼 있고 약간은 웃픈 캐릭터다.

2. 작중 행적

잘 자다가 와이파이가 잘 터지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는 기우의 말을 들은 충숙에게 발로 걷어차이며 첫 등장한다.

이후 이전부터 안면이 있는 아들 친구인 민혁이 찾아와서 할아버님이 주시는 선물이라며 수석을 건네받자 참으로 시의적절하다고 말한다. 그 다음 날, 학력을 위조하고[4] 부잣집 과외 면접을 보러 가는 기우에게 " 서울대학교 문서위조학과, 뭐 그런 거 없나?",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는 약간 웃픈 말을 남긴다. 그리고 과외를 나간 기우가 정식으로 채용되어 제법 두둑한 과외비를 선금으로 받아오자 기념으로 기사식당에 갔을 때 발레파킹과 대리운전 경력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5]

후에 기정이 윤 기사를 자르게 만든 뒤 '제시카(기정) 삼촌의 운전기사'로 위장해 테스트 주행 기회를 얻게 되고, 발레파킹과 대리운전 경력을 살려[6] 박동익 사장의 운전기사로 고용된다. 이후 기택의 거짓말로 문광이 해고되고 나서 'The Care'[7] 명함을 박 사장에게 건네준다. 이런 회사는 어떻게 알게 되었냐는 박 사장의 질문에 자신도 베테랑 운전기사다 보니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었는데, 박 대표님께 먼저 고용된 터라 거절하고 명함만 가지고 있었다고 말해 넘긴다. 이후 충숙이 새로운 가정부로 들어오면 온 가족이 박 사장네 집에서 일하게 되는 기묘한 상황이 된다.

다송의 생일을 맞아 박 사장 가족이 캠핑을 떠난 사이 기택 가족은 박 사장네 집에 전세라도 낸 듯 각종 먹거리를 푸지게 먹으며 술 파티를 벌이는데, 충숙이 술에 취해서 "박 사장님이 여기 딱 들어와 봐. 김기택 이 인간? 바퀴벌레처럼 숨겠지? 얘들아, 안 그래?"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욱하며 유리잔을 던져버리고 충숙의 멱살을 붙잡지만 연기였다며 웃어넘긴다. 너도 속았지, 기우야... 리얼하지 않냐? 이러한 기택의 돌발 행위는 잦은 실패로 인해 기택의 자존감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이며, 이를 건드렸을 때 폭력적으로 돌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향은 기택이 우발적으로 박 사장을 살해하는 것에 대한 복선이 된다.

그런데 갑자기 가정부직에서 해고된 문광이 박 사장네 집을 찾아와 지하실에 놓고 온 물건이 있으니 가져가게 해달라고 사정하고, 마지못해 그녀를 집에 들이게 된다. 그리고 충숙과 함께 지하실로 내려간 문광이 숨겨진 비밀 문을 통해 방공호로 내려가자 그들을 몰래 미행하고 문광의 남편 근세가 오래 전부터 지하실에 숨어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몰래 대화를 엿듣던 중 근세가 대만카스테라 경영을 시도했다가 붐이 꺼져 망했다는 사연을 듣고 동병상련의 처지를 느낀다. 그 후 충숙이 경찰에 신고하려는 순간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굴렀는데, 함께 엿들으러 온 아들, 딸과 함께 떨어지는 바람에 문광에게 위장취업이라는 것을 들키고 만다. 결국 기택의 어쩌다 삐끗하는 습관이 파국의 시발점이 된 셈이다.[8][9]

