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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카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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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왕가 ( 프리아모스 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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Ἑκάβη/Hecuba

1. 개요2. 일대기
2.1. 헤카베의 복수
3. 대중매체4.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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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프리아모스의 아내로 트로이 전쟁 당시 트로이 왕비. 슬하의 자식은 직접적으로 이름이 밝혀진 것만 해도 아들은 헥토르, 헬레노스, 파리스, 데이포보스, 폴뤼도로스[1], 트로일로스가 있으며 딸은 카산드라, 폴뤽세네, 일리오네, 크레우사, 라오디케가 있다.

호메로스는 헤카베를 프리기아 왕 디마스의 딸로 기록한 반면, 에우리피데스 베르길리우스는 트라키아 왕 키세우스의 딸로 기록했다.[2] 아폴로도로스는 헤카베가 강의 신 산가리오스[3]와 님프 메토페[4]의 딸이라는 설을 제시했다.

히기누스의 《 이야기》에서 정숙한 여인들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5][6]

2. 일대기

장남 헥토르와 장녀 일리오네에 이어서 세 번째 아이로 파리스를 임신했을 때, 어느 날 트로이가 불바다가 되는 꿈을 꾸고 불안해서 신탁을 듣기로 했는데 이번에 태어날 아이는 트로이를 불바다로 만들 것이다라는 신탁에 낳은 아이를 이다 산에 버리도록 했다.[7] 그런데 파리스가 양치기의 자식으로 자란 뒤 우연한 만남에서 왕자라는 것이 밝혀지자 눈물을 흘리며 파리스를 도로 왕궁으로 들어오도록 한다. 이때 카산드라는 신탁을 잊었냐며 내쫓으라고 했지만 아들을 만난 기쁨에 감격하여 카산드라의 말을 무시했고 그 결과가... 물론 부모로서 자식을 차마 두고볼 수 없어 데리고 왔을 테지만...[8][9]

자기 자식들을 끔찍히 아끼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파리스 때도 망국의 예언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버리긴 했으나 그가 돌아오자 곧바로 왕실에 받아들여 애지중지했고, 헥토르 폴릭세네가 죽었을 때도 무척 비통해했다. 전쟁 막바지에는 자식 하나라도 살려 보려고 막내아들 폴리도로스에게 황금을 챙겨주어 맏딸 일리오네가 시집가 있던 트라키아로 피신시켰다. 트로이 멸망 직후를 다룬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 트로이아 여인들》에서는 아가멤논의 첩으로 끌려가게 된 카산드라를 걱정하며 슬퍼하고[10] 폴릭세네가 아킬레우스의 무덤에 제물로 바쳐지게 되자 절망한다. 자신을 전리품으로 배정받은 아카이아 연합군의 오디세우스를 두고는 "구역질나고 교활한 사내"라고 가차없이 까버린다. 헬레네가 메넬라오스에게 목숨을 구걸하며 자신이 트로이에 오게 된 건 파리스를 낳은 헤카베, 파리스를 죽이지 않은 프리아모스, 아프로디테 탓이라고 주장하자 "그대는 자신의 사악함을 미화함으로써 여신들을 바보로 만들지 말아요. 현명한 이들은 설득되지 않을 테니."라고 비난했다.

결국 헤카베는 본인을 모시던 시녀 한 명과 함께 오디세우스의 노예가 되어 이타카로 끌려가게 된다. 그러나 도중에 함대가 트라키아 해변을 지나가게 되자 헤카베는 트라키아에 맏딸 일리오네[11]와 막내아들 폴리도로스가 있다는 말을 흘렸고, 이를 알게 된 오디세우스는 자비를 베풀어 헤카베와 그의 시녀를 해방시켜 트라키아에 내려주었다.[12]

2.1. 헤카베의 복수

트라키아에 풀려난 헤카베는 바닷가에 쓰러져 죽어가고 있는 폴리도로스를 발견하고 경악하여 달려갔다. 폴리도로스는 맏누나 일리오네의 남편인 트라키아 왕 폴리메스토르가 트로이의 멸망 소식을 듣고는, 부왕과 모후가 자신을 위해 챙겨준 황금을 빼앗기 위해 자신을 바닷가로 데려와서 칼로 찔렀다고 얘기하고 곧바로 절명했다.[13] 분노한 헤카베는 복수를 결심하고, 폴리메스토르를 찾아가 황금을 더 가져왔다는 말로 그를 바닷가로 유인한 뒤 그 자리에서 그의 두 눈을 찔러, 혹은 지니고 있던 단검으로 그를 난도질해 죽여 잔혹하게 복수했다.[14]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헤카베》에서는 폴릭세네가 아킬레우스에게 제물로 바쳐진 걸로도 모자라 폴리도로스마저 살해당하자 절망하여 아가멤논에게 복수를 도와줄 것을 청하지만[15] 거절당했고, 결국 트로이 여인들의 도움을 받아 폴리메스토르의 두 아들들을 죽이고 폴리메스토르를 장님으로 만들어 복수한다.
파일:IMG_울부짖는 헤카베.jpg
홍은영이 그린 집필본 묘사

