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pe (일반/밝은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4-10-12 19:09:54

배이내뫼이넨

베이네뫼이넨에서 넘어옴
1. 개요2. 토착신 배이내뫼이넨3. 민족영웅 배이내뫼이넨

1. 개요

Väinämöinen [ˈʋæinæˌmøinen]

핀란드 신화의 등장인물. 원래 토착종교의 신이었으나, 오늘날의 핀란드 신화의 총집정본인 『 칼레발라』에는 인간 영웅으로 기록되어 있다. 마치 아일랜드 신화에서 투어허 데 다넌이 신족에서 민족으로 격하되어 기록된 것과 같은데, 그 의도는 정반대다. 아일랜드에서는 조상들이 믿었던 이교의 신들을 지워버리려고 그런 것이지만, 핀란드에서는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토착신이 사실 고대에 실존했던 민족영웅이라는 에우헤메로스주의적 해석을 가한 것이다.

핀란드의 샤먼인 티에태얘(tietäjä, "아는 자")의 전형적 모습을 나타내며, 톨킨 간달프의 원형이 된 존재로도 유명하다.

에스토니아 신화의 바네무이네와 동일 신격이다.

2. 토착신 배이내뫼이넨

핀란드어 문법을 정립한 종교개혁가 미카엘 아그리콜라가 1551년에 퇴치의 대상인 토착종교의 신들을 기록한 것에서 그 이름이 처음 나타난다. 여기에 따르면 배이내뫼이넨은 핀란드 중남부 해메(Häme) 지역에서 신앙되는 열두 신 중 한 명으로, 노래와 주문(spell)의 신이다.

공기의 여신 일마타르가 천지를 창조한 이야기에서도 배이내뫼이넨이 언급된다. 원래 세상에는 바다와 하늘밖에 없었는데 일마타르가 내려와 700년 동안 바다를 해멘 끝에 새알의 껍데기로 땅을, 흰자로 별과 달을, 노른자로 태양을 창조했다. 그러고 나서 또 수백 년 뒤 일마타르와 바다 사이에 최초의 남자인 배이내뫼이넨이 태어났다.

18세기에 채록된 신화에서는 배이내뫼이넨이 칼레바의 아들이며 일마리넨과 형제라고 한다.

3. 민족영웅 배이내뫼이넨

칼레발라』에 나오는 영웅 배이내뫼이넨의 행적은 다음과 같다.

배이내뫼이넨은 창조여신 일마타르의 아들로서, 바다를 헤엄치며 땅들을 만드는 어미의 자궁 안에서 730년 동안 지낸 뒤, 세상 모든 지식을 알고 있는 노인으로 태어났다.

그는 혼돈을 걷어내 질서를 만들고, 칼레바의 땅, 즉 칼레발라를 세웠는데 칼레발라는 카리알라, 해메 등 남부 핀란드에 해당한다.

배이내뫼이넨은 오랫동안 반려가 없었고, 경쟁자인 요우카하이넨에게 승리한 뒤 그의 누이 아이노를 아내로 맞기로 한다. 그러자 아이노는 늙어빠진 배이내뫼이넨과 결혼하느니 차라리 죽겠다며 물에 투신해 죽고 말았다. 요우카하이넨은 배이내뫼이넨이 타고 다닌 사슴을 활로 쏘아 죽여 배이내뫼이넨을 포흐욜라의 차가운 물 속에 빠뜨렸다.

포흐욜라는 칼레발라 북쪽의 이웃나라로, 추위와 질병이 여기에서 비롯되어 남쪽으로 몰려오는 불길한 땅이다. 포흐욜라의 여왕 로우히는 아름다은 딸들이 많았는데, 배이내뫼이넨이 삼포를 만들어준다면 그를 안전하게 칼레발라로 돌려보내 주고 장녀와 결혼도 시켜주겠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배이내뫼이넨은 삼포를 만들 줄 몰랐기 때문에, 대장장이 일마리넨을 섭외한다. 로우히는 삼포를 만들어주면 일마리넨 역시 사위로 삼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삼포가 만들어지자 로우히는 천한 일마리넨에게 딸을 주기 싫어졌다. 고명한 샤먼인 배이내뫼이넨 쪽을 사위로 선호한 로우히는 배이내뫼이넨에게 장녀를 시집보내려 했다. 하지만 장녀가 일마리넨에게 마음이 있자 로우히는 일마리넨에게 다른 퀘스트들을 더 시키고, 일마리넨이 그것을 모두 해내자 결국 그를 큰사위로 맞는다.

배이내뫼이넨은 칼레발라의 대표자로서, 칼레발라인인 일마리넨이 만든 삼포의 지분을 요구했다. 로우히가 그것을 거부하자 배이내뫼이넨, 일마리넨, 레밍캐이넨[1] 파티는 삼포를 들고 튀어 버린다. 삼포를 가진 칼레발라는 번영한다. 이에 로우히가 다시 삼포를 훔쳐가고, 배이내뫼이넨 파티가 다시 훔쳐오는 과정에서 싸움이 벌어진다. 배이내뫼이넨이 승리해 로우히를 쫓아냈으나 그 와중 삼포는 바다에 빠지거나 산산히 부서져 온 세상에 흩어지게 되어 못 쓰게 된다.

『칼레발라』의 마지막 수인 제50수에서 처녀 마랴타가 나무열매를 먹고 혼자 임신해 아들을 낳는다. 배이내뫼이넨은 이렇게 요사스럽게 태어난 아이는 죽어야 한다고 판결한다. 그러자 생후 2주일짜리 신생아가 입을 열어 노현자의 과오들(아이노를 죽게 만든 것 등)을 꾸짖는다. 논쟁에서 승리한 아기가 칼레발라의 새 왕이 된다. 배이내뫼이넨은 구리로 만든 배를 타고 필멸의 세상을 떠났다. 그러면서 자기가 필요해질 때 돌아올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1] 마찬가지로 칼레발라 출신 영웅으로, 로우히의 딸에게 구혼했다가 로우히가 투오넬라(저승)의 백조를 잡아올 것을 요구하여 저승에 갔다가 죽어버렸다. 그 어머니가 천상을 꿀을 가져와 다시 살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