이 장면을 문광 부부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모두 동영상 촬영을 했기에 역으로 약점을 잡혀 협박당하고 벌을 받게 되는데, 문광 부부가 이런저런 말을 하면서 잠시 회상에 잠겨 방심한 사이 소파를 밀어버리고 가족과 함께 문광 부부를 제압하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캠핑을 떠났던 박 사장네 가족이 폭우로 인해 스케줄이 취소되어 8분 안에 집으로 돌아온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문광과 근세를 방공호로 데려가 근세를 묶고 문광까지 묶으려 하지만 문광에게 뒷발차기로 제압당한다. 그 후 충숙에 의해 지하실로 굴러떨어진 문광이 벽에 머리를 박아 심하게 다치는 것을 목격하고 쓰러진 문광을 방공호로 끌고 가 입에 재갈을 물린다. 이때 손에 묻은 피를 보고 기겁하지만 문광의 숨소리를 듣고는 안도하고 같이 방공호에 숨는다. 그리고 근세가 있는 곳으로 가자 근세는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를 박 사장 버전으로 개사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목격한다. 재기의 의지를 잃고 맹목적으로 박 사장을 찬양하는 근세에게 "너는 계획도 없냐?"[10]라며 일갈한다.

그 후 몰래 빠져나와 박 사장네 집을 탈출하려 하지만 다송이가 밖에서 자려고 나오는 바람에 급하게 탁자 밑에 숨는다. 시간이 지나 소파에는 박 사장과 연교밖에 없고 박 사장이 기택을 선을 넘을락말락 하면서 결국에는 넘지 않지만 냄새가 선을 넘는다는 말을 듣고 모멸감을 느낀다.[11] 박 사장 부부가 잠든 틈을 타 집에서 탈출하려 하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고 다송이가 무전기를 켜는 바람에 들킬 뻔하지만 다행히 바닥에 엎드려 있어서 들키지 않았다. 이후 집에서 빠져나와 계획이 있다며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지만 집은 이미 폭우로 인해 침수되었고,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것들만 챙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기택은 충숙의 메달을 챙기고 수석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는 기우에게 빨리 나오라고 재촉한다.

비상 대피소인 동네 체육관에서 잠을 자다가 기우에게 하는 말은 슬프면서도 왠지 섬뜩하다.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뭔지 아니? 무계획이야, 무계획. 노 플랜. 계획을 하면 절대로 계획대로 안되거든, 인생이. 여기도 봐. 여기 있는 사람들이 오늘 "떼거지로 체육관에서 잡시다." 하고 계획을 했었겠냐. 근데 봐. 지금 다 같이 마룻바닥에서 쳐자고 있잖아. 우리도 그렇고. 이래서 계획이 없어야 돼, 사람은. 계획이 없으니까 뭐가 잘못될 일도 없고, 또 애초부터 계획이 없으니까 뭐가 터져도 아무 상관 없는 거야, 사람을 죽이건, 나라를 팔아먹건... X발, 다 상관없다, 이 말이지. 알겠어?"[12]

다음 날 연교는 다송의 홈파티를 기획하며 기택을 불러 같이 쇼핑을 나간다.[13] 이후 차에서 통화 중인 연교가 기택을 슬쩍 쳐다보며 전에는 잘 모르겠다고 했던 기택의 냄새를 느끼고 창문을 열자 기택은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옷 냄새를 맡는다.[14]

이후 박 사장의 요청으로 풀숲에 숨어 인디언 분장을 하고 다송이 치료 목적으로 트라우마 극복 상황극을 하기로 한다. 기택은 "사모님이 원래 이벤트, 서프라이즈, 이런 거 좋아하시나 봐요."라고 묻고 박 사장이 "그런 편이라고. 올해는 유난히 그런다."라고 대답하자 기택은 "애 많이 쓰시네요, 대표님도... 그런데 뭐 어쩝니까. 사랑하시는데..."라며 공격적이고 선을 넘는 언행을 보인다. 물론 박사장은 걍 근무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라며(=개소리 말고 돈 줬으니까 일이나 하쇼) 칼같이 컷한다.[15]