직후 헤카베는 현장에 있던 트라키아 병사들이 자신에게 던지는 창과 돌을 맞으며 울부짖다가[16] 끝내 개의 형상을 한 바위가 되었다고도 하고, 분노와 비탄에 사로잡혀 검은 개로 변한 뒤 그리스 전역을 떠돌아 다녔다고도 하며, 그대로 바다에 몸을 던졌는데 개의 모습으로 변한 뒤 '퀴노스세마(Kynossema/Cynossema, 개의 무덤)'이란 곳에 묻혀서 배들의 이정표가 되었다고도 한다.[17] 기원전 4세기의 시인 칼키스의 리코프론(Lycophron of Chalcis, Λυκόφρων ὁ Χαλκιδεύς)의 작품에 의하면, 헤카테 여신이 헤카베를 구출한 뒤 자신의 사역수로 거두었다고도 한다. 앞서 말한 에우리피데스의 《헤카베》에서는, 폴리메스토르가 "헤카베는 개로 변하고 아가멤논과 카산드라는 클뤼타임네스트라에게 죽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고 이에 아가멤논은 폴리메스토르를 비난하면서 이 자를 사람이 살지 않는 섬에 내다 버리라고 명령한다. 한편 폴리도로스의 시신은 아이네이스에도 언급되는데, 한 나무 밑에 묻혔다가 얼마 후 이곳을 찾아온 아이네이아스에게 이 일대는 저주받은 곳이니 떠나라고 계시해주는 것으로 묘사된다.

참고로 헤카베와 같이 내렸던 시녀의 행방은 이 뒤로는 나오지 않는다. 헤카베가 폴리메스토르를 죽이거나 실명시킨 뒤 이 시녀도 트라키아 병사들에게 살해당했을 수도 있고, 운이 좋았다면 어떻게든 살아남아 다른 그리스 지역으로 가서 새로운 주인을 모시거나 다른 남성과 결혼을 했을 수도 있다. 또한 이후 트라키아가 어떻게 됐을지도 그리스 신화 팬들의 떡밥인데, 트라키아의 다른 왕족이 왕위를 승계했을 수도 있고, 폴리메스토르와 일리오네 사이에 생존한 다른 아들이 있다면 그 아이가 왕위를 이었을 수도 있다. 물론 왕을 시해한 헤카베의 외손이라는 이유로 다른 종친들에 의해 왕위 계승에서 배제당했을 수도 있고. 혹은 상술된 아이네이스에서의 이야기처럼, 트라키아 전역이 헤카베와 폴리도로스 모자의 원한이 서린 저주 받은 땅이 되어 나라가 통으로 망해버리고 사람 살 곳이 못 되는 커다란 오지로 전락했을 수도 있다. 어떤 전승에는 일리오네와 폴리도로스 남매가 폴리메스토르와 그의 친족들을 제거하고 트라키아를 통째로 차지해, 트로이의 명맥을 잇는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폴리도로스가 새 나라의 왕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나같이 비참한 말로를 맞은 트로이 왕가의 여자들 중에선 그나마 마지막에 복수라도 하고 갔으니 덜 박복한 축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트라키아의 왕비가 되어 잘 살다가 대뜸 남동생 여자 하나 잘못 후린 죄로 조국도 망하고 가족들도 몰살당해 충격을 못 이기고 자살한 맏딸 일리오네, 원수의 노예가 되어 끌려가서 원수의 아내에게 갖은 모욕을 당하며 살해된 카산드라, 불타는 트로이에서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목숨을 잃은 크레우사, 전쟁 이후 원수의 무덤에 산제물로 바쳐진 막내딸 폴릭세네, 남편 시가 식구들 친정 들까지 몰살당하고 본인은 아들의 원수의 노예로 끌려가 그리스 땅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질긴 목숨을 잇다 한 많은 삶을 마감한 며느리 안드로마케에 비하면, 헤카베는 그나마 황금에 미쳐 처남을 죽인 탐욕스러운 사위에게 복수라도 하고 갔으니 이들보다는 시의적절하게 불행을 종결시키고 간 셈. 자식들이 그렇게 많았는데 전후에 살아남은 게 헬레노스 하나뿐인데[18], 이놈은 저 살겠다고 그리스군에 트로이 함락 요건을 술술 불어버린 매국노이고, 끝내 헤카베와 살아서 재회하지도 못했다.

