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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15 04:16:02

흐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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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상세3. 예시

1. 개요

파일:흐린 눈.jpg
흐린 눈 드립의 대표적인 짤방 곰돌이 푸 이미지
좋아하는 대상이 지닌 흠에 대해 목도했을 때, 대상에 대해 품고 있던 애정을 유지하기 위해 보거나 들은 부정적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고의적으로 무시하고 넘어가는 행위를 뜻하는 유행어. 부정적인 사실을 넘어가려는 뜻에 국한되진 않아, 어떤 정보의 진위를 가리는 과정 자체를 피로하게 느끼거나 어떤 정보를 보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느껴 잘 보지 않으려고 하는 행위를 뜻하기도 한다.[1] 대한민국의 BL 소설 여초 커뮤니티에서 유행시켰다.[2]

2. 상세

본래는 BL 장르의 성인 소설을 다루는 국내 여초 커뮤니티 내에서 2017년 경부터 알음알음 쓰던 은어에 불과했다. # 그러나 2년 뒤인 2019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국내 아이돌 팬덤 활동을 하는 여초 웹커뮤니티들 이용자들에게도 전파되기 시작했다. #1 #2 다소 매니악한 BL 커뮤니티에선 성장세가 더뎠으나, 체급이 큰 아이돌 덕질 커뮤에서 쓰이게 되자 기세를 타고 여초 커뮤니티 전반으로 확산되며 오늘날까지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유행어가 되었다.

흐린 눈을 부정적인 사실에 쓴다면 자기합리화의 일종이다. "좋아하는 대상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쭉 좋아하고 싶다."라는 다짐하에서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는 정신적 기작이다. 즉, 과거 유행어로 쓰이다 관용어처럼 정착한 내로남불이라는 단어와 호환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유행이 전파된 남초 커뮤니티에선 때때로 묵인(默認)과 혼동하여 오용하는 이들도 있으나, 엄밀히 뜻이 달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 먼저 묵인의 정의는 '모르는 체하고 하려는 대로 내버려 둠으로써 슬며시 인정함'이다.[3] 여기엔 다음과 같은 용례가 있다.
1. 상급자의 묵인 아래 부정을 저지르다.

2. 러일 전쟁: 일본이 승리하여 1905년에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포츠머스에서 강화 조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결과 일본은 우리나라에 대한 지배권을 묵인받고, 랴오둥반도(遼東半島)를 차지하여 대륙 침략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3. 계방(契房): 조선 후기에, 백성들이 군역ㆍ잡역 따위를 덜거나 불법 행위를 묵인받는 대가로 구실아치에게 뇌물을 주던 일.
━ 표준국어대사전
1. 경찰이 집단 폭력 사건과 관련한 피의자들의 진술이 허위인 것을 알고도 이를 묵인한 것으로 드러나 말썽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1992년 10월)

2. 교권 침해에 대한 대처 방식은 ‘동료 교사에게 조언 및 협조 요청’이 41.5%로 가장 많은 반면 ‘관리자 보고 후 지시에 따른다’는 25.9%에 불과했으며 ‘묵인 또는 무조치’도 8.6%나 됐다.( 한국일보, 2009년 5월)

3. 둔치 중에도 좀 지대가 높은 데는 비닐하우스가 있지만 강을 낀 10만평도 넘을 것 같은 저지대는 늪 같기도 하고, 우범 지대 같기도 하고, 쓰레기를 몰래 버려도 묵인해 주겠다는 약속의 땅 같기도 했다.( 박완서, <두부>, 창작과비평사, 2002.)
우리말샘

즉, 묵인은 ‘타자가 시행하는 특정 행동’에 대해 주체자가 모르는 체 하며 그가 계속해서 하게 내버려두는 것으로 '묵인 받는 대상자 - 대상자의 행동 - 묵인 하는 주체자'가 있는 환경에서 쓰이는 단어다. 그러므로 묵인에는 주체자로부터 독립된 한명 이상의 인물이 목적어로 필요하며, 정의의 '슬며시 인정함'이라는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주체자의 은밀성을 내포하고 있다.

반면 흐린 눈은 주체자의 은밀성 여부와는 상관이 없고, '어떤 사물에게 주체자가 품고 있던 호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주체자가 마음에 들어하는 사물에 대한 선호도가 감소되지 않기 위해서’하는 행위로서 '애정하는 사물 - 사물의 부정적 요소 - 애정의 주체자'라는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조건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 "김미애는 현장 판매 앨범 특전으로 좋아하는 아이돌 A 오빠의 포토 카드를 얻었으나, 포카엔 업체측의 인쇄하자로 인해 약간의 스크래치가 있다. 그러나 판매처까지 다시 찾아가 교환을 하기가 번거롭고 되팔이에게 웃돈을 주고 양품을 사고 싶지도 않다. 슬프지만 그녀는 흐린 눈을 하고 포카를 소장할 것이다."라는 상황일 경우 '아이돌 A(및 그의 포토카드) - 포토카드의 스크래치 - 김미애'라는 관계식이 성립한다.

전술된 묵인의 용례에 이런 흐린 눈을 대입하고자 하면, '묵인 받는 대상에 대해 묵인의 주체자가 애정이나 긍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지', '대상 인물의 부정적인 요소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좋아하는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묵인하는 것인지'에 대한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치환하여 사용할 수가 없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흐린 눈을 받는 사물의 생명체 여부(능동적인 행동이 가능함)", "주체자의 은밀성 여부"등을 확인할 수 없어 대체하여 사용할 수가 없다. 즉, 흐린 눈은 묵인의 상황에선 쓰일 수 없으며 묵살에 더 가깝다.

상술했다시피 여초 BL 커뮤니티에서 유래했으나 2024년 9월 현재는 에펨코리아, 디시인사이드 등 남초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남초 커뮤니티의 경우 이것이 여초에서 유래되었다는 것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으나, 워낙 표현이 적절하기 때문에 사용되고 있다. 헬조선, 붕이과 비슷하게 신조어의 의미에 문제가 없다면 유래는 상관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시 중 하나이다.

3. 예시


[1] "그냥 야구란 1,2,3루수를 뛰는것만 아는 덬........ 근데 난 읽는데에 전혀 어려움 없었음. (야구부분 흐린눈으로 봐도 됨)", 2017년의 출처에선 야구를 몰라도 야구 부분은 소설을 보는데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어 잘 안봐도 된다고 전자의 뜻보다 후자의 뜻에 가깝게 쓰였다. # [2] '곰돌이 푸가 흐린 눈으로 종이를 보고 있네'같이 표현 자체는 문법적으로 그냥 쓸 수 있는 말이다. 여초 커뮤니티에서 유래했다고 보기보다는 유행시킨 걸로 보인다. [3] 출처: 국립국어원 , 「 표준국어대사전」, 2023., 제2판. [4] 원게시물엔 흐린 눈이 없으나 댓글에서 여러 사용자들이 흐린 눈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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