그때 기정이 지하실에서 올라온 근세의 칼에 찔린다. 충숙이 근세를 막기 위해 뛰쳐나오자 근세는 기정을 내동댕이치고, 충격을 받은 기택은 기정에게 달려들어 기정의 출혈을 어떻게든 막아보려 한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기우가 피투성이가 된 채로 다혜에게 업혀져 나가는 모습을 보고 더 큰 충격을 받아 패닉에 빠진다. 차키를 던지라는 박 사장의 말을 듣고 서둘러 던져주지만 그것은 충숙과 근세의 몸에 깔린다. 이후 충숙이 근세를 제압하여 그를 살해하고 박 사장은 근세를 들어내 깔린 키를 가져오는데, 근세의 몸에서 나는 악취를 맡고는 코를 틀어막는다. 박 사장의 행동을 본 기택은 일순간 눈빛이 달라지더니 갑자기 박 사장에게 다가가 그를 칼로 찔러 죽인다.[16] 눈앞에서 박 사장의 죽음을 목격한 연교는 혼절하고, 이성을 되찾은 기택은 잠시 동안 눈을 감고 서 있다가 계단을 통해 빠져나간다.

얼마 후 뉴스에서는 노숙자가 난입해 살인을 저질렀으나, 반격당해 죽고 운전기사가 갑자기 고용주를 살해한 사건으로 알려져 있었다고 보도한다. 그러나 집 앞 CCTV에서는 기택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고,[17] 결국 기택의 행방은 오리무중인 상태로 남게 된다.

계절이 겨울로 바뀌고 사건이 잠잠해진 뒤 기우는 산에 올라 외국인 가족이 새로 들어선 부잣집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집 계단의 전등이 깜빡거리는 것을 발견한다.

모스 부호임을 직감한 기우는 녹음기를 꺼내 모스 부호를 녹음하고 첫 마디를 해독하는데, "아들아"라는 메시지가 나와 기택이 보낸 편지임이 밝혀진다.
아들아. 너라면 혹시 이 편지를 읽을 수도 있겠구나. 너는 보이스카우트 출신이니까 혹시나 싶어서 이런 식으로 편지를 써본다. 건강은 회복이 좀 되었느냐. 네 엄마야 뭐 심하게 건강할테고. 나도 여기서 건강히 지낸다. 기정이 생각에 자주 울기는 하지만. 그날 벌어진 일들은 지금도 실감이 잘 안 난다. 꿈을 꾼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그때 대문을 나올 때 순간 깨달았다. 어디로 가야 되는지. 워낙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집이니까 당연히 집이 금방 팔리지 않을 테고. 그러다보니 새 주인 올 때까지 빈집에서 오래오래 버티느라 고생을 좀 했지. 그래도 집이 한동안 비어있었던 덕분에, 그 분 누구냐 저기 문 자 광 자 문광님을 예의를 갖춰서 보내드릴 수가 있었는데, 요즘 인기 있다는 수목장을 한 거니까 씨발 뭐 최선을 다한 거지. 근데, 부동산 새끼들이 역시 머리가 좋더라. 한국에 온 지도 얼마 안 되는 아무것도 모르는 놈들을 꼬셔가지고 결국엔 집을 팔더라고. 부부는 외국계 회사에, 애들은 외국인 학교에 다들 밖으로 나다니는 가족인데 니미 씨 붙박이 가정부가 24시간 집에 있다보니까 나는 부엌에 한 번씩 올라갈 때마다 목숨을 건다, 목숨을. 근데 독일 애들이라고 소시지랑 맥주만 먹는 건 아니던데 다행이지 뭐냐. 이곳에 있다보면 모든 것이 아련해진다. 오늘은 그나마 너한테 편지라도 한 통 썼구나. 밤마다 이렇게 편지를 꾹꾹 눌러서 보내다보면 언젠가는 네가 이걸 볼 날도 있을라나 싶다. 이만 줄인다.
─ 기택이 아들 기우에게 보내는 편지 전문