물론 오디세우스가 헤카베를 트라키아에 풀어주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지 의문이긴 하다. 오디세우스가 귀향길에 겪은 온갖 풍파를 생각하면 무력한 고령의 여성인 헤카베가 그 험한 항해길을 버티고 생존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고[19] 오디세우스가 팔자가 덜 사나워서 10년간 표류하지 않고 곧바로 이타카에 무사히 도착했더라도, 헤카베는 기껏해야 이타카 왕궁에서 노예로 일하며 여생을 보내게 됐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오디세우스는 간교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많긴 해도 가족들에겐 다정하고 본인의 하인들에게도 관대하고 친절했다고 언급되며, 그의 자식도 선량한 성품의 소유자들이기에, 만약 헤카베가 이타카 왕궁의 노예가 됐다 해도 오디세우스 일가로부터 가혹한 대우를 받았을 가능성은 낮다. 원로 하녀인 에우리클레이아만큼 우대받는 것은 힘들어도[20] 그럭저럭 관대한 대우를 받으며 살다가, 오디세우스가 뒤늦게나마 선처를 내려 노예 신분에서 해방시켜 줬다면 똑같이 그리스 땅으로 끌려온 안드로마케 헬레노스 등 살아남은 다른 가족들을 찾으려고 시도했을 수도 있다.

