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代理製作ghostwriting
제작자가 다른 사람에게 대신 어떤 것을 만들도록 시키는 행위. 대행제작, 대작이라고도 한다. 유사개념으로 표절이 있다.
2. 설명
주로 예술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이다. 대리제작 문제는 아이디어를 가진 자와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작하는 자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요리에 비유하자면, 특정 요리의 레시피는 요리사의 고유한 자산이지만 그 요리사가 분점을 여러곳 차려 부하 요리사를 여러면 고용해 자기가 고안한 레시피대로 요리하는 것은 괜찮은 것처럼, 예술도 아이디어를 가진 자는 대작을 해선 안되지만(다른 사람에게 대신 아이디어를 짜달라고 해서는 안되지만), 제작하는 자는 대작이 너그럽게 용인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혼자서도 작업할 수 있는 분야일수록, 물질 제작보다 아이디어 구성이 중요한 분야일수록 이에 엄격한 경향이 있다. 문학이나 작곡 분야는 대작에 엄격한 편이고, 미술, 사진 분야는 중간, 연극, 영화, 건축은 공동작업 특성상 대작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다.구체적 사례를 보면, 문학에서는 특히 이를 대필(ghostwriting)이라 하여 경계한다. 정치인, 기업인, 연예인 등의 자서전, 회고록, 성공담을 대신 써주는 대필작가(ghost writer)는 흔한 편이지만, 시, 소설, 수필 등의 창작물은 아직도 작가가 온전히 써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
음악에서 특히 작곡 분야는 대작에 민감하다. 특정 멜로디가 바로 작곡가의 창조적 산물이기 때문에 타인에게 대신 작곡하게 시키고 자신이 그 곡을 발표하는 것은 큰 도덕적 헤이로 여겨진다. 이와 관련된 대표 사례로는 사무라고우치 마모루 대작 사건이 있다.
반면 연극, 영화, 건축은 분야 특성 상 협업이나 대작이 실무에서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정확히 말하면 각본이나 설계는 각본가나 건축가가 해야 하지만, 그걸 실제 연극, 영화, 건축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는 대작이 흔하다. 한 예로 영화 AI의 경우 원래는 스탠리 큐브릭이 찍으려 했으나 이후 스티븐 스필버그가 찍게 된다.
미술이나 사진같은 시각예술 분야는 좀 모호한데, 현대미술로 오면서 부터는 대체로 아이디어는 반드시 작가가 구상해야 하고 제작은 타인에게 맡겨도 된다고 여기는 추세다. 문제는 대다수 대중은 여전히 19세기 이전 낭만주의식 고정관념에 빠져, '예술가의 붓질 하나하나에는 혼이 담겨 있으니 반드시 손으로 한붓자국씩 다 그려야 한다'라고 여긴다는 것. 일종의 미신이다. 붓질 그 자체는 그저 기계적 수공예에 불과하다. 중요한건 기본 스케치 구도와 어떤 느낌으로 그려라는 가이드라인이지, 그 스케치 윤곽을 채워나가는 채색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로 혼자 작업한 인상주의 작가들이나 그랬지, 미켈란젤로나 루벤스 같은 이전 예술가들은 물론이고 데미안 허스트 같은 현대예술가들도 다 조수들 고용해서 작업했다. 물론 조수를 고용하지 않고 작업한다고 그 작가가 능력이 부족하거나 시대착오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업해서 작가는 구상하고 자잘한 제작 과정은 조수에게 맡기는 것이 더 좋은 작품 결과를 보장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현대미술가라면 책 많이 읽고 시각자료든 시사자료든 여러 자료를 모아 독특한 구상을 하는데 노력을 쏟는게 낫지, 그 소중한 시간을 자잘한 기계적 반복 과정을 위해 허비하는 것은 여러모로 낭비다. 이와 관련해서 시사점이 된 사건으로는 2016년 5월 벌어진 조영남 대작 사건이 있다. 아시아뉴스통신 기사(1) 아시아뉴스통신 기사(2) 이와 관련해 현대에는 화가 혼자 작업하는 것이 보통이고 조수를 고용해 작업하는 화가는 잘못됐다는 주장이 있는데, 그건 대부분의 디자이너는 1인 사무실 차려서 일하니까 대규모 회사를 차려 여러 디자이너를 고용해 일하는 디자이너는 잘못됐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애초에 어떤 사람이 더 높은 직급에 있다고 하는 것은 아랫사람이 하는 일을 모두 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며, 현 지위(높은 지위)에서 하기엔 크게 가치가 없거나 시간과 수고가 많이 들기 때문에 자기가 '안' 하고 아랫사람에게 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턴 놔두고 의대 교수가 직접 예방주사 놓지 않듯이 말이다.
다만 위의 주장에는 맹점이 있다.