사실 기택은 박 사장을 죽이고 나서 그 동안 방공호에 숨어 살아온 것이다. 계단을 내려온 후 연교 친구의 차 때문에 닫히지 않았던 차고 문을 발견하고 지하실에 숨은 것이었다. 편지에서는 기정과 박 사장 생각에 많이 울기도 하고 그리고 박 사장을 죽이고 나서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순간 깨달았다는 표현이 나온다.[18] 워낙 끔찍한 일이 일어나 집이 오랫동안 팔리지 않아 그 동안 고생을 했다고 한다.[19] 그 동안 문광도 묻어주고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독일인 가족이 이사를 오고 가정부를 고용해서 음식을 가지러 갈 때마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한다.[20]

이후 돈을 벌어 박 사장의 저택을 구매한 기우와 다시 재회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는 기우의 망상이었다. 심지어 지하 방공호에는 모스 부호같은 메시지조차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기우의 편지는 보낼 방법이 없고, 그렇게 연락조차 할 수 없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난다.

3. 평가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그런지 아빠라는 사람이 학력을 위조하고 부잣집 과외 면접을 보러 가는 기우에게 "야, 서울대학교 문서위조학과, 뭐 그런 거 없나? 야, 이 (문서 위조를 한) 기정이 얘, 수석입학하겠다.", "아들아, 아버지는 네가 자랑스럽다."라는 말을 하며 서류를 위조하는 범죄를 저지르는 아들과 딸에 대해 나무라지 않으며, 또 한편으로는 자신이 일자리를 뺏은 윤 기사를 걱정하면서도 더 좋은 곳에 취직했을 것이라며 자기합리화를 하는 이중적인 인물이다.

인디언 놀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놓고 싫은 티를 내면서 그래도 사모님을 사랑하니까 하시는 것 아니냐고 선을 넘는 발언을 해 동익과 살짝 심리적인 싸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평소에 동익을 죽일 만큼의 개인적 원한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 터이다. 영화상에서 이전까지 둘이 충돌한적도 없었고. 당시 동익을 죽였던 심리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박 사장 가족 몰래 테이블 밑에 숨어있을 때 박 사장이 기택에게 냄새가 난다고 발언한 것을 들었고, 마침 이전에도 반지하 냄새 때문에 같은 가족인 것을 들킬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 상황에서 기택에게 냄새란 '부자와 빈자를 나누는 상징'과 같은 것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 폭우로 인해 집이 침수되어 피난을 간 상황이라 씻지도 못하고 더욱 냄새가 심해졌는데, 그런 상황에서 연교를 데려다 주는 도중 연교는 홍수 때문에 날씨가 맑아져서 다행이라는 식으로 얘기한다. 반지하 같은 아랫동네에 사는 빈민인 기택 입장에서는 재앙이었던 일이 높은 언덕에 위치한 윗동네 집에 사는 박 사장네 가족은 이를 행운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덧붙여서 연교는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지만 차 안에서 풍기는 악취에 코를 싸쥐는 행동을 보인다. 집이 침수된 상태에서 제대로 된곳에서 잠을 자지도 못한데다가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했을테니 당연히 심한 냄새가 났을 것이다. 이를 통해서 기택은 또 다시 부자와 빈자 사이의 간극을 느끼게 된다. 즉, 기택에게 있어서 냄새란 일종의 빈민으로서의 열등감을 자극하는 상징이 된 것이다.