3. 대중매체

파일:IMG_헤카베.jpg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홍은영 버전

4. 관련 문서



[1] 일리아스에는 프리아모스의 서자 중 하나로 언급되며 그리스군과 전투 중 전사하지만, 다른 전승에는 헤카베의 막내아들로 나올 때가 많다. [2] 트로이 멸망 당시 그리스 측과 내통해 성문을 열어주고 본인과 본인 가족의 목숨을 구한 테아노라는 여인이 있었는데, 이 인물이 키세우스의 딸이자 아테나의 사제였고 프리아모스의 사촌 안테노르의 아내였다. 따라서 헤카베가 키세우스의 딸이라는 따른다면 테아노는 헤카베의 자매가 되며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자매를 배신한 셈. [3] 포타모이의 일원으로 사카리아 강의 신이다. [4] 마찬가지로 강의 신 포타모이의 일원인 아소포스의 아내이자 님프 아이기나의 어머니. 아이기나는 제우스에게 납치, 강간당해 아이아코스를 낳았으므로 메토페는 아이아코스의 손자인 아킬레우스의 고조모가 된다. [5] 헤카베와 함께 정숙한 여인으로 분류된 신화의 여인들은 페넬로페, 에바드네, 라오다메이아, 테오노에, 알케스티스가 있다. 맏며느리 안드로마케도 정숙함으로 유명한 여성이지만 여기에는 포함되지 못했는데, 본인의 의지는 아니었겠지만 아마 남편 아들을 잃고도 아들의 원수와 결혼하고 그의 자식까지 낳았다는 이유로 탈락당한 듯하다. [6] 아들들 중 트로일로스는 헤카베가 아폴론과의 사이에서 낳았다는 전승이 있는데, 이는 아폴로도로스의 《 도서관》에서 야사로 기록된 거고 히기누스의 《 이야기》에서의 트로일로스는 프리아모스의 아들이 맞으며 아폴론의 아들이라는 야사는 언급도 되지 않는다. 참고로 트로일로스는 20살을 넘겨 살면 트로이가 멸망할 운명을 벗어나리라는 예언을 받았으나, 20살이 되기 전 아킬레우스에게 살해당한다. [7] 프리아모스와 전처 아리스베의 아들 아이사코스도 헤카베가 꾼 꿈 내용을 듣고 트로이 멸망을 예언했다. [8] 그런데 이게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걸 생각해보면 사실 헤카베와 프리아모스가 파리스를 데리고 오지 않았어도 트로이 전쟁은 어떻게든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신탁이라는 게 피하려고 하면 그 피한 행동 때문에 신탁이 이루어지는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 [9] 다만 또한 해당 행동을 취함으로써 아예 싹을 자르는게 가능한 게 그리스 신화이기도 하다. 신탁에서도 파리스 때문에 일어난다고 구체적으로 말했기에 정말 파리스를 죽이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는 뉘앙스가 내내 나온다. 실제로 제우스도 ' 메티스가 낳을 제우스의 아들은 아버지보다 위대해져서 그의 자리를 찬탈할 것'이라는 가이아의 예언, ' 테티스가 낳을 아들은 아버지보다 위대해질 것'이라는 프로메테우스의 예언을, 각각 메티스를 잡아먹는 것/테티스와 아예 관계를 하지 않고 그를 (아들이 아버지를 능가해도 상관없을 만한) 적당한 인간 남자와 결혼시켜 버리는 것을 통해 예언 속 문제의 원인이 아예 등장하지 못하게 만들어서 회피를 했다(다만 메티스 관련 예언은 메티스가 제우스에게 잡아먹힐 당시 이미 임신 중이었고 이후 제우스의 머리 속에서 자식을 낳았기 때문에, 운 나쁘게 이 때 태어난 게 딸이 아닌 아들이었다면 그대로 예언이 이루어질 뻔했다. 반반의 확률을 피해간 셈). 굳이 주신까지 안 가도 트로이 전쟁에서도 트로이 왕자 트로일로스가 성인이 되면 트로이의 멸망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신탁이 있기에 아킬레우스가 표적으로 삼아 죽였다(이 때문인지 이 신탁의 대표격인 오이디푸스 신화에서도 오이디푸스를 죽이지 않는다.). [10] 카산드라는 자신이 아가멤논과 결혼하여 그와 그의 가문에 파멸을 불러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며 자신의 운명을 의연히 받아들이고 오히려 모후를 위로했다. [11] 안타깝게도 고국의 멸망과 가족들의 비참한 운명을 전해듣고는 충격과 상심을 못 이겨 자살했다고 한다. [12]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15권에서는 오디세우스가 가족들과 여생을 보내라고 자비를 베풀자 헤카베가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서로의 안녕을 빌며 훈훈하게 헤어지는 걸로 묘사했지만, 만화로 읽는 초등 인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 28권에서는 나라와 가족을 모두 잃은 헤카베가 악에 받혀 풀려나면서도 오디세우스에게 저주를 퍼붓고 풀려나는 대로 트라키아 군사들을 불러 오디세우스를 죽여버리겠다고 생각하는 식으로 좀 더 핍진성 있게 묘사했다. [13] 혹은 폴리도로스의 시신이 난도질당한 채 해안에 떠밀려 온 것을 보고 진실을 알았다고도 한다. [14]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15권에서는 실명설을 따랐다. 반면 만화로 읽는 초등 인문학 그리스 로마 신화 28권에서는 헤카베가 폴리메스토르를 돌로 찍어 죽이는데 이 장면을 굉장히 처절하게 묘사했다. [15] 당시 헤카베의 딸 카산드라가 아가멤논의 첩이 되어 있었으므로, 헤카베는 카산드라를 봐서라도 자기를 도와달라고 간청했다. 실제로 아가멤논은 카산드라를 얻고는 꽤나 총애해서 폴릭세네를 제물로 바치는 안건도 반대했다는 얘기가 있다. [16] 판본에 따라서는 내 아들의 원수를 갚았다고 외쳤다고 한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이 판본을 따랐고, 사토나카 마치코의 <만화 그리스 신화>에서는 어미가 아들의 원수를 갚는 건 당연하지 않냐고 일갈한다. [17] 현재 튀르키예의 Kilidülbahir가 바로 이 곳이라고 전한다. [18] 파우사니아스의 저작에 의하면 '헤카베의 딸들 중 가장 아름다운' 라오디케도 생존했다. 그는 라오디케가 트로이의 방계 왕족이자 장로인 안테노르의 며느리였고, 시부가 메넬라오스 오디세우스와 친분이 있었다는 이유로 위해를 입지 않고 풀려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비블리오테케를 비롯한 몇 가지 다른 전승에서는 라오디케도 트로이 함락 당시 사망했다. 그리스군에 포로로 잡혀가면 갖은 치욕을 당할 것이 두려웠던 라오디케가 신들에게 기도하자, 땅이 갈라져서 라오디케를 집어삼켰다고. [19] 오디세우스나 선원들이 헤카베를 학대하지 않았더라도 폭풍우에 시달리며 기약 없이 바다를 떠도는 것 자체가 큰 고난이니 연로한 몸이 못 버티고 쇠약해져 죽었을 수도 있고, 어찌 버티더라도 오디세우스의 함대가 굶주림을 많이 겪었으니 그 와중에 선원들이 입을 줄인답시고 헤카베를 살해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도중에 마주친 괴물들에게 잡아먹혀 죽었을 가능성도 높고. [20] 에우리클레이아는 젊은 시절 이타카의 왕 라에르테스를 섬기다가 (라에르테스가 에우리클레이아의 미모에 반해 큰 값을 치르고 사들여서 '아내와 다를 바 없이 존중'했지만, 공식적으로 첩으로 삼으면 본부인이 싫어할까 봐 실제로 동침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언급이 있다) 그의 아들 오디세우스의 유모가 됐고, 훗날 오디세우스의 아들까지 양육한 사람이다. 젊어서부터 3대에 걸쳐 이타카 왕가를 섬기고 왕과 왕자를 직접 키우기까지 한 사람이니, 적국의 왕비였다가 다 늙어서 노예로 끌려온 헤카베와는 입지가 비교할 수 없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