협업이라면 협업한 사람의 이름을 모두 밝혀야 하지만, 저런 예술가들은 구상만 해놓고 제작한 사람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초에 구상자 누구누구, 제작 누구누구라고 쓰고, 그 작품으로 생긴 명예와 이익을 기여도에 따라 공평하게 나눈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만드는 부분은 제작자에게 모두 떠넘겨 놓고, 이익과 명예는 모두 구상자가 가져가는 것은 이상하지 않는가?
옛날의 화가 조수들은 예술가의 작업을 도우면서 미술도 배우고, 생계도 해결했다. 그리고 누구누구 밑에서 공부하며 배웠다는 최소한의 명성을 얻었다. 현대의 디자이너들은 회사작업에 참가했을 경우, 어떤 프로젝트에 참가했느냐가 공개되어 자신이 이력이 되고, 월급을 대가로 받으며 일한다. 호텔 요리사의 경우, 역시 요리장에게 요리를 배우며, 어느 호텔 요리사에게 배웠고, 얼마나 일했는지가 경력이 되며, 월급을 대가로 받는다. 인턴은 대학교수 대신 예방주사를 놓지만, 대신 대학교수에게 의술을 배운다. 그리고 그 대학병원에서 일했다는 경력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거기에 의사로서 책정된 봉급도 받는다.
하지만 대작하는 현대미술의 제작자와 구상자는 저런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제작자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밝히지도 않아 명예를 얻을수도 경력으로 인정받기도 힘들다. 거기에 충분한 보수도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구상자가 크게 번다고 해도, 제작자에게 떨어지는 건 처음의 제작비 외엔 없다. 더불어 제작자가 구상자에게 따로 뭘 배우는 것도 아니다.
사실상 열정페이급으로 부려먹은 관계나 마찬가지인데, 달랑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변명이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가?
더구나 조영남이 주장하는 관행 운운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대리작가 송기창이 그려주지 않으면 스스로 모든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즉, 조영남은 '안' 한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면서 자기 이름으로 작품을 내어 돈 받고 팔았으니 관행이 아니라 대작, 또는 심하게 말하면 사기 에 해당하는 것이다.
대작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예술가의 아이디어, 콘셉트가 핵심이며 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아이디어' 내지 '콘셉트'를 실제적인 작품으로 '구체화','실체화'하는게 바로 예술가이다. 즉 예술적 아이디어를 글로써 실체화 하는게 문필가, 음악으로 실체화하는게 음악가, 그림으로 실체화 하는게 화가이지, 본인은 하지 '못' 하는 실체화를 남에게 시켜야만 작품으로 낼 수 있다면 그 아이디어 창안자를 예술가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합법적으로 외주 제작을 맡기는 위탁생산(특히 ODM)과는 구별해서 알아야 한다. 대리제작은 제작 작업을 한 이를 대개 공개하지 않는 반면, 위탁생산은 어쨌든 제작측을 공개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3. 대리제작 사례
3.1. 중세
- 레오나르도 다 빈치 : 그 자신이 화가 밑에서 견습으로 일했고, 조수들을 여럿 고용해 작업했다. 그 과정에서 자기 조수와 동성애 논란에 빠지기도 했다.
-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 벽화 작업을 하는데 조수들의 도움을 받았다. 미켈란젤로 혼자 작업한 건 말년에 작업하다 미완성으로 남은 피에타상 정도다.
3.2. 근대
3.3. 현대
- 앤디 워홀 : 컨셉 자체가 대량생산이다.
2014년 아트넷 발표 예술가 랭킹 순위에 든 예술가 중에 대작을 하는 작가를 따져보자.
- 게르하르트 리히터 : 《색채》 연작을 하면서 조수와 함께 작업했다. #
- 제프 쿤스 : 풍선개를 알루미늄 조각으로 만들어 유명해진 작가. 한국에도 신세계 백화점에서 전시를 한 적 있다. 대부분의 작업이 외주 작업이다. 작가가 풍선개 모양으로 조각을 만들어 달라 공장에 의뢰를 하면, 공장은 그대로 만든다.
- 데미안 허스트 : 100명이 넘는 조수와 함께 작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화 작업은 혼자 작업한다고 잘못 알려져 있는데, 《약》 연작에서 조수들에게 색채만 알려주고 조수들이 해당 색채를 배열하도록 한 적이 있다.
- 무라카미 다카시 : 일본 출신의 팝아트 작가. 카이카이 키키라는 회사를 차려 팀작업을 한다.
보면 알겠지만 소위 '잘나가는' 작가들 중에는 대작을 하는 작가들이 많다. 미술계에서는 결코 대작이 일부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는 것. 일부 사람들은 이것이 해외의 흐름일 뿐, 국내와는 상관 없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 박서보 : 《묘법》 연작에서 조수에게 작업을 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서도호 : 천으로 집을 만드는 설치작업을 하면서 조수를 고용했다.
- 김홍석 :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출품작으로 노동자를 고용해 걸레를 닦도록 시키고 그 자국을 제출한 바 있다.
보면 설치작업뿐 아니라 회화에서도 대작 사례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중음악 혹은 EDM계에서는 고스트 프로듀싱도 있다.