빈민의 열등감을 제외하더라도 기택은 이미 극도의 스트레스로 정신이 불안정했다. 첫째로 기택이 동익 부부가 자는 틈을 타 테이블 밑에서 탈출할 때 동익 부부가 다송의 무전기 소리에 깨자 기택은 그대로 얼어붙어 아무것도 못하고 모든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굴욕적으로 자신의 무기력함을 보였다.[21] 둘째로 기택이 천운의 도움으로 탈출한 이후 안전한 자신의 집에 돌아갈 기대를 했지만 예기치 않은 폭우로 자신의 보금자리와 한 줌 있는 가재도구들을 모두 잃었다. 셋째로 본의든, 아니든 자신은 계획이 없음을 기우에게 알려주는 바람에 기우가 자기 손으로 사건을 수습하려다 역으로 근세에게 당했다. 마지막으로 딸 기정이 자신 앞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었고, 기택 본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또한, 아들 기우도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도 없었다. 아내 충숙마저도 근세의 칼에 수차례 자상을 입었다. 한마디로 기택은 가장으로서 최악의 상황을 직면했다. 어지간히 정신력이 강한 사람도 이 상황에서는 제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이 모든 것이 단 24시간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 일들로 기택은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심적으로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근세의 칼부림 사건 이후 차키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동익이 근세에게서 나는 냄새에 또 다시 미간을 찌푸리고 코를 싸쥔다. 당연하게도 이는 그저 순수하게 냄새가 났기 때문에[22] 한 행동일 터지만 기택 입장에서 이것은 또 다시 '부자들이 빈민을 냄새나는 존재로 여기는 행동'으로 비춰졌고, 열등감 폭발 트리거로 작용하여 복합적인 감정들이 한순간에 터져서 우발적인 행동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택이 순간적인 감정이 폭발할 수 있는 성격[23]이라는 점이 이전부터 드러났었기 때문에 기택이 동익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결말은 충분히 개연성 있다고 할 수 있다. 본인도 죽이고 난 뒤에 큰 죄책감에 시달렸는지 지하에 들어가 박 사장에게 미안하다며 연신 우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박 사장을 살해한 것이 기택 본인 가족 입장에서도 더 큰 피해를 주었다. 당장 본인은 평생 지하실에 갇혀 살게 될 운명이니 말이다. 박 사장을 살해하지만 않았더라도 기우나 충숙과 마찬가지로 문서 위조, 사기죄, 주거침입 등의 혐의는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날 수도 있었다.[24]

일반적인 한국 영화 클리셰를 완전히 빗겨나가는 인물이다. 보통 이런 가난한 집안의 가장들은 신파를 위한 소모품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이쪽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살기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면서도 일말의 양심은 있어 윤 기사를 걱정하고는 그 죄책감을 자기합리화라는 방어기제로 해결하는 등 정말로 현실에 있을 만한 선악으로 구분하기 힘든 인물이다. 재난 영화의 답답한 등장인물처럼 착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감정 이입이 안 되는 영화 속 악인들처럼 악독하지도 않다. 영화 속 대부분의 인물들도 이처럼 선악으로 나누기 힘든 인물들로 딱히 깊은 악의를 갖고 행동하는 인물이 없음에도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아이러니한 것이 근세와 비슷한 결말을 맞이했는데, 자신도 근세처럼 방공호에 살게 되고 소중한 것을 잃었으며 살인자가 되어 인생을 망쳤다는 점이 비슷하다. 다만, 근세는 도피의 목적으로 방공호에 살았던 반면, 봉준호 감독의 말로는 기택은 또 한편으로는 단죄의 의미로서 감옥만도 못한 방공호에서 살기로 한다고 한다. 마지막에 기우에게 보내는 편지에도 자신을 구해주라는 요구나 바람은 없고 단순히 안부를 전하는 내용뿐이다.

봉준호는 인터뷰에서 기생충을 만들면서 클로드 샤브롤의 영화 의식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렇게 보면 기택은 의식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노동자 계급 고용인 소피에 대응된다고 볼 수 있다. 캐릭터성도 유사한 구석이 있는데, 소피는 계급적 격차의 상징인 문맹이라는 사실에 열등감을 느끼고 범죄자 기질이 있는 데다 마지막에는 기택과 비슷하게 고용주와 그의 가족들을 전부 살해한다.

한국 영화에서 묘사되는 전형적인 가장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내외면에 양면성이 공존하는 성향을 지녔다. 좋은 능력을 가졌지만[25][26] 운이 없어 실패만 주구장창 겪어왔고, 산수경석을 알아보는 등 식견이 높으나 피자 박스를 접는 실용적인 손재주는 없어서 생활력은 없다. 사기 행각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걱정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기택은 가족들 중 유일하게 사기 행각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그러나 사기를 치려는 자식들을 나무라기는 커녕 칭찬하면서 부추긴다. 근세에게는 계획이 없음을 나무랐지만 아들 기우에게는 도리어 계획 같은 것은 필요없다고 말하는 것에서 그의 내면에 존재하는 이중잣대와 양면성을 볼 수 있다. 주변에서 한 번은 볼법한 매우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인물이다. 봉준호 감독이 언급했던, 선인도, 악인도 아닌 자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27]

4. 기타


[1] 대만카스테라 사업. 아래에도 나오듯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일을 전전했다는 암시도 있다. [2] 송강호 전담 성우이며, 성우진 중 유일하게 소프트판, NTV판까지 모두 더빙했다. [3] 일본 더빙판(NTV)에서는 "오오, 이미 계획했구나!"(おお、もう計画ずみなのか!)라고 말한다. [4] 기정이 PC방에서 어도비 포토샵으로 연세대학교 재학증명서를 위조해 줬다. [5] 여기에다 과거에 사업을 했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대만카스테라를 팔다가 모종의 사건으로 말아먹은 모양이다. [6] 박 사장이 들고 있던 커피가 잔잔히 흔들리게만 할 정도로 운전 실력이 상당히 좋다는 묘사가 나온다. [7] 기택 가족이 만들어 낸 가상의 도우미 알선 회사로, 명함 역시 기정이 어도비 포토샵으로 만들었다. [8] 이는 봉준호 감독의 전매특허이기도 하다. [9] 정확히는 기우가 굴러떨어지면서 고통을 호소하며 "아 아버지!"라고 외친 것 때문에 위장취업이라는 것을 들켰다. [10] 후에 밝혀지는 사실이지만 사실 기택도 계획이 없다. [11] 이때 불안한 OST가 흘러나오는데, 이 OST가 바로 '기택의 전두엽'이다. [12] 이때 또 다시 기택의 전두엽이 흘러나온다. [13] 이때 활기찬 OST가 나오지만 기택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매우 불안한 멜로디가 섞인다. 아주 잠깐 연교만을 비추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만 불안한 멜로디가 없어진다. 충숙, 기우, 기정이 나올 때도 불안한 멜로디가 없다. 오로지 기택뿐이다. [14] 지난 간밤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냄새가 나지 않기 힘든 상황이다. 동익과의 대화에서 연교는 기택의 냄새에 대한 것을 별로 신경쓰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냄새가 난다고 한 것을 보아 꽤 심한 냄새가 난 듯하다. [15] 이때 약간 박사장에게서 박사장이 분한 이선균 배우 특유의 '띠꺼운' 표정이 작렬하며 비언어적으로 '너는 내가 고용한 일꾼이고 내가 하라면 토달지 말고 그냥 일만 하면 된다'라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한다. [16] 김기택이 왜 박동익 사장을 죽였는가에 대한 해석은 이 문서에 나온다. [17] 문광이 집에 들어오던 날 자신이 다시 찾아왔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CCTV의 전선을 모두 끊어놓아 녹화되지 않았었다. [18] 이 장면에서도 '기택의 전두엽'이 흘러나온다. [19] ...라고 하지만 오히려 집안에 아무도 없어서 눈치볼 필요가 없었던지라 심정적으로는 편했던 듯 하다. 아무도 없는 마당에서 일광욕을 하거나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는 등 배는 고프더라도 편안한 삶을 보내는 기택의 모습이 그려진다. [20]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집이라고 아무도 집을 사지 않아서 부동산 새끼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쳐서 비싸게 팔아먹었다고 한다. 24시간 집에만 있는 가정부의 눈을 피해 밤에 몰래 냉장고에서 훔쳐야 하는 신세지만 독일 사람들이라고 소시지 같은 것만 먹는 것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말한다. [21] 좀전의 술판에서 충숙의 바퀴벌레 드립이 복선이었던 것이다. [22] 근세의 위생상태를 생각하면 동익이 아닌 그 누구라도 코를 막았을 것이다. 실제로 코를 싸쥐는 동익의 표정이 아 냄새 ㅆ... 하는 짜증 정도가 아니라 무슨 화생방에서 난생 처음 화학적 위협을 받는 수준의 표정을 보인다. [23] 술을 마시며 놀던 도중 충숙이 한 바퀴벌레 발언에 화가 나서 술상 위를 밀어 술잔을 다 박살내버리며 아내의 멱살을 잡았다. 당시에는 연기였다면서 수습했지만 기택의 욱하는 성격을 잘 보여준 장면이다. [24] (비록 기정이 칼에 찔렸을 때 위장명인 '제시카'가 아니라 '기정'이라는 본명을 부르며 오열하긴 했지만 상황이 경황이 없어 눈치채기 어려우므로) 아직 네 사람이 가족이라는 사실이 들통나지 않았으므로 운이 좋으면 사건을 유야무야 넘기고 계속해서 박 사장 집에서 일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게 가정해도 사람이 둘이나 죽은 사건이므로 경찰이 수사를 했을 것이고, 그랬으면 자연스레 사기가 탄로난다. [25] 박 사장 일가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박 사장 본인과 직접 대면하는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박 사장이 그의 실력을 호평했을 정도였으며 뒷담화를 할 때도 냄새 외의 다른 부분에 대한 불만은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부드러운 코너링을 선보이며 박 사장을 감탄하게 만들고, 내비게이션 없이도 운전에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길눈이 훤한 등 그냥저냥한 실력의 운전기사는 아니라는 점이 연출로 강조된다. 상사의 비위를 맞추는 능력도 뛰어나 "선을 넘는 행위"에 극도로 민감한 박 사장이 선을 결코 넘지는 않으면서 잘 탄다며 그를 인정했을 정도. 물론 기택도 경력을 사기치긴 했지만, 나머지 가족과 비교했을 때 취업하는데 본인의 능력이 제일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더 케어' 사기가 통해서 충숙까지 취업할 수 있었던 이유도 기택이 본인의 실력을 이미 입증하여 신뢰감을 주었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26] 예를 들어 봉준호 감독의 다른 영화 <괴물>에서 같은 배우가 연기한 또다른 무능, 무기력한 가장 캐릭터인 '박강두'와 비교해보자면, 강두는 정말로 나이에 비해 철없고 별다른 능력이 없는 캐릭터인 반면, 기택은 운만 좀 따라줬으면 충분히 중산층으로 먹고 살 능력은 갖춘 인물이지만 운이 전혀 따라주지 않아 하류층으로 떨어지고 무기력에 빠진 캐릭터다. 하지만 무능하긴 해도 박강두는 김기택처럼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선량한 시민에 속하며, 국가의 실책에 의해 가족을 잃은 무고한 개인을 상징한다. 이는 힘없는 서민층의 전형적인 스테레오타입으로도 볼 수 있다. 흥미롭게도 박강두가 무능하고 좀 모자란 가장인 것은 오히려 김기택이 아니라 오근세와 흡사하다. 반면에 김기택의 경우는 똑같은 가장이지만 박강두에 비해 캐릭터 자체가 매우 입체적이다. 두 배역이 봉준호의 페르소나인 송강호가 연기한 영화의 주인공들임을 감안했을 때, 서민과 가장을 다루는 봉준호 감독의 스타일이 어느정도 변모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27] 물론 이는 기생충의 다른 등장인물에게도 대부분 해당된다. [28] 긴장한 최우식이 한 기자회견에서 자기가 분량이 많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뒤이어 선배 배우들이 "우식 씨보다는 분량이 적다"라는 식으로 놀렸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장난의 연장선이다. 심지어 송강호가 이 드립을 친 외국 인터뷰 자리엔 최우식은 있지도 않았다. [29] 분량이나 작중 행적 등을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 기택, 기우 부자를 공동 주인공으로 보는 것이 맞다. 서브 주인공은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